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부상 병동' 타선은 정규시즌 개막 이후 베스트 전력을 긴 시간 동안 보여주지 못했다. 서건창, 박병호를 시작으로 고종욱, 이정후, 김하성까지 전력에서 이탈하며 타선의 무게감이 한순간에 떨어졌다. 마이클 초이스, 박동원, 임병욱, 김민성 등 남은 타자들이 분전하는 것만으로 빈 자리를 채우기는 어렵다.

반면, 마운드는 타선보다 상황이 낫다. 특히 연일 호투를 이어가는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반갑다. 외국인 투수 로저스, 브리검과 내국인 투수 최원태, 신재영, 한현희까지 안정감 있는 5선발을 구축했다. 덕분에 넥센 선발진은 17일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23회)를 기록했다.

선발 야구로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스퍼트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현재 넥센이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넥센 타선이 완전체가 됐을 때 다른 팀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선발진 활약의 지속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KIA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 'QS 1위' 선발진 덕분에 가능했다

QS 24회를 기록한 선발진의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4.45로 리그에서 SK(3.87), LG(4.16)에 이어 3위다. 18일 현재 45경기 22승 23패 승률 0.489로 팀 순위(공동 5위)와 큰 차이가 없다. 모든 팀들이 똑같은 상황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결국 넥센이 중위권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선발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투하는 넥센 선발 최원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넥센 선발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2018.5.13

▲ 역투하는 넥센 선발 최원태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넥센 선발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2018.5.13 ⓒ 연합뉴스


KIA와의 주중 3연전에서도 3경기 모두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2-1로 패배한 15일 경기에서는 브리검이 무려 8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의 부담을 덜었다. 9회초에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을 제외하면 구원 투수들이 휴식을 취했다.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불펜 소모가 적었다는 것은 패배 속에서도 넥센이 거둔 큰 성과였다.

이는 남은 시리즈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호투를 이어가던 신재영이 경기 도중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5회초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곧바로 구원 투수들이 대기했다. 물론 좌완 김성민과 오재원이 각각 3실점씩 허용하기는 했지만 필승조 김상수-조상우가 나란히 무실점을 기록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7일에는 타자들이 7회말에만 무려 5점을 뽑아내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선발 로저스가 7이닝을 소화한 이후 김동준과 조덕길이 나머지 2이닝을 책임지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필승조라고 할 수 있는 이보근-김상수-조상우는 이번 시리즈에서 2경기 이상 등판하지 않으면서 이들 모두 힘을 비축했다.

넥센은 이날 승리를 거두면서 KIA를 끌어내리고 공동 5위로 올라갔다. 또한 승패 마진을 -1로 줄였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마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첫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미 대부분의 팀들이 느낀 선발야구의 중요성, 결국 가장 큰 무기가 된다

KBO리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타고투저 현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시즌도 시즌 초반부터 타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대부분의 팀들이 마운드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마운드보다 타선의 힘으로 승리하는 경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넥센 선발진은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선발진에서 고군분투한 최원태는 한층 더 빼어난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팀뿐만 아니라 리그로 범위를 확장시켜도 최원태보다 컨디션이 좋은 토종 우완 선발이 거의 없다.

넥센 로저스 시즌 4승 1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IA 대 넥센의 경기.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을 거둔 선발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역투하는 모습.

▲ 넥센 로저스 시즌 4승 1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IA 대 넥센의 경기.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을 거둔 선발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외국인 투수 로저스-브리검은 등판할 때마다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고, 지난해 크게 부진했던 신재영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5월 들어 한현희가 2경기 동안 ERA 9.00을 기록해 주춤하기도 했지만 타선의 지원으로 2승을 챙겼다.

선발이 조금 부진하면 타선이 도와주고, 타선이 침묵하는 날에는 선발진의 활약으로 승리를 챙긴다. 지난해 ERA 1위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LG와 달리 올시즌 넥센은 주전 타자들이 없는 타선도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온 이후 넥센의 전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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