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꿈이 있어 희망을 노래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갖고 있다. ⓒ 이근승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을 갖고 꿈을 향한 위대한 도전의 출발을 알렸다. 주장 기성용과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신태용 감독과 차두리, 김남일 코치 등이 삼성물산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가 제작한 단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입장해 월드컵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에게 인사와 당찬 각오를 전했다.

출정식에는 어쩔 수 없이 불참한 선수도 있었다. 정우영과 김승규, 김진현, 권경원은 소속팀 주말 경기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근호는 부상으로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아쉽게 월드컵 도전이 좌절된 권창훈은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며 출정식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울한 분위기는 없었다. 한 주 중 가장 힘들다는 월요일에 열린 출정식이었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자리해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날 출정식에는 차범근과 최순호, 홍명보, 서정원, 이운재 등 한국 축구의 전설들도 참석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두 번째 원정 16강 도전에 나서는 후배들을 격려했다.

손흥민 "열심히 준비하겠다" 김신욱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이 후배 손흥민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이 후배 손흥민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이근승


차범근 전 감독은 손흥민을 향해 "내 기록을 다 갈아치우고 있다"면서 "견고한 벽을 허물려면 저처럼 소심해서는 안 되고 손흥민 선수처럼 해야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트라이커 황희찬을 향해서도 "많이 기대되는 선수"라면서 "(손흥민과 황희찬, 김신욱 등) 우리 공격수들이 뭔가 해결할 것"이란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전설' 차범근의 믿음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국민과 축구팬이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차범근 전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김신욱은 "내가 가진 능력으로 동료와 팀을 위해 뛰겠다"면서 "내가 첫 골을 넣으면 좋겠지만 옆에 있는 선수들이 득점을 기록할 수 있도록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전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막내 이승우.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막내 이승우. ⓒ 이근승


유독 뜨거운 함성 속에 등장한 선수가 있었다. 대표팀 막내 이승우였다. 그는 패기 넘치는 각오로 팬들의 기대에 응답했다. 첫 월드컵 출전 소감을 다섯 글자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거 실화냐'는 재치 넘치는 반응을 보였고,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대표팀에 들어와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떨린다'면서 "최고의 선수들과 뛰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밝혔다.

프로 1년 차, 이제 만으로 20살이지만 긴장된 모습보다는 꿈의 무대를 밟을 기대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진지한 각오 드러낸 신태용 감독과 코치, 선수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주장 기성용이 당찬 각오를 전하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주장 기성용이 당찬 각오를 전하고 있다. ⓒ 이근승


모델 못지않은 기럭지와 수려한 외모로 이목을 끈 주장 기성용은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코앞에 둔 그는 "부상 선수도 나오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된다"면서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서 국민에게 큰 힘을 주고 기쁨이 되어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무리는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장식했다. 신태용 감독은 "오늘 유독 슈트빨이 잘 받는다. 혹시 독일 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의 의상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갤럭시에서 옷을 협찬해주는데 제가 더 멋있게 입고 나가 보려 한다"는 여유를 보였다.

진지함도 빼놓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2010년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할 때 우리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우승해줘서 '난놈'이란 호칭을 들었는데 이번에도 23명의 전사들이 저를 한 번 더 '난놈'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여전한 카리스마로 여심을 흔든 김남일 코치는 '빠따 코치'로 소개된 것에 대해 "제가 지난번 인터뷰에서 실수한 것 같다. 죄송하다"는 재미난 말을 전한 뒤, "앞으로 우리가 힘든 여정이 될 텐데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경기들이 많다. 선수들이 하나 돼서 경기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마무리를 책임진 대표팀 코칭스태프.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마무리를 책임진 대표팀 코칭스태프. ⓒ 이근승


스웨덴과 독일 등 본선에서 맞붙을 상대를 집중 분석하고 있는 차두리 코치도 각오를 전했다. 차두리 코치는 "말처럼 쉬우면 좋겠는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독일뿐 아니라 스웨덴과 멕시코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축구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후배들과 월드컵에 가서 팬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승패는 하늘에 맡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출정식 행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사인과 사진 요청을 서슴지 않았고, 선수들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팬들의 요청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월드 스타' 손흥민은 팬들의 뜨거운 요청에 하나하나 응답하지 못하는 것에 고개를 숙이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손흥민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손흥민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다. ⓒ 이근승


대표팀은 곧바로 파주 NFC로 이동해 본격적인 러시아 월드컵 준비를 시작한다. 28일에는 대구에서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치르고, 내달 1일에는 에딘 제코가 버티는 보스니아와 전주에서 맞붙는다. 이후 최종명단 23명을 확정한 뒤, 내달 3일 월드컵 사전 전지훈련 장소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우리보다 약한 상대는 없다. 신태용호는 기적에 도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맞붙기도 전에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설'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후배들을 향해 "지도상의 한계는 있지만 능력의 한계는 없다"는 멋진 말을 전했다. 하나로 똘똘 뭉쳐 후회 없이 싸운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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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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