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전날 완봉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단 4개의 안타로 5점을 뽑는 경제적인 야구로 5-4로 역전승을 따냈다. 초반 0-4의 열세를 뒤집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든 한화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3-5로 패한 2위 SK와이번스를 2.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3승18패).

첫 두 타석에서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던 이성열은 6회 3번째 타석에서 kt의 좌완 심재민으로부터 경기를 뒤집는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고 송광민 대신 핫코너를 지킨 2년 차 김태연은 시즌 첫 안타를 때려냈다. 한화는 선발 김재영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가운데 0-4에서 나온 두 번째 투수의 호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올해 불펜에서 제 몫을 다 해주는 '리그 최고의 추격조' 장민재가 그 주인공이다.

2000년대부터 세분화된 불펜 투수들의 보직

 올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로 도약한 한화 정우람

올 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로 도약한 한화 정우람 ⓒ 한화 이글스


KBO리그 초기만 해도 어제의 선발 투수가 오늘 불펜으로 등판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을 만큼 선발과 불펜의 경계가 모호했다. 따라서 1992년의 송진우처럼 다승왕과 세이브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기형적인 투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불멸(?)의 기록을 세운 송진우는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이는 현대 야구에서 두 번 다시 나와서는 안 될 '비정상'에 가까운 기록이다.

90년대 중반 LG트윈스를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KBO리그의 투수 분업화는 21세기에 접어들며 전 구단에 자리를 잡았고 불펜에서도 보직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시리즈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발과 불펜의 보직이 파괴되는 일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만약 보직파괴를 일상화하는 구단이 나타난다면 감독과 투수코치는 야구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한다).

불펜에서 가장 대접 받는 보직은 역시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 자리다. 한화에서도 세이브 부문 단독 1위(15개)를 달리고 있는 정우람이 12억 원으로 팀 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다. 정우람은 올 시즌 단 하나의 블론 세이브와 1.02의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 투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정우람에게 세이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7,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의 역할도 마무리 만큼이나 중요하다. 올해 한화에서는 베테랑 송은범과 안영명, 그리고 대졸 2년 차 박상원이 이 역할을 나눠서 맡고 있다. 세 투수 모두 우완 정통파라는 단점(?)이 있지만 올 시즌 나란히 3개 이상의 홀드와 3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한용덕 감독의 불펜 운용을 한결 수월하게 해주고 있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승부처에서 특정 유형의 타자 한, 두명을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 '좌완 듀오' 박정진과 권혁이 아직 1군에 올라 오지 못한 한화는 올 시즌 우타자를 잠수함 서균이, 좌타자를 좌완 루키 박주홍이 상대하고 있다. 특히 서균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14.2이닝을 던지며 아직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한, 두 타자만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보다 더욱 서러운(?) 보직이 있다. 바로 '추격조'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롱릴리프 투수다.

리그 최강 추격조 장민재, 5월 들어 2경기 2승

 장민재

장민재 ⓒ 한화이글스


감독들은 매일 선발 투수가 6~7이닝을 책임지고 나머지 2~3이닝을 필승조와 마무리가 깔끔하게 막아주며 승리하는 경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발 투수라도 매 경기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고 가끔씩 난타를 당하거나 투구수가 늘어나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 마운드에 올라와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투수가 바로 추격조다. 사실 잘 나가는 팀에서는 마운드에서 자주 보이지 않을 수록 좋은 보직이다.

2009년 한화 입단 후 기대주로 평가 받으면서도 지난 9년 동안 1군에서 단 10승을 올리는데 그쳤던 장민재는 올 시즌 시범경기 부진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4월 6일 1군에 올라와 7일 kt전에서 패전 처리로 등판해 1.2이닝을 던진 장민재는 다음 날 부상 복귀한 이성열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틀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퓨처스리그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ERA 2.03으로 호투하던 장민재는 4월 24일 윤규진 대신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장민재는 4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루키 김진욱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계주자를 모두 불러 들이고 신본기에게 투런 홈런까지 얻어 맞으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장민재는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3.1이닝 무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추격조라는 보직의 특성상 그 어떤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했다.

장민재는 8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넘게 등판 기회가 없었던 장민재는 선발 김재영이 5회를 버티지 못한 16일 kt전에서 5회 2사 후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장민재가 마운드에서 버텨 주는 사이 한화 타선은 5회 2점, 6회 3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고 임무를 마치고 필승조에게 마운드를 넘긴 장민재는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흔히 각 구단에서 추격조는 선발 경쟁에서 탈락해 보직이 마땅치 않은 선수들이나 프로 경력이 일천한 유망주들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진 순간부터 그 경기는 이길 확률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0개 구단 중 역전승 1위(13승), 불펜 평균자책점(3.34) 1위에 빛나는 한화는, 시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인 프로 10년 차 장민재를 추격조로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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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장민재 추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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