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무리뉴 2년차'라는 유명한 신조어가 있다. 주제 무리뉴(맨유) 감독이 가는 팀마다 유독 부임 2년 차에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징크스를 빗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FC포르투에서 2년차였던 2003~2004시즌 팀을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우승으로 이끌며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해 첼시로 옮겨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뒤 2번째 시즌이었던 2005~06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이탈리아 인터밀란 2년차였던 2009~2010시즌에는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2년차였던 2011~2012시즌에도 승점 100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프리메라리가 사상 최고 승점 우승 기록이자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연속 우승 독주체제를 저지했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2013년 다시 첼시로 돌아온 무리뉴 감독은 이번에도 부임 두번째 시즌이던 2014~2015시즌 첼시를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컵 정상으로 이끌며 2관왕을 달성했다. 즉시전력감과 실리축구를 중시하는 무리뉴 감독의 스타일이 일정한 적응기를 거쳐 2년차에 정점에 오르는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 맨유 2번째 시즌에서 '무리뉴 2년차'의 공식은 처음으로 깨졌다. 맨유는 올시즌 참가한 4개의 대회에서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하며 무관에 그쳤다.

슈퍼컵에서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에게 완패했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리그컵에서는 16강에서 강등팀인 스토크시티에 승부차기 끝에 무너졌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FA컵에서도 19일 결승전에서 첼시에게 0대1로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리그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6위에 그친 지난 시즌보다 크게 향상된 성적을 보였지만 리그 우승팀이자 지역 라이벌 맨시티와의 승점 격차는 무려 19점이나 됐다.

잉글랜드 무대 결승전 첫 패배도 눈에 띈다. 무리뉴 감독은 그간 각종 대회마다 결승 무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 첼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맨유 등 여러 명문팀들을 이끌며 총 14번의 결승전에서 12승 2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특히 잉글랜드 무대만 국한하면 첼시와 맨유를 이끌고 총 6번의 결승전을 치러 모두 승리리한바 있다. 하지만 FA컵 결승전 패배를 통하여 잉글랜드 결승전 불패공식도 처음으로 깨졌고 그 상대가 하필이면 자신의 친정팀인 첼시였다는 것도 얄궂은 운명이다.

지난 시즌 비록 리그 성적은 좋지않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커뮤니티 실드, 리그컵,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3관왕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맨유는 올시즌 무리뉴 감독 체제 안정기에 접어든 데다 공격적인 투자로 로멜로 루카루, 네마냐 마티치에 이어 겨울이적시장에서는 아스널에서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가세하는 등 각 포지션에 알찬 전력보강을 이루어내며 기대치를 더 높였다. 시즌 초반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며 연승행진을 달릴 때만해도 무리뉴 2년차의 불패 공식이 다시 회자될 정도였다.

하지만 맨유 이상의 파격적인 투자와 과르디올라의 점유율 축구가 무르익은 맨시티의 독주체제가 시작되면서 기세는 주춤했다. 루카쿠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함께 무리뉴 감독의 축구가 지루하고 단조롭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강팀에 강하면서도 약팀에 종종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도깨비 행보가 반복되면서 맨시티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한때 4위권 수성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기도 했다. 그래도 뒷심을 발휘하여 2위는 지켰지만 맨유라는 이름값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어떻게보면 이런 결과가 바로 맨유 전력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은 팀의 스쿼드를 강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슐리 영,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등 맨유의 수비라인은 여전히 '퍼거슨 시대'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마테오 다르미안, 달레이 블린트, 루크 쇼 등은 무리뉴 감독에게 그리 중용되지 못했고 마커스 래쉬포드와 앙토니 마샬은 올시즌 성장세가 정체되는 모습이 두드러졌으며 제시 린가드는 간간이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기복이 심했다. 후안 마타는 노쇠했고 마이클 캐릭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맨유의 선수단에서 월드클래스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골키퍼 데 헤아 정도에 불과하다. 이적생인 루카쿠와 마티치가 잘해줬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어서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지나치게 과부하가 걸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하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무릎부상을 당한 이후 팀의 전력이 급락했듯이 맨유가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지며 무관에 그친 것도 루카루의 부상 공백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맨유는 올시즌 내내 빅클럽답지않게 몇몇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때 이를 대체할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과 유망주 육성능력도 끊임없이 도마에 올랐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시대 이후 벌써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림자를 지우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천하의 무리뉴 감독에게도 맨유의 재건이라는 임무는 역시 쉽지않아보인다. 첼시 시절 막바지부터 최근 몇 년간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무리뉴 감독은 더 이상 스페셜 원이 아니라 준수한 여러 감독 중의 한 명에 가깝다.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과르디올라와 콘콘테는 각각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클롭 감독도 리버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며 무리뉴 감독의 행보와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무리뉴 감독에게는 다음 시즌이 더 걱정이다. 무리뉴 2년차와 비견되는 3년차 징크스도 있다. 2년차에 최고의 성적을 올린다면 3년차에는 성적 하락과 슬럼프로 위기가 찾아온다는 패턴이다. 특히 올시즌 무관에 그치며 위기가 일찍 찾아온 무리뉴 감독에게는 다음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맨유가 다음 시즌 무리뉴 감독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전력보강에 통 큰 투자를 지원해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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