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메인포스터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메인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그간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둥이나 다름 없었던 한 솔로가 그토록 염원했던, 아들 벤 솔로와 마주하던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며 간청하던 그는 이미 다크 사이드의 길을 선택한 아들의 라이트세이버에 가슴이 꿰뚫리며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죽는 순간까지도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듯 카일로 렌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이는 대단히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오래된 팬들 가운데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이제 더 이상 한 솔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까지도 부정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언급한 두 편의 작품이 모두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이후, 조지 루카스가 손을 뗀 이후의 작품이기에 디즈니를 탓하거나 조지 루카스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많다). 그만큼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한 솔로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성은 대단히 컸다. 어쩌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크 스카이워커보다도 더.

02.

24일 개봉한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시리즈>는 루카스 필름이 디즈니에 인수되고 난 이후 스핀오프로 제작한 '스타워즈 앤솔로지'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던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이야기로, 그 동안 작품들에서 묘사됐던 한 솔로라는 인물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연기했던 이 인물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던 밀수꾼 출신으로 제국군과 저항군 사이의 거대한 흐름 속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 이후 개봉하는 앤솔로지 시리즈 마지막 영화에는 오비완 케노비와 보바 펫이 주인공이 될 예정이다. 어쨌거나 그 중에서 한 솔로가 첫 인물로 선택 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3.

영화는 재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악당 프록시마가 지배하는 코렐리아 행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에게 붙들려 좀도둑처럼 삶을 이어나가던 한(앨든 이렌리치 분)이 탈출을 감행하던 중  키라(에밀리아 클라크 분)와 생이별하게 된 이후 겪게 되는 이야기들. 그 과정에서 길고 긴 스타워즈 시리즈를 함께할 츄바카(요나스 수오타모 분)도 만나게 되고, 밀레니엄 팔콘도 얻게 된다. 자신의 이름이 되는 '한 솔로'를 얻게 되는 과정도 역시 이 작품에 등장한다.

이번 작품이 그 동안의 시리즈 작품들과 다른 점은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이다. 다른 시리즈 작품과는 달리 이번 작품만은 전작들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더라도 관람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독립적이다(이번 작품의 내용이 다른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앞서 설명한대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부터 10년 전의 이야기가 배경이라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그간의 시리즈에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던 부자간의 관계, 선과 악, 어둠과 빛의 대결 구도와 같은 부분들이 거의 빠져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의 스페이스 활극만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특히, 초반부의 한 솔로와 키라의 도주 장면이라던가, 열차를 강탈하는 장면, 케셀 런을 12파섹만에 주파하는 장면등의 뛰어난 볼거리들이 쉴새 없이 등장한다. 실제로 제작 단계에서 이 작품에 대해 가장 고심한 부분이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솔로라는 캐릭터는 분명 오리지널 시리즈 내에서도 시종일관 무거울 수 있었던 분위기 속에 한줄기 웃음을 선사하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04.

사실 시리즈의 이번 작품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최종적으로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은 론 하워드 감독이지만, 그가 모든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이 작품을 맡았던 것은 <레고 무비>(2014)의 필 로드, 크리스 밀러 감독. 두 감독은 이번 작품 <한 솔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촬영을 절반 이상 진행한 상태에서 하차하게 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장에서 자유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현재 루카스 필름을 이끌고 있는 캐슬린 캐시디와 두 감독간에 봉합될 수 없을 정도의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한 솔로가 갖고 있는 원래의 성향도 성향이지만,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즐거운 영화가 되기를 바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설정한 기준이 너무 과하다고 느꼈다고. 영화가 촬영되는 도중에 감독이 바뀌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경우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타워즈 시리즈 내에서는 그런 전례가 없었던 터라 차기 감독이 결정될 때까지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다. 이것이 <다빈치 코드>(2006)와 <천사와 악마>(2009)를 연출했던 론 하워드 감독이 합류하게 된 배경이다. 이어 연출을 맡게 된 론 하워드 감독은 두 감독이 미리 촬영한 내용을 거의 대부분 재촬영하며 현재의 작품을 완성해냈다.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5.

스크린 위의 시리즈 작품에도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나 < 007 > 시리즈와 같이 전체적인 세계관만 공유하고 각각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는 시리즈가 하나. 또 하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헝거게임>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내용을 이어서 이끌어 나가는 시리즈. 최근에 제작된 3부작 혹은 4부작(엄밀히 3부작이지만 마지막 작품을 두 편으로 나눠 개봉한 작품들)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만큼은 두 가지 유형의 시리즈를 모두 품고 가는 아주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타이틀만 보더라도 메인 에피소드는 물론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원제에 'Star Wars Story'라는 것을 굳이 명시하여 그들이 결코 다른 이야기가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작품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스타워즈 메인 에피소드의 세계관을 공유한 외전으로 설명되지만, 그것이 결국 메인 에피소드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내용이 되는 셈이니 두 가지의 경우 모두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작품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이 세상에 나온 게 1977년이었으니 시리즈가 이어져 온 지도 벌써 4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영화 산업의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고 기술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스타워즈 시리즈 또한 현재 그 기술력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는 오프닝의 자막과 사운드 트랙들이 주는 향수는 여전히 심장을 떨리게 만든다.

이는 다른 작품들은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역사가 낳은 유산과 같은 것들이다. 이번 작품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한 솔로와 츄바카가 처음으로 함께 밀레니엄 팔콘의 조종석에 앉을 때 흘러나오는 The Imperial March는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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