'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스메랄도(장미), 모래, 가면, 옷걸이, 열쇠, 문, 거울, 물, 불, 초코바, 휴대폰 등.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물건들이다.

모두 나름대로 무언가를 상징한다. 방탄소년단은 5분가량의 짧은 영상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압축하느라 상징물을 많이 활용한다. 수수께끼를 푸는 마음으로 뮤비 안에 담긴 힌트를 따라가다 보면 정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기승전결... 뒤섞이며 이어지는 세계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실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뮤비를 해석해보려다 결국 포기했다. 기승전결에서 '기승' 없이 '전'만을 해석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인 < LOVE YOURSELF 轉(전) 'Tear' >의 타이틀곡 'FAKE LOVE'에 담긴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해내기 위해서는 '기'와 '승'을 알아야만 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9월 < LOVE YOURSELF 承(승) 'Her' > 앨범을 선보이며 'LOVE YOURSELF' 시리즈를 시작했다. 기승전결 중 '기'가 아닌 '승'으로 시작한 점이 독특하다. 그 후 '기(起)'편을 올해 4월에 앨범이 아닌 영상물로 발표했다.

이 시리즈의 출발점인 < Euphoria(유포리아): Theme of LOVE YOURSELF 起(기) Wonder > 뮤직비디오를 보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 맡은 인물은 각기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행복감이란 의미의 단어 'Euphoria(유포리아)'처럼 7명 소년들의 행복했던 시간이 그려지지만 동시에 상처로 인한 어둠도 담겨있다. 이 영상은 2015년 공개된 '화양연화 온스테이지 프롤로그'의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한다. 'LOVE YOURSELF' 시리즈 이전의 '화양연화' 시리즈와 이어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FAKE LOVE'를 해석하기 위해선 '유포리아'는 물론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 '화양연화' 시리즈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민의 물, 제이홉의 초코바, 슈가의 불 등 'FAKE LOVE'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이전의 뮤비들에서도 등장했고, 이런 상징의 반복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FAKE LOVE' 뮤비는 방탄소년단 일곱 소년의 내면을 표현한다. 진의 방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파괴되고 사력을 다해 스메랄도를 지키려고 하지만 그것은 모래로 변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이 거짓이었음을 말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앞선 다른 뮤비에서 1인용 욕조 속에 잠겨 있던 지민은 이번에는 방 전체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물에 잠긴다. 물이 '트라우마'를 상징한다고 봤을 때 그 트라우마가 감당 안 되는 수준까지 악화된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슈가는 피아노와 기타를 부수고 그것들이 불타는 걸 목격한다. 모든 게 절망이다.

시간을 뒤집다... '결'에는 희망 있길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Magic Shop is a psychodramatic technique that exchanges fear for a positive attitude(매직샵은 두려움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주는 심리치료 기술입니다)."

'FAKE LOVE' 뮤비가 공개되기 전 티저 두 개가 먼저 공개됐다. 첫 번째 티저는 위의 문구로 시작된다. 그리고 멤버들은 각자의 상처를 의미하는 물건을 들고 매직샵으로 다가가 그것을 다른 물건으로 바꿔 받는다. RM은 거울 조각을 주고 머리끈을 받고, 제이홉은 초코바를 주고 케이크를 받았으며, 지민은 숲 사진을 우산으로 바꿔 받았다.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은 정국은 열쇠를 건네받는다.

내게 해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나는 'FAKE LOVE' 본 뮤비와 티저의 시간들을 거꾸로 놓고 싶다. 두 번째 티저에서 정국이 달리면서 무너졌던 바닥이 시간이 거꾸로 흐름에 따라 원상복구되는 장면처럼 말이다. 두려움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주는 매직샵에 갔는데도 다들 처참한 결과에 놓인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물론 가짜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에 이런 파국들을 맞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짜 사랑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면을 벗고 진정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열쇠를 받은 것 아닐까 싶다.

방탄소년단이 줄곧 기승전결의 시간들을 섞어놓은 것처럼 시간을 뒤집어서 바라보면 어렴풋한 '희망'이 발견된다. 지난 2일 공개된 'Fake Love' 확장판(Extended ver.) 뮤비를 떠올려보자. 추가된 마지막 장면에서 정국은 가면을 쓴 형들 옆에 서며 자신도 가면을 쓰고, 그 위로 돌이 떨어져 그들을 깔아뭉갠다. 비극적인 최후다. 하지만 이 확장판의 마지막 장면이 이야기의 시작점이라면? 시간을 거꾸로 감아본다면 마지막에 만나는 티저의 매직샵은 희망의 장소로 다가온다. 이런 가정이라면 정국은 가면을 벗고 첫 번째 티저의 매직샵으로 가서 자신을 사랑하는 열쇠를 받는다. 'LOVE YOURSELF' 시리즈의 기승전결 중 남은 '결'편에는 '희망'이 있길 바라본다.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방탄소년단 'FAKE LOVE' 뮤직비디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페이크러브 지민 정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