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시즌 첫 4연승과 첫 스윕으로 모처럼 신바람을 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14안타를 터트리며 9-2로 승리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첫 스윕을 달성한 삼성은 5위 KIA타이거즈와의 승차를 3경기까지 줄이며 중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22승28패).

5월 들어 완연한 구위회복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7.1이닝6피안타8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고 타석에서는 박해민과 구자욱으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가 6안타2타점4득점을 합작했다. 그리고 삼성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FA포수는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삼성의 시즌 첫 스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연전 동안 3홈런8타점을 쓸어 담으며 친정을 울린 강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만수-김동수-박경완을 잇는 KBO리그 최고의 안방마님

2013 시즌이 끝난 후 야구계에서 '강구못'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롯데 프런트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다른 구단들은) 강민호 구경도 못할 것"의 약자로, 강민호가 롯데에서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위치를 잘 표현해주는 상징적인 말이었다. 실제로 강민호는 2013년 11월 13일 원소속구단 계약기간에 롯데와 4년 75억 원이라는 거액에 FA계약을 체결했다.

비록 제주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강민호는 롯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였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네 차례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3할 언저리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을 보장하는 뛰어난 공격력, 여기에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도 점점 좋아졌다. 강민호는 이만수, 김동수, 박경완의 뒤를 잇는 KBO리그 최고 포수의 계보를 이었고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꼽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FA계약을 체결한 첫 해 이런 저런 잔부상으로 98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229 16홈런40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사실 강민호는 FA를 앞둔 2013 시즌에도 타율 .235로 부진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야구팬들은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강민호를 거액에 붙잡은 롯데의 잘못된 선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다음 시즌 곧바로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지 증명해냈다.

2015년 타율 .311 35홈런86타점으로 타격으로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강민호는 2016년에도 타율 .323 20홈런7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285 22홈런68타점으로 타격이 다소 주춤한 2017년에는 무려 130경기에 출전해 포수로는 유일하게 1000이닝을 넘게 소화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5월4일 KT 위즈전에서는 이만수,김동수,박경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00홈런을 때려낸 포수로 등극하기도 했다.

여전히 롯데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강민호는 2017시즌이 끝난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롯데는 4년 전처럼 강민호에게 올인할 여유가 없었다. 팀 내에 손아섭이라는 더 큰 FA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와의 협상이 원만하지 못했던 강민호는 14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한 롯데 대신 고향팀을 선택했다. 4년 전부터 강민호를 호시탐탐 노리던 삼성에서 4년 8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푸른 피' 장착 완료, 9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

강민호, '3점포 쾅'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 때 3점 홈런을 쳐낸 삼성 강민호가 환호하고 있다.

▲ 강민호, '3점포 쾅' 지난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 때 3점 홈런을 쳐낸 삼성 강민호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은 진갑용과 이지영으로 이어지는 포수 체제로 통합 4연패라는 대위업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5 시즌이 끝난 후 진갑용이 은퇴하고 이지영마저 2017년 타율 .238 무홈런26타점으로 부진했다. 유망주 나원탁(롯데)과 권정웅,김민수의 성장도 요원한 상황. 삼성으로서는 성적 향상을 위해 확실한 주전포수가 필요했고 강민호는 그런 삼성에게 딱 필요한 적임자였다.

삼성이 강민호 영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효과는 바로 타선 강화였다. 강민호는 안정된 투수리드와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A급 포수이면서 지난 3년 동안 77홈런226타점을 기록한 믿음직한 강타자이기도 하다. 강민호가 삼성에서도 롯데 시절과 변함 없는 타격 능력을 선보인다면 타점왕 다린 러프에게 집중된 견제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삼성은 강민호를 통해 팀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시즌 초반 '강민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강민호는 4월까지 타율 .247 3홈런11타점으로 부진했고 팀 아델만과 보니야로 이어지는 새 외국인 투수들과의 호흡도 썩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10억 원의 연봉을 받는 고액 FA 선수로서 삼성의 최하위 추락에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가 고향팀의 분위기, 그리고 파란색 유니폼에 적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강민호는 5월에 열린 18경기에서 타율 .304 7홈런18타점을 몰아치며 완연한 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와의 홈 3연전 3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무서운 몰아치기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홈런으로 시즌 10개의 홈런을 채운 강민호는 2010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팔꿈치 수술을 받아 9홈런에 그친 2009년을 제외하면 최근 12년 중 11번이나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물론 강민호가 아직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득점권 타율은 여전히 .182에 머물러 있고 수비에서도 10개 구단 포수 중 가장 많은 5개를 저질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강민호가 살아나면서 소속팀 삼성 역시 꽤나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은 9위에 머물러 있는 삼성의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삼성도 진정한 '강민호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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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푸른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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