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성동일

영화 <탐정: 리턴즈> 속 베테랑 형사 태수로 성동일은 관객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성동일은 작품마다 자신의 인장을 남겼다. 코미디 영화든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드라마에서든 그는 결코 단순히 웃기거나 울리지만은 않았다. 분량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만의 호흡과 감정선을 선보인다. "사기꾼 역할이라고 맨날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닐 수는 없는 거잖나. 의도적으로 캐릭터에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걸 만들어야지. 사람인데"라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곧 개봉할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그는 조연이 아닌 중심에 섰다. 코미디물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서 성동일은 베테랑 형사 태식으로 분해 가장의 비애도 제법 표현한다. 자신과 단짝이 된 추리 만화 마니아 대만(권상우 분)을 윽박지르거나 때론 보듬으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그를 지난 5월 31일 삼청동의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작품 속 숨구멍"

마침 그의 드라마 출연작 <미스 함무라비>도 방영 중이다. 팬이라면 <탐정> 시리즈와 함께 비교해보면 좋을 것이다. 중년 가장으로 아내 앞에 기를 못 펴는 것 같지만 자신의 본분은 잊지 않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두 작품에서 모두 그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인물이다. 숱한 조연을 경험했던 그에겐 분명 흔치 않은 분량이다. "망하면 다른 작품 찍으면 되지! 부담은 없다"라며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늘 작품을 할 때 목표는 재밌게 하자는 것이다. 다행히 상우랑은 이미 1편 이후 친해진 상태였기에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지. 이젠 정말 가족 같다. 첫 만남 때 술도 못 먹는데 저랑 술을 먹겠다고 왔다. 그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분량? 그건 상관없다. 이번 영화에서도 정말 연습 많이 해서 3일간 찍은 액션 장면이 통편집 됐는데 이미 내 속으로는 버린 장면이었다(웃음). 그 장면이 나가서 영화가 이상해지는 것보다 안 나가고 자연스러운 게 낫잖아.

제가 훌륭한 배우라서가 아니라 전 작품에서 일종의 숨구멍 역할을 해주면 된다고 본다. 배우는 기술자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재능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단 그런 걸 잘하는 것 같다. 아니,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어두운 곳에 가둬두는데 재미마저 없으면 큰 실례거든. 그렇게 해서 영화 잘 되면 돈도 벌고, 가족들과도 맛있는 거 먹고 그러면 좋지."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영화 <탐정: 리턴즈>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재밌게 촬영하고 스태프들과 술 한 잔 먹는 것'. 그게 최근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가 누리는 기쁨이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91년 SBS 공채 탤런트로 방송계에 입문했지만 약 7년 간 무명이었다. 영화 <미스터 고> 주연을 맡았지만 흥행에 실패한 경험을 들며 그는 "이젠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기를 쉽게 준비하는 건 아니었다. 성동일은 3년 전 <탐정: 더 비기닝>과 지금의 현장을 언급하며 설명을 이었다.

"탐정이란 게 묘하게 안 다가오더라. 일단 공권력이 아니잖나. 기소권, 공소권도 없고, 수갑 이런 거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과연 좋아할까 싶었다. <미스터 고>가 너무 시대를 앞서가서 망했듯이 처음 이 시리즈가 기획됐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시나리오상 설정을 바꿔나가고 그러는 과정이 있었다. 작가와 배우의 경험이 다르니까 그런 걸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1편이 그래놓으니 2편에선 조금 더 수월했지. 게다가 1편 때 스태프들이 그대로 와서 시간이 단축됐다. 새로 투입된 이광수도 이미 친한 사이였고, 배우들이 현장 세팅 때부터 서로 대사를 리허설하면서 호흡을 맞춰놔서 정작 촬영은 빨리 진행됐다. 어떤 때는 촬영이 너무 빨리 끝나 스태프들이 방황하고 다닐 정도였다니깐(웃음)."

성동일은 1편 개봉 당시 초반엔 관객이 들지 않아 노심초사했다가 입소문으로 나름 흥행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개봉 이후 3일이 됐는데 5만 명밖에 안 들어서 산소 호흡기를 떼야 하나 그런 말도 들었다"며 "그땐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상영하곤 해서 친구들이 대체 네 영화 언제 볼 수 있냐고들 물었는데 이번 영화는 꼭 일반적인 시간대에 찾아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성동일

ⓒ 이정민


돈에 미친 배우?... "연기의 이유는 가족"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그는 연기의 이유로 가족을 꼽곤 했다. 최근 방영된 예능 프로 <인생술집>에서 사생아였다는 말도 했지만, 그만큼 그는 어려운 시절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대학로 무대를 전전하던 10년간 수입이 120만 원이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래서일까. 그는 흔히 말하는 다작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많으면 1년에 10편 가까운 작품에 출연한다. "많이 해야지! 그래야 연기가 는다"며 그가 운을 뗐다.

"돈 안 받고 출연한 적도 많고, 술값 정도만 받고 일한 적도 많다. 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또 일을 통해 번 돈으로 가족이 행복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지금에서야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사줄 수 있게 됐다. 지금 인터뷰하는 이 장소(삼청동 인근 소격동엔 과거 군 기무사령부가 자리했던 곳이다 - 기자 주) 예전엔 무서운 곳이었다. 밤새 술 먹다가 사람들이 잡혀가서 맞기도 했지. 개도 함부로 짖지 않던 동네였다. 그랬던 곳이 관광지가 다 됐네.

이런저런 일 떠올리면 못할 일은 없다. 제가 작품을 많이 하는 이유는 계속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다. 과거 스태프들까지 정기적으로 불러서 술 먹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배우가 다양한 연기를 해야 배우지. 수학 하나만 하면 서울대 가나? 국어도 하고 과학도 해야지. 톱배우들과 술 먹을 때 그 얘길 한다. '왜 넌 작품 활동 많이 안 하냐' 이러면 맞는 캐릭터가 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딱 맞는 캐릭터가 세상에 어디 있어? 연기 안 하면 안 늘어!'라고 하지. 직장인이 열심히 일하는 건 죄가 아니다. 대사 인지력이 남아있을 때까지 난 연기할 것이다. 집에 있으면 뭐해!(웃음)

가족을 보고 하는 것이다. 제가 가장 행복할 때가 제가 번 돈으로 맛있는 음식과 소맥을 먹을 때다. 좋은 연기자가 되는 것보다는 좋은 가장이 되고 싶다. 일하면서 갑질을 안 한다. 강남 룸살롱에서 날 봤다는 사람 없잖나. 접대 이런 것도 싫다. 종종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는지 묻는 후배들이 있는데 나도 모른다고 답한다. 그냥 진짜 네가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잘된다고 말한다. 절실해 지라는 얘기지. 그래서 전 현장에 좀 일찍 나온다. 대사 좀 맞춰 보려고. 누군가는 돈에 환장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절실하다. 120만 원 벌다가 연극반을 떠났다. 가족을 위해 돈 좀 벌어보려고 방송국 시험을 봤고, 그 이후로도 8년 정도 무명이었다."

 영화 <탐정: 리턴즈>의 배우 성동일

ⓒ 이정민


'개동이'. 그가 대학로에서 활동할 때의 별명이었다. 좌충우돌하던 모습에 지인들이 붙인 이 별명엔 그의 방황의 내력이 잘 담겨있다. 오랜 선배를 우연히 대학로에서 만났던 사연을 전하며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대학로를 떠났으면 만족할 만큼 벌기 전까진 돌아오지 말라. 방송계와 연극계에서 모두 바보가 되지 말고!'라시던 그 선생님의 말이 지금까지 기억난다"고 말했다.

"원래 소심한 사람이었다. 대학로 2학년 때 우연히 대학로에 갔다가 공연에 매료됐고,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다가 연기를 어찌어찌하게 됐다. 컴컴한 곳에서 날 집중에서 사람들이 봐준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한 번도, 가족마저도 날 집중해주는 이가 없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봐준다는 게 좋았다. 그때부터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다. 근데 이걸로 돈을 벌게 될 줄 몰랐지(웃음)."

짧은 질문 하나에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전했다. 그만큼 사연이 많고 치열하게 살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보다 깊은 이야기는 사석 술자리에 더 어울릴 터. 우선은 관객으로서 현재진행형인 그의 출연작들을 즐겨볼 일이다.


성동일 탐정:리턴즈 권상우 미스함무라비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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