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마르세유의 노란색 어웨이 유니폼을 입은 꼬마 팬 사진이 화제가 됐다. 바로 그 주인공이 앙투안 그리즈만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소년이 최고의 선수가 되어 마르세유를 결승전에서 상대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것도 모자라 그의 발끝에서 우승 팀을 확인시키는 2골이 터져나왔으니 마치 오늘은 앙투안 그리즈만의 날인 것만 같았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3시 45분 프랑스 리옹에 있는 스타드 드 리옹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를 3-0으로 이겨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1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스타드 드 리옹에서 벌어진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3-0으로 이겨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1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스타드 드 리옹에서 벌어진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3-0으로 이겨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 EPA/연합뉴스


앙투안 그리즈만의 'Take the L' 세리머니

한 시즌을 마감하면서 결승전에 뛸 수 있다는 것은 축구 선수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골잡이 앙투안 그리즈만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 올림피크 마르세유는 자신이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바로 그 팀이었고 이 결승전 장소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그리즈만의 가슴을 뛰게 하던 스타드 드 리옹이었다.

아무래도 그곳은 마르세유 선수들에게 익숙한 그라운드였다. 5만5768명 대관중 속에서도 흰색 마르세유 유니폼을 입은 응원단이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축구는 겉만 봐서는 모르는 속성을 드러냈다. 결정적인 실수가 우승 팀을 알려준 셈이었다.

경기 시작 후 21분만에 어웨이 팀이나 다름없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취골이 터졌다. 마르세유 골키퍼 만단다의 패스를 받은 수비형 미드필더 잠보 앙귀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첫 터치 실수를 저질러 공을 바로 빼앗긴 것이다. 미드필더 가비의 논스톱 패스를 받은 앙투안 그리즈만이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킥을 밀어넣었다.

귀중한 선취골을 넣은 앙투안 그리즈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듯 천진난만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른손으로 알파벳 L을 만들어 이마에 붙이고 경쾌한 다리 동작으로 춤을 추는 게임 캐릭터 'Take the L' 세리머니로 자신의 뛰어난 결정력을 자랑한 것이다.

파예의 부상, 슬픈 마르세유

결정적인 실수로 먼저 골을 내준 마르세유는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주장 드미트리 파예가 다리 근육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앙투안 그리즈만이 있다면 마르세유는 드미트리 파예를 내세워야 하는데 파예가 눈물을 닦으며 32분에 옆줄 밖으로 나온 것이다.

'한 골 승부'라는 마음으로 후반전을 시작한 마르세유는 4분도 안 되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 한 방을 얻어맞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에도 앙투안 그리즈만이었다. 특급 미드필더 코케의 전진 패스를 받아 상대 골키퍼 만단다가 몸을 날리는 것을 확인한 뒤 왼발 끝으로 살짝 찍어차서 굴려 넣은 그리즈만의 탁월한 골 감각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2017-2018 UEFA 유로파리그 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마르세유(프랑스) 골키퍼를 넘기는 슛으로 득점하고 있다. 

1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스타드 드 리옹에서 벌어진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3-0으로 이겨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2017-2018 UEFA 유로파리그 결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마르세유(프랑스) 골키퍼를 넘기는 슛으로 득점하고 있다. 1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스타드 드 리옹에서 벌어진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3-0으로 이겨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 EPA/연합뉴스


마르세유는 더이상 물러설 곳 없었기에 선수 교체로 마지막 기적을 바랐다. 81분에 교체로 들어온 골잡이 미트로글루의 헤더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공은 왼쪽 기둥을 때리고는 반대쪽으로 흘러나왔다. 마르세유의 운명은 딱 거기까지라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는 89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쐐기골이 나왔다. 코케의 방향 전환 패스를 받아 가비가 침착하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마르세유가 따라잡기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너무 멀리 달아난 셈이었다.

이로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0년 2012년에 이어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한 달도 안 남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어갈 앙투안 그리즈만의 표정은 더 환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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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결과(17일 오전 3시 45분, 스타드 드 리옹)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3-0 올림피크 마르세유 [득점 : 앙투안 그리즈만(21분,도움-가비), 앙투안 그리즈만(49분,도움-코케), 가비(89분,도움-코케)]

◇ 유로파리그 최근 10시즌 우승 팀 목록
2018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세 번째 우승)
201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2016 세비야(스페인, 다섯 번째 우승)
2015 세비야(스페인)
2014 세비야(스페인)
2013 첼시(잉글랜드)
201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11 포르투(포르투갈)
201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09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축구 유로파리그 앙투완 그리즈만 AT 마드리드 올림피크 마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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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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