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었던 FA컵 결승전에서 웃지 못했다.

맨유는 20일 오전 1시 1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 첼시와 맞대결에서 0-1로 패배했다. 맨유는 폴 포그바와 알렉시스 산체스, 네마냐 마티치를 비롯해 컵 대회에서는 휴식을 취하던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까지 총출동시켰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맨유는 첼시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한방에 무너졌다. 전반 20분, 아자르는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맨유 진영으로 넘겨준 볼을 마법 같은 볼 터치로 받아냈다. 아자르를 막아선 크리스 스몰링은 역동작에 걸렸고,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를 뽐낸 사내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자르는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스몰링의 반칙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포그바의 탱크 같은 드리블이 만들어낸 역습과 마커스 래쉬포드의 결정적인 슈팅으로 동점을 노렸지만 첼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로멜루 루카쿠와 앤서니 마샬, 후안 마타를 투입해 공격의 힘을 더했지만 기적은 없었다. 오히려 마르코스 알론소에게 추가 실점 기회를 내주는 등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0-1', 결국 맨유는 아자르의 선제 결승골에 무릎을 꿇었다.

'무리뉴 2년 차', 그래서 더 아쉬운 맨유의 '무관'

맨유는 '무관'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대형 클럽 맨유이기에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을 객관적으로 돌아본다면,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시즌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맨유는 올 시즌 리그에서 2위를 기록했다.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2012·2013시즌 이후 최고 성적이다.

데이비드 모예스가 팀을 지휘했던 2013·2014시즌, '디펜딩 챔피언' 맨유는 리그 7위로 추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선전(3위)을 이끈 루이스 반할이 지휘봉을 이어받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14·2015시즌, 가까스로 리그 4위를 차지했다. 우승팀 첼시와 승점 차는 무려 17점이었다.

2015·2016시즌에는 5위에 그치면서 차기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아래 UCL) 출전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앙헬 디마리아와 멤피스 데파이, 라다멜 팔카오 등을 영입했지만, 맨유는 평범한 팀으로 빠르게 추락했다.

2016·2017시즌, 반할이 물러나고 '스폐셜 원' 조세 무리뉴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맨유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리그에서는 6위에 머물렀지만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차기 시즌 UCL 복귀에 성공했다. 끝이 아니었다. EFL컵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이벤트 성격이 강한 대회지만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의 2년 차 시즌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팀을 맡은 2년 차 시즌 누구보다 화려한 성과를 냈다.

FC 포르투에서 2년 차를 맞이한 2003·2004시즌, 무리뉴 감독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을 써내며 UCL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를 키워 파는데 능한 포르투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대형 구단을 따돌리고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지금도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힌다. 

첼시에서의 2년 차도 마찬가지였다. 2005·2006시즌, 무리뉴는 첼시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2연패를 이끌었다. 퍼거슨이 지휘하던 맨유는 2년 차를 맞이한 무리뉴의 첼시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인터밀란 2년 차(2009·2010시즌)에는 리그와 FA컵, UCL 모두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년 차였던 2011·2012시즌에는 당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사상 최다 승점(10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리오넬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워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바르셀로나 시대의 균열을 불러온 신호탄이었다.

'100% 확률', 믿고 보는 무리뉴의 2년 차였다. 2013년 여름 첼시로 복귀한 무리뉴는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 또다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또 있다. 무리뉴는 유독 결승전에 강했다. 올 시즌 FA컵 결승전 전까지,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후 총 14번의 결승전을 치러 12승 2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특히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100%(6전 6승)의 승률을 보였다.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이 "그래도 무리뉴의 맨유가 첼시를 꺾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유다.

무관. 맨유에서 나름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터라 올 시즌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진리라 믿었던 무리뉴 2년 차의 법칙이 깨졌기에 아쉬움의 감정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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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VS첼시 조세 무리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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