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의 포스터

▲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의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결혼은 왜 할까. 사랑하는 연인과 항상 같이 있고 싶어서, 남들 다하니까 아니면 가족들의 계속되는 부추김에 어쩔 수 없이, 행복한 가정에 대한 이상 등등 각각 이유가 다르거나 딱히 없다.

그럼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는 까닭을 생각해보자. 우선 '결혼비용, 집값 등 비용이 많이 든다'라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만한 돈이 없는 사람도 많다. 뿐만 아니라 추후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결혼은 배우자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약속이다. 즉, 다른 이성을 만날 수 없게 된다. 이성관계에서 자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몰래 바람을 피우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다. 

소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감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에서 나탈리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과 라이언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

▲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에서 나탈리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과 라이언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인 디 에어>(2009)에서는 결혼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해고 전문가이자 동기 부여가인 라이언(조지 클루니)은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방을 열어 소중한 물건들, 사람들을 모두 집어넣고 이를 맸을 때 느껴지는 무게가 자신의 인생의 무게라고.

이 중량이 부담됐는지 그는 결혼은커녕 누나와 여동생과 관계마저 소원하다. 여동생이 자신의 결혼식에,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손을 잡고 들어갈 사람에서 그를 배제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1년에 322일을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해고통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다.

그는 천만 비행 마일리지라는 목표까지 세우며 개인주의적 생활에 대단히 만족한다. 모든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다. 이성이 그리울 땐, 자신과 꼭 닮은 알렉스(베라 파미가)를 만나 사랑을 나누며 외로움도 달랜다. 언뜻 보기엔 여유를 즐기는 멋진 중년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변한다. 점점 알렉스에게 빠져들며, 진심을 담아 외롭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사랑으로 무거워진 관계에 익숙해진다. 그는 결국 결심을 하고 그녀의 집에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행복한 가정을 이룬 유부녀였다. 그리고 라이언은 그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해방구였다고 말한다. 첫 문단에 말한 몰지각한 부류였던 것이다.

요즘 각자의 사정에 따라 결혼을 기피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다만, 그 이유가 라이언처럼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싫어서라면 <인 디 에어>는 다시 한 번 재고해보라고 말한다. 이 메시지가 함축된 장면들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유명인사가 될 수 있는 좋은 강연을 드디어 맡게 된 라이언. 여느 때처럼, 강연장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으라고 역설하려던 그가 무언가를 깨닫고, 뛰쳐나가 알렉스의 집으로 향한다. 비록 그 끝은 비극이었지만 말이다.

두 번째 장면은 천만 마일리지라는 목표를 이룬 그는 그토록 갖고 싶던 플래티넘 카드를 받는다. 만나고 싶던 기장인 메이나드 핀치(샘 엘리어트)와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하나도 기쁘지 않다. 왜냐면 같이 기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장면은 부, 명예, 관계에 대한 부담감보다도 같이 행복을 나눌 소중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뜻 깊은 명장면이다.

성공을 하려면 좌절을 이겨내야 한다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에서 라이언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와 알렉스 역을 맡은 베라 파미가

▲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에서 라이언 역을 맡은 조지 클루니와 알렉스 역을 맡은 베라 파미가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에는 나탈리(안나 켄드릭)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녀는 라이언의 회사에 들어온 호기로운 신입이다. 기존의 직접 찾아가는 해고통보체계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며 원격시스템 도입을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라이언과 함께 직접 해고통보를 하러 다니게 된다. 몸소 겪어보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의 일이 단지 해고사실만 전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면 끝인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아니다. 생계에 적신호가 들어온다. 그들 대부분이 통보를 듣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럼 앞으로 자신의 가족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냐는 것이다. 즉, 가족을 책임져야한다는 이야기다. 라이언이 기피하던 '가방의 무게'가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들에게 라이언, 나탈리를 비롯한 회사 직원들 모두 이렇게 말한다.

"성공을 하려면 좌절을 이겨내야 한다."

이 말은 실제로도 숱한 자기계발 서적, 강연 등에서 교묘하게 말만 바꿔가며 독자, 청자들에게 역설하는 이야기다(아닌 경우도 있다). 생각해보면 참 무책임한 이야기다. 좌절을 통해 겪게 되는 엄청난 압박감, 스트레스 등은 쉽게 없어질 리 만무하다. 여러 고난의 과정을 거치며 본인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지게 마련이다. 성공을 원하면 정신은 박살나도 괜찮단 말인가 싶다. 영화에서도 이를 보여준다.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 중 한명은 나탈리에게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겠다고 말한다. 라이언은 그냥 한 소리라며 그녀를 다독인다. 그러나 정말로 목숨을 끊는다.

그렇다고 살아가면서 좌절이 없을 수만은 없다. 결국 이를 바람직하게 이겨내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힌트로는 쓸 만한 방법이 영화 <인 디 에어>에 나온다. 여동생의 결혼식 당일, 예비신랑이 갑자기 결혼을 망설인다. 두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누나가 라이언에게 그를 설득하라고 등 떠민다. 어쩔 수 없이 그와 이야기하던 라이언은 궁여지책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에 혼자였나?"라는 질문을 한다. 그의 대답은 당연히 NO였고, 다시 마음을 굳게 다잡는다. 이 질문을 "가장 힘든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로 바꿔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이들의 주된 걱정거리였던 가족은, 힘들 때에 곁을 지켜줄 이들이기도 하다. 또한 그들은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결국 가장 행복할 때에도, 가장 슬플 때에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누군가는 꼭 결혼이라는 형태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부모님, 형제, 자매, 연인 등이 될 수도 있다. 혹자는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중한 관계가 짐이라는 생각과 힘이 된다는 생각, 둘 중에 어느 것이 인생을 사는데 더 이로울까. 영화 <인 디 에어>를 보며 이 문제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왕이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