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안은미가 북한춤에 대한 연구와 재구성으로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을 선보인다. 그는 국제적 명성의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Theatre de la Ville) 극장 상주예술가로 최근 선정되어 한국 현대무용의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이 극장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상주예술가다.

오는 6월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한다. 전통 공연예술 확장 실험 시리즈 <문밖의 사람들- 문외한(門外漢)>의 첫 작품이다. 공연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유튜브로 시작한 '북한춤' 연구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PRM


"무서워서 시선을 닫고 쳐다보지 않았던 그곳(북한)의 춤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관심이 갔고 해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하지만 북한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했다. 그런데 유튜브를 통해서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검색창에 '북한'을 치는 것도 무서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에 '북한춤'을 치면 자료가 많이 뜨기 시작하더라. 그때 희망을 가졌다. 우리가 정치를 넘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 그들을 만났을 때 편견과 오해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안은미)

안은미는 유튜브와 한국 신무용 개척자인 최승희 선생이 남긴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1958)을 토대로 북한춤을 연구해 공연의 안무를 짰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은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성사됐는지 이어서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공연을 선보였는데 끝나고 분석하면서 든 생각이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아리랑이 있는데' 하는 것이었다"며 "우리가 정말 아리랑을 완성하려면 북한의 아리랑까지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리 전통의 원류가 무엇이고 남한과 북한이 합쳐졌을 때 함께 갈 '우리의 전통'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때 마침 안은미 선생님도 똑같은 고민을 했던 거다. '내년엔 북한아리랑 한 번 하자' 말씀하시더라. 요즘 남북교류가 이뤄지고 주목받으니 반짝 나오는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공연의 준비는 작년 연말부터 시작했다. 행운이 와서 남북교류의 장이 열려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손혜리)

"북한춤은 최승희에서 멈췄다"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PRM


"북한무용은 최승희 선생님에서 멈췄다. 최승희 선생님의 무용을 남한에서 재연하지만 그 이후의 발전에 있어서는 이뤄진 게 없다. 통일의 물꼬를 트면 이제는 우리가 땅을 건너서 춤출수 있고 바다를 건너서 춤출 수 있다. 그런 걸 해야 한다." (안은미)

안은미는 남한과 북한 무용의 다른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남한)의 전통무용은 호흡과 척추를 땅으로 내리는 반면 북한무용은 척추가 서 있고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라며 "북한은 근대에 발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이런 저런 (문화가) 많이 섞여서 새롭게 태어난 디자인이라면 북한은 자기 것을 오래 지켜서 만들어진 그런 디자인의 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무슨 축제를 해도 춤을 춘다. 어마어마한 광장에서 몇 천명의 남녀가 춤을 추면서 패턴을 바꿔가며 대형을 만든다. 남녀가 멈추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뛰는데 평상시에도 그런 춤을 배우는 것 같다. 그리고 북한에도 막춤이 있다." (안은미)

북한춤의 특징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안은미는 "북한춤은 굉장히 미니멀하기 때문에 뭘 붙여도 우리 것이 되고, 또 누구나 쉽게 출 수 있다"며 "이렇게 개방적인 춤의 콘텐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은미 안은미컴퍼니 페이스북에 실린 <안은미의 북한춤>관련 사진

▲ 안은미 안은미컴퍼니 페이스북에 실린 <안은미의 북한춤>관련 사진 ⓒ 안은미컴퍼니


안은미의 북한춤 안은미컴퍼니 페이스북에 실린 <안은미의 북한춤>관련 사진

▲ 안은미의 북한춤 안은미컴퍼니 페이스북에 실린 <안은미의 북한춤>관련 사진 ⓒ 안은미컴퍼니


손 이사장은 <안은미의 북한춤> 공연이 세계로 뻗어나갈 거라고 예고했다. 이번 작품은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도 공연되며 추후 다른 곳에서도 공연이 올려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 이 공연에 관한 관심이 크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해 이렇게 특별히 관심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한국적인 전통, 우리의 오리지널리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걸 가진 아티스트를 해외에서 많이 원하더라. 안은미 선생님은 해외에서 정말 많은 콜을 받는다. 또, 크로스오버 국악팀 잠비나이와 판소리 창법을 녹인 가수 최고은도 해외에서 많은 콜을 받는다. 우리의 전통이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단 걸 느꼈다." (손혜리)

끝으로 안은미는 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춤은 언어가 없기 때문에 경계선 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빨리 가서 손잡자. 전 세계가 행복해지는 일은 손잡고 춤을 추는 일이다." (안은미)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안은미의 북한춤 오는 6월 1일~3일 공연하는 <안은미의 북한춤>의 예술감독인 무용가 안은미와 공연을 주관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손혜리 이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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