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권상우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권상우는 추리소설 마니아이자 직접 사건을 추적하는 사설 탐정 강대만 역으로 분했다. ⓒ 이정민


3년 전 <탐정: 더 비기닝>라는 공개된 영화는 자칫 관객의 외면을 받을 뻔했다. 권상우, 성동일 조합의 이 버디 코미디물은 개봉 초기가 아닌 일주일을 넘기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26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속편 '리턴즈'가 오는 13일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그 때를 회상하며 권상우는 "속편을 하기엔 당시 스코어가 좀 쑥스럽긴 해서 경거망동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우리끼린 촬영하면서 10탄까지 얘긴했다"며 짐짓 재치 있게 운을 뗐다.

전혀 관심 없던 추리물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이야기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성동일 형과 배우들의 합이 너무도 좋은 작품"이라며 권상우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보단 한국사회 평범한 가정의 모습과 노태수(성동일), 강대만(권상우) 두 남편과 아내들의 호흡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자 맥이라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권상우는 이 시리즈가 기획됐을 때 배우 성동일과 친해지기 위해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10잔 이상 함께 마셨다는 후문.

"처음 동일 형을 만났을 때 호기심이 많았다. 코미디 연기를 하시면서도 다른 배우 분들과 달리 울리고 감정적으로 여운을 주는 능력이 있으시거든. 그냥 코미디만 하는 분이 아니셨다. 그 분과 함께 연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탐정>에 출연하신다고 하니 매우 좋았고, 친해지고 싶었다. 형이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마시거나 강요하진 않는다. 지금 찍고 있는 차기작에도 동일 형에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출연해주셨다. 선배와는 음... 이제 인생의 파트너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웃음)."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1편과 달라진 게 있다면 추리물 마니아이자 만화방 주인이었던 대만이 만화방을 정리하고 베테랑 형사 태수와 본격적으로 일을 벌인다는 설정. 탐정 사무소를 직접 차리지만 사건의뢰는 들어오지 않고, 우연히 경찰서에서 연쇄살인사건 하나를 물어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본적인 흐름은 1편과 같아 보이지만 두 캐릭터의 호흡이 더 끈끈해지고 코미디 요소 역시 보다 균질하게 녹아있다.

"사실 추리물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배우들과 감독님이 너무 좋아서 함께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간 코미디 장르를 몇 작품 해왔지만 항상 과한 건 지양해왔다. 웃기기만 하려면 전문 코미디 배우를 써야지. 박장대소까진 아니지만 잔잔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연기, 그게 제 역할이라 봤다.

그런 의미에서 제 아내로 출연한 서영희씨에게 너무 고맙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그렇게 분량이 많지 않은데 존재감이 상당하다. 몸을 굉장히 잘 쓰시더라. 연기를 잘하는 여성 배우 분들은 많아도 몸까지 잘 쓰시는 분은 드물거든. 정말 대만이 와이프처럼 온 몸으로 연기하셨다."

아빠이자 남편 권상우로

 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권상우

ⓒ 이정민


 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권상우

ⓒ 이정민


<탐정> 시리즈 이후로 권상우는 보다 편해진 모습이었다. 청춘스타이자 한류스타로 주목받던 그가 어느 새 코미디 가족물에 등장하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권상우는 "<탐정>을 하게 된 걸 두고 스스로에겐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얼마 전 그런 얘길 했다. 한국나이로 제가 마흔 셋인데 물론 전 여전히 몸도 유지하려 하고, 액션 연기도 가능하지만 유효기간이라는 게 있다고. 정말 잘 관리해도 길어야 7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처럼 한 작품 하고 공백기를 갖고 몇 년 뒤 작품을 하는 식으론 못 할 것 같다. 제 아들과 딸이 아빠가 배우인 걸 알고 뿌듯해 하는 나이가 됐다.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직장인으로 비유하면 정년퇴임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웃음)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많다. 지금 살짝 영화계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관객 분들과 더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치, 권상우라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 듯 아빠이자 남편이기도 하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폼 잡고 인상 쓰는 역 예전에 많이 했다. 학원물 손꼽히는 영화 중에 <말죽거리 잔혹사>가 있다면 <탐정> 역시 이쪽 장르에서 손꼽히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 '이 장르의 시초는 우리야! 건드리지 마라!' 이런 심정이었다(웃음)." 

"총각이었다면 아마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가 덧붙였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며 진단하고 있었다. 아빠 권상우, 남편 권상우, 그리고 배우 권상우로서 그는 "각각 내 에너지의 모든 것을 다 쓴다"며 "그런 의미에서 아내(손태영)에게 정말 감사하다. 아이 보살피는 걸 우선으로 삼고 있는데 일을 다시 한다고 하면 언제든 찬성이다"라고 전했다.

그가 한결 편안하게 자신의 현재를 인지하고 열린 자세로 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 과거 출연작과 권상우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코믹하게 엮은 이른 바 '움짤 영상', 그리고 여러 '이모티콘'에 대해 그 스스로가 먼저 언급했다. "드라마 <슬픈연가> 때 용평스키장에서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급히 감정을 잡아 찍은 장면이 지금 돌아다니면서 웃음거리가 됐더라"고 재치 있게 언급하며 그는 "그런 게 없다면 저라는 사람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인데 그런 리마인드가 되게 즐겁고 유쾌하다"고 말했다.

 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권상우

ⓒ 이정민


"돌이켜 보면 제가 취미도 많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렇게 살고 있는데 부모가 돼 보니 정말 가족 생각이 많아졌다. 가족 모두가 건강한 게 중요하지 더 이상 뭘 바라겠나. 기업회장도 죽으면 끝이다." 

그의 한 쪽 팔엔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문신이 있다. "허락 안 받고 해서 엄청 혼났다"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탐정: 리턴즈> 이후 내년 초까지 그는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일 예정. 그의 지금 모습이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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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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