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격진도 불안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축구대표팀이 이번엔 권창훈(디종)과 이근호(강원) 부상이라는 비보를 접했다.

권창훈은 20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디종의 스타드 가스통 제라르에서 열린 2017~2018 리그앙 최종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후반 31분 부상을 당해 교체 됐다. 디종의 발표에 의하면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은 물건너갔고 8월 인천 아시안게임도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도 19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경남FC와 원정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이근호는 병원 진단 결과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소견을 받아 대표팀 합류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권창훈과 이근호는 신태용호 출범 이후 꾸준히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두 선수 모두 2선에서 전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고 득점력까지 갖춰 전술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권창훈의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고 이근호도 컨디션 회복이 늦어진다면 대표팀으로서는 공격진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신태용호는 지난 14일 러시아 월드컵 1차 명단 28명을 발표했지만 수비의 핵인 김민재(전북 현대)-미드필더 염기훈(수원) 등 일부 선수들을 부상으로 발탁하지 못했다. 신태용호는 지난해 출범 이후 1년여간 대체로 '공격은 준수하지만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감독은 철저한 공격축구 신봉자다. 유럽파 선수들과 월드컵 경험자들이 포진한 공격진의 이름값이 역대 한국축구 사상 손꼽힐 정도인 데다 최근 A매치 1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할만큼 '강팀을 상대로도 한골 이상은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28인 명단에서도 여론의 관심은 수비수들의 개인기량과 조합 여부에 초점이 더 맞춰졌다.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공격진도 더이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대표팀 공격진에서 안정권으로 꼽히는 선수는 손흥민(토트넘)-황희찬(잘츠부르크)-김신욱(전북)-이근호까지 4명 정도다. 투톱을 쓰는 4-4-2 전술이 신태용호의 플랜A라고 했을 때 손흥민과 황희찬이 선발, 이근호와 김신욱이 조커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지난 2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39골을 넣으며 유럽무대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즌 막판 골침묵에 빠지며 부진했다. 알고보니 4월 이후 지속적인 발목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에 나선 것이 알려져 우려를 자아냈다.

신태용호는 아직 최상의 '손흥민 활용법'에 대하여 100%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다. 손흥민은 분명히 한국이 보유한 최고의 공격 자원이기는 하지만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상의 문제로 인하여 활용하기가 까다로운 선수로도 꼽힌다. 스피드와 공간침투에 최적화됐기에 전형적인 원톱이나 중앙공격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게 지난 3월 유럽원정 2연전에서도 확인됐다.

측면으로 돌리면 손흥민의 득점력을 대체할 최전방 자원이 마땅하지 않고 중앙에 기용하자니 반드시 그에게 집중된 견제와 수비부담을 분산해줄 좋은 투톱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는 옵션이 붙는다.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표팀의 전체적인 포메이션과 공수 밸런스에도 적지않은 나비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체력적 부담과 잔부상에 시달린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다면 대표팀으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황희찬이 있지만 그는 대표팀 막내급으로서 월드컵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랜 B'도 불안정하다. 프랑스리그에서 물오른 득점력을 자랑하던 권창훈과 대표팀내 최고의 크로스 능력을 보유했던 염기훈의 연쇄 이탈로 대표팀 2선의 두 축이 붕괴됐다. 이근호는 연계형 공격수로서 많은 전술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태용호에만 국한하면 주축 공격자원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득점이 전무하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제공권이라는 확실한 희소성이 있지만 지난 3월 유럽원정에서 보듯 체격조건이 좋고 조직력이 빼어난 유럽팀을 상대로도 최상의 위력을 발휘할수 있느냐는 고민이 있는 데다 그간 대표팀에서 손흥민과의 시너지효과도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현재 공격 대체 자원이 그다지 여유로운 편이 아니다. 무려 12명의 선수를 선발한 수비자원에 비하여 공격진은 지금의 멤버 구성이 사실상 신태용호가 꺼내들 수 있는 자원을 모두 긁어모은 것에 가깝다. 예비명단을 돌아봐도 대체할 만한 공격자원은 석현준(트루아)과 지동원(다름슈타트) 정도에 불과한데 이들이 가세한다고 기존 선수들보다 크게 낫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올시즌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못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까지 명단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공격수로 활용가능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시즌 막바지에 부상에 시달린 바 있어서 컨디션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청용, 지동원, 석현준 등 일부 유럽파들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더욱 높아졌다. 월드컵까지 얼마남지않은 시간동안 더 이상의 부상선수가 나오지않는 상황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하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숙제다. 가뜩이나 죽음의 조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하는 신태용호에 연이은 악재까지 겹치며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행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러시아월드컵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