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 포스터

▲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 포스터 ⓒ (주)엔케이컨텐츠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웨딩플래너 맥스(장 피에르 바크라 분)는 17세기에 지어진 고성에서 열리는 신랑 피에르(벤자민 라베른헤 분)와 신부 헬레나(주디스 쳄라 분)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언제나처럼 웨이터, 요리사, 사진가, 가수 등 팀원들과 함께 맥스는 꼼꼼하게 대비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계속 터진다. 급기야 연회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 몽땅 상하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맥스는 혼돈으로 치닫는 결혼식을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친구로 남기를 바래>(2005)<우리들의 행복한 나날들>(2006)<뗄로망 프로쉬>(2009)를 함께 작업하고 <언터처블: 1%의 기적>(2011)과 <웰컴, 삼바>(2014)로 엄청난 반응을 얻은 프랑스 최고의 스타 콤비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의 신작이다. 영화는 베테랑 웨딩플래너 맥스가 실수 연발인 직원들, 까다로운 의뢰인, 다양한 돌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가장 멋진 결혼식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는 <언터처블: 1%의 기적><웰컴, 삼바>와 마찬가지로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온기가 공존한다. 프랑스가 겪는 사회 문제를 코미디 장르로 풀어가는 화법도 유효하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와 에릭 토레다노 감독은 사회적인 문제점,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무거운 감정들을 밝고 흥겨운 분위기로 표현하는 코미디로 영화를 조율했다. 시나리오는 두 사람이 영화 연출을 시작하기 전에 실제로 결혼식장에서 웨이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프랑스 특유의 시끌벅적 소동극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의 한 장면

▲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맥스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한 인물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분주하게 뒤엉키는 앙상블 코미디로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화학 반응이 돋보인다. 마치 <숏 컷>과 <내쉬빌>로 앙상블을 제대로 보여준 로버트 알트만을 연상케 한다. 로버트 알트만의 앙상블 스타일이 프랑스 특유의 시끌벅적 소동극과 만난 느낌이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코미디 영화답게 깨알 같은 웃음 요소가 가득하다. 사태를 수습하려고 발버둥 치는 맥스는 빌 머레이의 우유부단함과 신경질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는 듯하다. 직원 아델(아이 하이다라 분)은 <언터처블: 1%의 기적> <웰컴, 삼바>로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흑인 배우 오마 사이처럼 입담을 자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제임스(질 를르슈 분), 사진보다 먹는 것에 신경 쓰는 사진사 기(장 폴 루브 분), 노트 한 권 분량의 연설로 하객을 질리게 하는 신랑 피에르, 일하다 말고 과거 인연이 있었던 신부에게 집적거리는 직원 줄리앙(빈센트 맥케인 분), 눈치도 없고 사고만 저지르는 민폐형 알바 새미(알반 이바노프 분) 등은 혼자 또는 여럿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자동으로 완성되는 문자 기능, 데이트 앱, 스마트폰 카메라 등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디지털 문화를 아날로그형 인물들과 대비시킨 구석도 재미있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의 한 장면

▲ <세라비, 이것이 인생!>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17세기 고성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해프닝은 다인종, 다문화, 다민족으로 형성된 프랑스가 겪는 갈등을 은유한다. 말하자면 결혼식장은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인 셈이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놀라운 점은 위기에 놓인 결혼식, 인종 차별, 노동 시장의 문제, 작은 기업의 어려움 등으로 폭발 직전이던 극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극복한다는 데 있다. 달빛이 비친 풍선 장면과 마지막에 다 같이 어울린 연주 장면은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마법 같은 힘이 무엇인지를 근사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맥스는 결혼식 비용을 낮추고 싶은 예비 신랑, 신부에게 목표로 하는 수준에 맞게 비용이 따라온다면 면박을 준다. 남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이 없어 보인다고 대꾸한다. 도리어 맥스가 반문하며 던진 "기발한 해결책이 있으신가요?"란 대사는 영화가 프랑스 사회에 던진 질문과 다름이 없다. 해답은 극 중에서 "서로 소통하라고 말했잖아"로 제시한다. 그리고 믿는다. "여긴 프랑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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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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