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올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는 소사(LG)다.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대량 실점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12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올해 7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지만, 올시즌 가장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과 최다 이닝 1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3위, 탈삼진 공동 6위 등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선발 등판한 10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만큼 페이스가 좋다. 그러나 선발승을 맛본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심지어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소사에 비해 기록이 좋지 않은 임찬규(5승), 차우찬(4승)이 더 많은 승수를 올렸다.

팀 입장에서는 소사의 호투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소사가 나올 때 많은 선발승을 안겨주지 못하고 팀이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러한 불운이 계속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팀도, 선수 본인도 지치게 된다.

LG 선발 소사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LG 선발 소사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당 7이닝 소화' 소사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

소사는 10경기 동안 총 70이닝을 소화했다. 3월 27일 넥센전, 5월 13일 SK전을 제외하면 전 경기 7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지난 2일 한화전과 8일 롯데전에서는 8이닝을 책임졌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적어도 6이닝 이상 소화한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했다.

팀이 소사가 등판한 10경기에서 4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산체스(SK, 등판 시 7승 1패)나 후랭코프(두산, 등판 시 7승 2패), 양현종(KIA, 등판 시 7승 3패) 등 다른 팀 선발 투수들보다 등판 시 팀 승률이 낮다. 소사가 내려간 이후 불펜이 무너지거나 타선의 지원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소사의 올시즌 득점지원은 4.89점으로 리그 전체 19위다. 물론 브리검, 최원태(이상 넥센), 고영표(KT) 등 소사보다 적게 지원을 받는 투수도 있지만,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소사로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한화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날 소사는 7회까지 공을 던지면서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QS+를 기록했는데 패전을 떠안았다. 타선에서는 채은성의 1타점 적시타를 제외하면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팀의 에이스가 등판한 날에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LG는 결국 한화에게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팀의 1선발이라면 그에 걸맞게 타선도 어느 정도 지원해줘야 한다. 이는 정규시즌을 치르는 데에 있어서 1선발에게 큰 힘이 된다. 소사의 상황은 그렇지도 못하고, 이젠 심각할 정도이다.

커리어하이 바라보는 소사, 타선 지원 없으면 불가능하다

빼어난 활약을 선보이는 선발 투수들은 본인의 활약과 더불어 타선의 든든한 지원도 받기 마련이다. 올시즌 5승을 기록한 박종훈(SK)은 8.43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고 임찬규(LG, 7.90점)나 후랭코프(두산, 7.59점)도 비슷하다. '지난해 MVP' 양현종(KIA)도 올시즌 경기당 7.30점의 지원을 받으며 다승 부분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소사의 현재 기록이라면 KBO리그 이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제구 난조도 보이지 않고 구위도 여전히 좋다. 아직 완투나 완봉은 없었지만, 지난해 완투를 두 차례나 달성한 만큼 타선이 지원한다면 소사가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 소사가 할 일은 그저 본인이 선발 등판했을 때 타자들이 잘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소사의 페이스가 유지되더라도 타자들의 지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소사의 커리어하이 시즌도 어렵고 순위 경쟁에서의 생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승패 마진 -2로 중위권 유지가 녹록지 않은 LG가 소사에게 승리를 안겨줘야 할 이유이다.

2015년 194.1이닝, 2016년 199이닝, 2017년 185.1이닝을 던진 소사는 남은 경기에서도 경기당 6이닝 이상을 소화한다면 190이닝 이상, 혹은 2016년에 달성하지 못한 꿈의 200이닝도 기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모든 것은 타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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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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