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조계종을 정조준했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조계종을 정조준했다.ⓒ PD수첩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 >이 연이어 불교계에 '죽비(불교에서 장시간 참선으로 심신이 흐트러질 경우 정신을 깨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내리쳤다.

< PD수첩 >은 각각 지난 1일, 그리고 29일 방송된 '큰 스님께 묻습니다' 2부작을 통해 일부 승려들의 일그러진 행각을 고발했다. PD수첩 취재진은 1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성폭력 의혹을, 2부에서는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의 성폭력 의혹과 일부 승려들의 도박 행각을 집중 조명했다.

'종교'의 원뜻은 '으뜸(宗) 가르침(敎)'이다. 실제 예수 그리스도나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고, 그래서 그의 가르침을 받들어 각각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발흥했다.

승려나 사제, 목회자를 아우르는 성직자들은 으뜸 가르침을 익혀 속인(종교에 귀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이런 이유로 성직자들은 보다 더 높은 윤리의식을 갖춰야 하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주의해야 한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자칫 속인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를 그리스 문화권에 전파한 사도 바울로는 테살로니키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 PD수첩 >이 고발한 '일부' 승려들의 행각은 윤리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먼저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와 자녀가 있다는 '은처자' 의혹을 받고 있다. 은처자 의혹은 엄격한 정결법을 요구하는 승려에겐 심각한 흠결이다. 학력 위조는 사회에서도 심각하게 다루는 범죄다.

이 와중에 설정 스님은 이해하기 힘든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 PD수첩 > 방송을 '법난', 즉 불교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설정 스님의 말이다.

"MBC의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 우리는 이러한 그들의 행위를 불교를 파괴시키려는 법난으로 규정하고 전 불교도의 결집된 교권수호의 힘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합니다."

만약 억울하게 은처자 의혹을 받고 있다면, 당당히 검증에 나설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과학으로 친자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설정 스님은 과학적 검증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더 문제 삼는 모양새다.

이 같은 태도와 관련해 < PD수첩 > 측은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의 은처자 전아무개씨가 < PD수첩 > 방송을 전후로 한 달 동안 국내에 머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은처자가 머물 당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었지만 의혹 당사자가 나서지 않았다고 짚은 것이다.

'스님들이 도박' 증언에 여성 스님 성폭행 의혹까지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조계종을 정조준했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조계종을 정조준했다.ⓒ PD수첩


성폭력·도박 의혹은 더욱 심각하다. 먼저 성폭력 의혹부터 살펴보자. < PD수첩 >에서 수인, 명인 스님(가명) 자매는 법등 스님이 자신들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법등 스님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사법부의 수장격인 조계종 호계원장을 지냈고 현재 경북 김천 직지사 주지로 있다.

방송에서 두 스님이 증언한 법등 스님의 성폭행 의혹은 차마 지면에 옮기기 민망할 정도로 낯뜨겁다. 두 자매 스님은 성폭행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에 비하면 승려들의 도박 의혹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도박판을 벌였다고 지목된 장소는 다보탑, 석가탑, 석굴암 등 신라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천년 고찰 불국사다. 다음은 방송에 나온 대한불교 조계종 수석부의장을 지냈던 장주 스님의 증언이다.

"이게 전체 불국사의 경내도입니다. 우리가 주로 도박장, 하우스로 사용한 집이 여기 33번입니다. 네, 정혜료라는 33번입니다. 도면으로 보면 여기입니다. 여기인데 여기 들어가면 불국사의 실세들, 한 12명 정도의 방이 있어요. 방이 있는데 그 방의 하나가 도박하우스죠."

더 놀라운 건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이 도박판 주인 노릇을 했다는 증언이다. 장주 스님의 증언을 더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주지가, 그 당시에 이성타라고 (정혜료) 하우스장인데 (도박을 하려고 스님들이 모이면) 그 사람이 좋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왜? 데라(장소 사용료) 뜯는 재미로. 데라 뜯고 (돈 잃은 스님들에게) 돈 대주는 재미로. 주지가, 하우스장이 싫어하면 우리가 여기서 도박을 할 수가 없거든요. 불편하거든요."

도박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등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를 돌며 원정 도박을 벌이는가 하면, 자승 전 총무원장이 도박 자금을 댔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아사리판(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불교가 이렇게 타락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먼저 종교적 권위다. 비리 의혹을 받는 승려들은 하나 같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찰의 주지이거나, 조계종 종단 안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이들이다. 다시 말하면 종교 권력자라는 뜻이다. 방송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종교의 허울 뒤에 숨어 권력을 누리면서 온갖 비리를 자행한 셈이다.

방송에서 승려들의 타락을 부추긴 또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돈'이다. 장주 스님은 < PD수첩 > 취재진에게 한때 자신의 월 소득이 5천만 원이었다고 털어놨다. 월 소득 5천만 원이라니, 하루하루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속인들에겐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비웃듯 사찰엔 돈이 넘쳐나고, 사찰 고위직에 있는 승려들은 호화생활을 누린다는 의혹을 < PD수첩 >은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조계종 "내부서 해결할 문제" 반박, 도박 의혹 제기한 스님은 '추방'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두 번에 걸쳐 조계종 '큰 스님'들의 비리를 고발했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은 1일과 29일 두 번에 걸쳐 조계종 '큰 스님'들의 비리를 고발했다.ⓒ PD수첩


최근 보도들을 보면 다른 종교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 개신교 교회나 대형교구 성당도 돈 냄새를 풍긴다. 이제 종교는 신도 수와 돈을 앞세워 정권과 결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대통령을 앉혀놓고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은 2007년 이명박 당시 후보의 선대위 상임고문이었다.

< PD수첩 >이 고발한 불교계의 비리는 비단 불교계의 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교계의 비리는 당사자인 불교는 물론 개신교, 가톨릭 등 이 나라 기성 종교의 타락이란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 그래야 사태의 본질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 PD수첩 >에서 드러난 조계종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설정 스님은 언론 보도만 탓하고,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 받은 법등 스님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향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조계종은 도박 의혹을 제기한 장주 스님을 영원히 승단에서 추방했다.

방송 후 조계종은 제기된 의혹에 관해 "공동체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혹을 주장하는 일부의 카더라식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MBC 최승호 사장이 개인적 인연을 위해 공영방송을 사유화한 것이자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리 의혹에 '내부 문제'라고 반박하거나 보도한 방송사를 비판한 것인데, 적절한 해명이 될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성직자도 인간이다. 그래서 간혹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대부분 종교의 창시자들이 성직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한 게 아니다. 그보다 잘못을 했을 때, 얼른 마음을 돌이키라고 가르쳤다. 그런 점에서 불교계 큰 스님들이 < PD수첩 > 탓만 할 게 아니라 언론 보도를 '죽비'로 여기고 그동안의 발걸음을 돌이키기 바란다. 석가모니께서도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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