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이하 포항)의 결과 자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만 만나면 고전했던 고질병은 이번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전반 초반부터 끊임없는 역습을 이어갔지만 결정타가 부족했다. 게다가 후반 막판 갑작스러운 수비 운영 변화로 선제골을 허용하는 불상사도 생겼다. 하지만 후반 막판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임으로써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클래식) 2018 14라운드 포항과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1대1 무승부로 양 팀 모두 승점 1점씩을 나눠가지는데 그쳤다. 교체 투입된 데얀이 후반 27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30분 포항의 레오가말류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양 팀은 승리를 위해 분전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골은 나오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 팀 모두 이 경기 전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포항은 지난 라운드 전북현대모터스(이하 전북)와의 맞대결에서 3대0 대승을 일궈냈다. 물론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인해 힘을 빼고 경기를 치른 감이 없지 않지만 선두 전북을 잡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포항은 그 경기 승리로 6경기 만에 승리를 기록하며 최근 부진을 끊어냈다. 이번 수원전 무승부로 2경기 연속 무패의 좋은 흐름 속에 월드컵 휴식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물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김승대가 이날도 중원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십분 수행했고, 최근 교체 출전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레오가말류가 풀타임 활약하며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최순호 감독의 선발 출전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냈다.

수원도 지난 주중에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울산현대축구단과의 경기에서 1차전의 패배를 뒤집는 3대0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으며 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팀의 주축인 염기훈이 갈비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가운데 대체 선수인 김건희가 그 공백을 최소화 하는 중이었다. 데얀도 최근 로테이션 속에서 적절한 출전 분배를 받았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해 오랜만의 리그 득점을 쏘아 올렸지만 아쉽게도 팀의 무승부로 빛바랜 득점이 되고 말았다.

종적인 역습 플레이 포항 vs 횡적인 점유율 플레이 수원

이날 경기 초반에는 미드필더 싸움이 인상적이었다. 양 팀의 많은 선수들이 중원에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가져갔다. 하지만 양 팀이 미드필더에서부터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 차이는 존재했다.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종적 움직임을 가져갔다. 중원에서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올리기보다는 수비에서의 긴 전진 패스를 통해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김승대가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승대는 수비 시 수비진 앞까지 내려오면서 수비에 가담한 다음, 공을 끊어낸 후에는 정확한 패스로 선이 굵은 축구를 전개했다.  

스리백을 기본 수비 포메이션으로 사용하는 수원이 수비 시 파이브백을 형성하면 포항 입장에서는 답답한 공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포항의 공격수들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자마자 문전으로 빠른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날 경기에서 최순호 감독이 최근 출전 시간을 늘려가던 이근호를 대신 레오가말류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양측 윙 포워드인 이상기와 송승민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수원의 수비수들을 벗겨내고 레오가말류가 최전방에서 버티면서 수원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중반 송승민의 적극성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포항 이적 이후 첫 득점에 성공한 송승민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포항의 공격을 적극 지원했다.  

수원은 포항의 역습에 맞아 맞불을 놓기보다는 2선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기를 자신 쪽으로 가져왔다. 그 과정에서 수원의 미드필더들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포항의 수비진을 교란시켰다. 포항에 김승대가 있었다면 수원에서는 김종우가 중원의 키였다. 수원의 공격수들이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공격을 펼치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 자체가 빨라야 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우의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가 빛났다. 측면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을 향해 빠르게 공을 전달하면서 포항의 측면 수비수들을 흔들었다. 그는 공간이 나면 슈팅도 아끼지 않았다. 전반 15분, 임상협의 크로스를 받아 환상적인 발리슛을 이어갔지만 왼쪽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임상협과 바그닝요의 왕성한 활동량도 수원의 공격에 한몫을 더했다. 이 두 선수는 자신들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는 스위칭을 가져갔다. 윙백인 장호익과 박형진의 오버래핑이 지속되는 가운데 임상협과 바그닝요가 자신들을 마킹하고 있는 수비를 끌어당기면서 포항 수비의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박스 안에서 최소한의 패스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공격에서의 속도감 자체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전반 중반부터 경기의 흐름이 수원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선제골 내준 포항, 제공권 장악으로 1대1 무승부 수확

전반 막바지부터 포항의 역습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우선 경기가 풀리지 않자 레오가말류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플레이를 이어갔다. 레오가말류가 낮은 위치에서 공을 잡게 되면서 단번에 최전방으로 공격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측면의 송승민과 이상기가 보다 아래에서 공을 받은 후 공격으로 전환해야 했기 때문에 역습 템포가 줄어들었다. 수원의 전방 압박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수원의 공격수들이 공을 뺏긴 위치에서 곧바로 압박에 들어가며 포항 수비수들의 실수를 만들어냈다. 최성근과 김종우도 중원에서 상대 패스 줄기를 읽어내면서 전진 패스를 지연시켰다.

포항은 이날 경기의 핵심이었던 역습이 원활히 흘러가지 못한 데 이어, 후반 27분 데얀에게 선제골까지 얻어맞았다. 후반 20분 임상협과 교체되어 들어온 데얀이 시즌 3호 골을 터뜨렸다. 포항 최순호 감독은 후반 초반 배슬기를 투입시키면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수원 공격이 날카로워짐에 따라 우선 수비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 변경이었다. 강상우와 권완규, 두 윙백이 수원의 측면 공격을 막았고 나머지 센터백들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되는 패스와 크로스를 제지했다. 하지만 데얀이 중원에서 측면으로 빠져나가면서 한순간에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며 선제골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얻어맞은 포항은 무너질 공산이 높았다. 수비에 힘을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점을 허용하면서 전술 변화에 역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항은 진영을 가다듬고 공격으로 올라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동점골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단 3분 만에 레오가말류가 동점을 만들어냈다. 강상우가 중원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다. 선제골 이후 수원 수비수들의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을 잘 이용했다. 레오가말류의 움직임도 좋았다. 크로스가 올라오는 동안 페인팅을 통해 매튜를 완벽하게 속이며 자유롭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냈다.

이후 포항은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수원 선수들이 득점을 위해 올라오면서 전반 후반부터 힘이 줄어들었던 역습도 또 다시 불을 뿜었다. 전반 초반 좋은 활약을 보여준 김승대가 탁월한 침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강상우와 권완규는 빠르게 공을 문전 쪽으로 붙이면서 레오가말류의 머리를 노렸다. 이 과정에서 포항은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수비에서는 채프만과 알레망이 끝까지 버텨줬다. 데얀과 김건희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중볼 경합을 해봤지만 이 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까지 포항의 공세가 지속됐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가져온 포항이 신바람을 내고 라인을 올리면서 내심 역전골까지 욕심을 냈지만 다소 시동이 늦었다. 그러나 포항의 이번 무승부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였다. 최순호 감독도 경기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우리 선수들이 강한 상대 맞아서 기술적 전술적으로 체력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점골을 넣으며 무승부를 거둔 것을 칭찬하고 싶다. 후반기에는 승리하는 경기를 해야겠지만 오늘처럼 빠른 템포, 활기찬 경기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대 강점인 역습에 더해, 단순하지만 강력한 제공권 축구까지 구현된다면 포항은 후반기 일정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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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포항스틸러스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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