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항쟁을 다룬 <임을위한행진곡>과 <5.18 힌츠페터 스토리>

80년 5월 광주항쟁을 다룬 <임을위한행진곡>과 <5.18 힌츠페터 스토리>ⓒ 무당벌레필름, KBS


5.18 광주민중항쟁 38주년을 앞두고 두 편의 5월 광주영화가 하루 차이로 개봉했다.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이어 17일 < 5.18 힌츠페터 스토리>가 개봉했다. 지난해 광주 학살의 진실을 아픔과 감동으로 전달한 <택시운전사>를 잇는 작품들이다.


1989년 영화운동 진영이 첫 5월 영화인 <오, 꿈의 나라>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장선우 감독의 <꽃잎>,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 조근현 감독의 < 26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5월 영화의 계보를 이어왔다.

같은 5월을 그리고 있지만 두 영화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우선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저예산 영화로 제작돼 당시 희생자와 부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반면 <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KBS 피디인 장영주 감독이 연출한 다큐영화로 <택시운전사>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다. 독일인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한 1980년 5월의 광주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책임자의 처벌과 진상규명은 두 영화가 함께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 5.18 힌츠페터 스토리>에 나오는 희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5월의 아픔과 함께 살아남은 자들의 치유 역시 두 영화를 통해 되새겨 봐야 할 부분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학살의 트라우마 안고 사는 사람들

박기복 감독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당시 미대생 명희와 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엄마가 원망스럽기만 그의 딸 희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시위하다 쫓긴 법대생 철수를 통해 세상에 대한 눈을 뜬 명희는 5월의 푸르른 봄날 연인을 잃고 긴 시간 트라우마를 앓으며 살아간다. 대중에게 알려진 개그우먼으로 살아가는 희수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가다 뒤늦게 남겨진 기록을 통해 1980년 상황을 이해하면서 그날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 장면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 장면ⓒ 무당벌레필름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광주와 1989년 이철규 열사 변사 사건을 같이 묶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같은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영화 속에서 80년 상황으로 각색했다.

1980년 계엄군의 헬기가 기총 소사하는 장면을 넣었고 음험하게 고문을 일삼던 정보기관 관계자가 과거를 숨긴 채 정치에 발을 들이려는 모습을 통해 아직도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있는 세태를 지적한다. 38년 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그날의 아픔에 대한 정치 사회적 치유를 요구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학생운동을 하는 철수를 전라도 출신이지만 경상도에서 자란 인물을 설정해 지역 간 화해를 도모한다. 광주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경상도 억양의 말투는 낯설게 보이지만 한 지역에만 국한되는 사건이 아닌 전국적인 항쟁의 의미를 상징화 시켰다. 치유와 화해는 이 영화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박기복 감독은 1980년 5월 고등학교 3학년으로 당시 상황을 직접 목도한 당사자다. 광주항쟁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직접 겪은 학살의 기억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쓰러져간 윤상원 열사와 노동운동을 하다 숨을 거둔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에서 처음 공개된 노래다. 진혼곡과 같은 노래지만 영화에서는 모든 아픔을 씻으려는 의미로 작용한다.

다만 시나리오나 연출 등 전체적인 구성이 느슨해 보이는 것은 영화적으로 남는 아쉬움이다. 1989년의 사건을 앞으로 끌어 오는 과정에서 사건이 잘 섞이지 못하다보니 일부 장면은 설득력이 약하게 보이기도 한다. 5.18 광주에 대한 사전 이해가 약한 사람들은 별문제 없어 넘어갈 수 있어도, 당시 상황에 대해 일정부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혼란이 생기는 부분이다. <택시운전사>까지 진화한 5월 영화가 90년대 첫 5.18 상업영화의 출발이었던 <부활의 노래>로 돌아간 듯하다.

한편 영화의 주연 희수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꽃비와 명희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은 배우 김채희는 18일 오전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리는 38주년 기념식에서 사회를 맡는다. 38주년 기념식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영화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만들어 줄 것 같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 영화 <택시운전사>의 다큐멘터리 버전

독일인 방송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광주의 실상을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이다. 송강호가 연기한 김만복 역의 실제 인물 김사복씨와 함께 광주로 들어가 5월 광주민중항쟁 초기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렸다. 국내 언론이 군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던 시기 광주와 세상을 연결한 한 줄기 빛이기도 했다.

<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2003년 위르겐 힌츠페터를 인터뷰 해 그해 5월 18일 KBS 다큐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를 재구성한 영화다. 독일로 가서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났던 장영주 감독이 당시의 영상과 미공개 장면들을 편집해 극장판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장 감독은 긴 시간 힌츠페터와 친분 관계를 이어왔고, 미처 공개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힌츠페터를 광주로 안내했던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김사복 씨의 사진이 영화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근남로에서 가만히 서있던 시민에게 곤봉을 휘두루는 공수부대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의 한 장면. 근남로에서 가만히 서있던 시민에게 곤봉을 휘두루는 공수부대ⓒ KBS


1980년 5월 광주로 가는 도로는 차단돼 있었다. 군인들은 차단막을 치고 광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었다. 이를 촬영한 사진은 당시의 긴박한 순간을 전해준다. 하지만 샛길을 돌아 진입한 광주에서 외국인 기자의 등장에 시민들은 환호한다. 기자를 향해 보내는 뜨거운 박수에는 이제야 우리 상황을 제대로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도청 앞 금남로에서 가만히 서 있는 시민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는 공수부대의 포악한 행동도 힌츠페터의 카메라에 잡힐 수 있었다.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적으로 간주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광주 진입 후 그가 본 희생자들의 모습은 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5월 광주를 세 번이나 다녀왔던 그는 광주의 소식이 보도된 외국신문을 전하며 광주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광주항쟁 이후인 1980년대 중반 천주교 성당 등에서는 광주항쟁 비디오가 암암리에 상영됐다. 그 원본 영상은 바로 힌츠페터가 촬영한 것이었다. 암흑의 군사독재시절 이 땅에서 벌어진 피흘린 투쟁의 모습이 독일을 거쳐 다시 국내도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월 광주를 주제로 한 극영화들이 만들어져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했지만, 실제 광주의 영상은 80년 5월의 상황을 더욱 절실하게 전달하며 전율케 만든다.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의 현재 모습도 인상적으로 남는 장면이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에 다녀온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의 증언을 통해 공개된다. 치료를 받은 후에도 군인들이 보인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86년 한국의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던 과정에서 경찰에 폭행당해 피를 흘리던 젊은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화면도 등장한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찾아낸 귀한 자료다. 위르겐 힌츠페터가 80년 5월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지속적으로 한국의 정치 상황을 긴 시간 관찰해 왔음을 알려준다.

<택시운전사>를 본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위르켄 힌츠페터의 영상과 국내외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극적 구성으로 본 5월 광주의 실상을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꽤 흥미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개봉 전 시사회에는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과 고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참석해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5월 광주를 알렸던 김사복을 만나고 싶어 했던 위르겐 힌츠페터의 염원이 그의 부인과 김사복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소된 것이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은 남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더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볼 수 있길 소망했다. 김승필씨는 두 사람이 숨은 영웅이었다며 잃었던 38년의 시간을 되새겨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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