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 NEW


"<독전>은 스트레이트하게 곧장 달릴 수 있는, '강한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내 몸이 혹사가 되든 부러지든 나도 한 번 신나게 가봐야지! 그런 욕망에 가득 차서 촬영을 쭉 했는데 엔딩에서 '왜'라는, 삶에 대한 너무 큰 질문을 받았다. 오락 영화 찍으러 갔다가 철학을 느끼고 온 기분이랄까? 그 질문이 없어지지가 않으니까, 짜증난다. 왜 관객들에게(내게) 감당하지 못할 질문을 주냐고."

<독전>은 조진웅의 말처럼 '스트레이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폭발 사고 이후 조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락'(류준열 분)이 서로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을 잡는다는 목표 아래 러닝타임 내내 달린다.

그런데 조진웅은 노르웨이까지 가서 담은 영화의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연신 의문을 토로했다. 지난 18일 영화 <독전> 개봉 직전에 만난 조진웅은 "내가 감독하면 영화의 엔딩은 이렇게 안 만들 거다"라면서도 "아니지, 감독은 명을 짧게 하는 기로에 서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라면서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이어 "감독은 보통 사람의 DNA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조진웅은 자신이 생각한 다른 엔딩을 감독에게 뒤늦게 말했다면서, "이해영 감독이 그 엔딩으로 촬영한 곳(노르웨이)에 다시 가서 찍자더라. 내가 너무 멀어서 못 간다고 했다"라며 투덜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 NEW


조진웅의 '불평'은 자신이 찍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조진웅은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가 아닌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손과 몸을 자유롭게 쓰면서 자신이 느낀 바를 설명하려 애썼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연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말이 점점 길어지고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고 김주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난 별로 친하지도 않았다"면서도 눈물을 글썽였다.

"난 (김주혁) 선배랑 이번에 처음 작업해 봤다.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당시 선배가 <독전>을 촬영하면서 tvN <아르곤>을 같이 하고 있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에게 좀 본데 없이 다가가는 편이다. (옆에 있는 취재진의 커피를 집어들더니) '이거 뭐지? 내가 좀 먹어봐도 되나?' 이런 식으로. 선배에게도 슬쩍 다가가 <아르곤> 대본을 봤다. 그런데 전체 대본의 7할이 선배 대사인 거다. 내가 '선배님 대본 외울 수 있어요?' 그랬다. '다는 못 외운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지? 다는 못 외우지? 거기 프롬프터도 있지?'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니 지금 선배는 <독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르곤> 대본 외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사실 (김주혁은) 별로 말도 없고 조용했다.

그런데 어느날은 나더러 '연기가 재밌다'고 그랬다. 옛날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연기가 재밌어진 건 지금이라고. 그렇게 재밌어 하고 있는 시기에 가버려서… <독전> 속 하림이라는 캐릭터는 계속 남을 것 같다. 참 대단했다. 그런 '또라이' 같은 캐릭터를 리허설 때도 안 보여주고 본촬영 들어가니까 딱 보여주더라. 내가 하림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서 봤지 않나. 나는 그냥 그 연기에 리액션만 하면 됐다. 가까이서 보는데 정말 신명이 나더라. 멋졌다. 아주 그립다."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 NEW


조진웅은 연기에 욕심을 부리는 배우다. 스스로 "작업할 때는 배역 말고는 하나도 안 보인다"고 고백한다. 그의 후배는 조진웅을 보고 "연기를 대할 때 꼭 종교를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단다. <독전> 속의 조진웅이 맡은 배역 '원호'가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맹목적으로 쫓았다면, 조진웅에게는 연기가 맹목적으로 좇는 대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종교란 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완성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조진웅은 큰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처음 연극영화과 수업을 들어갔을 때 한 교수님께서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없지만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 어떤 '아무나'에 속하는지는 열정이 정하는 거라고 한다.

한 배우의 인터뷰에서 '사촌이 죽어서 너무 슬픈데 자기가 그 슬픈 감정을 들여다 보고 있다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왜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납득이 갈까. 그런 것이 없으면 '굿쟁이 짓'을 못한다. 처음 아버지 이름을 갖고 배우를 한다고 말했을 때 ('진웅'은 배우 조진웅의 아버지 이름이다. 그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이름이 너무 세서 안 된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배우가 굿쟁이지 않나. 굿쟁이만큼 센 게 어딨나. 배우는 범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는 직업군인 거다. 누구나 해낼 수 있다면 억울하지 않겠나. 물론 내가 다른 직업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를 잘 봐주는 관객에게 악수 청하고파"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영화 <독전>에서 마약 조직의 핵심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 역할을 맡은 배우 조진웅. ⓒ NEW


조진웅에게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왜 <독전>을 봐야하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독전>은 나에게 처음으로 (엔딩 속의)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든 영화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어서 영화가 고맙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왜 이 영화가 이런 질문을 던지지?'란 의문은 남는다"고 답했다. 조진웅은 인터뷰의 마지막,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사실 이 영화를 잘 봐주는 관객이 있다면 어떤 동질감이 들 거고 그 관객에게 악수를 꼭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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