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넣는 권창훈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한국의 권창훈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 선제골 넣는 권창훈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한국의 권창훈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의 베스트11로 기대를 모았던 유럽파 권창훈(디종)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신태용 감독은 일단 권창훈의 대체자를 발탁하지 않고 기존 선수단 27인으로 소집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권창훈의 부상으로 인한 월드컵대표팀 탈락을 공식발표했다. 권창훈은 지난 20일 앙제와의 프랑스 리그앙 최종전에 선발로 출전했다가 후반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프랑스축구협회는 권창훈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은 회복에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권창훈의 월드컵 출전은 불발됐다. 대표팀 소집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된 권창훈은 현지에서 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을 당한 시기와 과정이 모두 아쉽다. 권창훈은 한국축구 대표팀의 핵심멤버로 평가받는 상황이었다. 디종은 이미 최종전을 앞두고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가운데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 등을 놓고 순위싸움을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기성용(스완지), 손흥민(토트넘) 등 월드컵 출전을 앞둔 다른 대표 선수들이 순위 싸움이 결정된 상황에서 구단으로부터 휴식을 부여받는 배려를 누렸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권창훈을 출전시킨 디종의 판단은 뼈아팠다.

염기훈에 이어 또 부상자... 위기에 놓인 신태용호 '플랜A'

신태용호는 당장 권창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표팀은 이미 김민재(전북), 염기훈(수원) 등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김진수(전북)도 1차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월드컵 본선까지 컨디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이근호(강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 등도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도 모자랄 시점에 플랜A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권창훈은 신태용호의 주전술인 4-4-2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설 것이 유력했다. 올시즌 리그앙에서 2선 공격수임에도 필드골로만 11골을 기록하는 물 오른 득점력을 발휘하던 권창훈은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이번 대표팀에서 공격진의 주축으로 가장 기대를 모으던 선수였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은 그간 대표팀의 가장 확실한 골잡이인 손흥민을 중심으로 그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손흥민은 득점력이 좋지만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는 아니다. 그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려면 최대한 골문에서 가까운 최전방에 기용해야 하지만, 그에게는 몰리는 집중수비와 수비부담을 분산할 도우미 지원이 필요했다.

여기서 권창훈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측면 공격수지만 중앙 침투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이며 손흥민-황희찬과 함께 유기적인 스위칭을 통하여 공격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권창훈의 역할이었다. 이런 권창훈이 빠진다는 것은 한마디로 월드컵에서 보여줄 신태용식 전술의 근간이 흔들리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대표팀의 구성상 권창훈의 역할을 완전하게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 권창훈과 유사한 스타일을 지닌 선수로 그나마 이재성(전북)을 꼽을 수 있지만 득점력은 권창훈에 못 미치고 무엇보다 몸싸움이 강한 유럽팀들과의 경쟁력 면에서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이승우, 이청용, 이근호, 구자철, 석현준... 대체할 선수는 누가 될까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눈에 띄는 이름은 이청용과 이승우다. 월드컵 1차명단에서 예상을 깨고 깜짝 발탁된 두 선수는 권창훈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같은 측면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어쨌든 권창훈의 부상으로 인하여 두 선수의 최종엔트리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청용과 이승우 모두 올시즌 리그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이청용은 최근 몇 년간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잃었고, 이승우는 성인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신태용호의 4-4-2에서 측면 공격수에게 요구하는 폭넓은 활동량과 수비가담을 갖췄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인 이근호와 구자철의 포지션 이동도 가능한 대안이다. 이근호는 신태용호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있지만 주포지션은 원래 2선 공격수다. 구자철도 소속팀에서 종종 측면으로 나선 경험이 있다. 다만 이근호는 신태용호에서 아직까지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노장이다 보니 측면에서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에 더 익숙하다. 두 선수 모두 최근 잔부상을 안고 있어서 회복 여부도 더 지켜봐야 한다.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이근호가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이근호가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비명단에 있는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석현준(트루아)이나 지동원(다름슈타트)도 있다. 이들은 포지션이나 플레이스타일 면에서 직접적으로 권창훈을 대체할 만한 선수들은 아니지만 최소한 대표팀 전술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카드다.

끝내 권창훈의 대안이 여의치 않다면 아예 전술 자체를 바꾸는 강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지난 1차 명단 발표시점부터 플랜A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수비 불안 때문에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변화를 검토한 것이지만 권창훈마저 부상당하며 공격진까지 흔들리고 있다면 아예 새 판짜기를 생각해볼 만하다.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를 두지 않는 3-5-2나 3-4-3으로 변화가 유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평가전에서 보여준 스리백의 완성도가 포백에 비하여 그다지 미덥지 못하고, 에이스 손흥민이 확실한 최전방 파트너가 없다면 중앙공격수로서의 위력이 반감된다는 약점이 있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더 큰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고민에 빠진 신태용 감독이 과연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로 눈 위를 다쳐 붕대를 감은 석현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 상대 수비의 거친 파울로 눈 위를 다쳐 붕대를 감은 석현준이 상대 수비수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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