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케이크메이커' 포스터

영화 '케이크메이커' 포스터ⓒ 알토미디어


독일 베를린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파티쉐 토마스(팀 칼코프 분)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동성 연인 오렌(로이 밀러 분)을 찾아, 그가 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토마스는 오렌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렌의 아내 아나트(사라 애들러 분)의 주위를 맴돌던 토마스는 그녀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게 된다. 함께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면서 둘은 점차 마음을 연다.

영화 <케이크메이커>는 사랑을 잃은 두 남녀가 각자의 아픔을 보듬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케이크와 쿠키'. 상처와 상실을 먹거리나 공간으로 치유하는 영화는 흔하다. 특히 <심야식당> <해피 해피 브레드>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같은 일본 영화들은 '힐링 푸드 무비'라는 장르로 불린다.

<케이크메이커>는 '힐링 푸드 무비'보다 대담한 접근을 꾀한다. 역사, 국가, 종교, 성 지향성 등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을 나열하고 사랑의 본질에 파고든다. 연출을 맡은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 GV에서 <케이크메이커>를 "국가, 종교, 정체성을 넘어선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편견을 넘어서 사랑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영화 '케이크메이커'의 한 장면

영화 '케이크메이커'의 한 장면ⓒ 알토미디어


<케이크메이커>에는 서로를 가로막는 장벽이 다수 등장한다. 먼저 독일과 이스라엘 사이의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건드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은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전쟁이 끝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다.

종교의 벽도 높다. 영화에는 유대교 율법에 의해 식재료를 선정하고 조리 과정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코셔'와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저물녘까지 가족 친지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안식일 '샤밧'이 나온다. 코셔와 샤밧으로 대표되는 종교적 의식은 아나트를 억압하는 족쇄로 작용하는 동시에 토마스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배타성을 드러낸다. 여기에 성적 지향까지, <케이크메이커>가 담은 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케이크메이커>는 인물의 심리를 모호하게 보여준다. 토마스는 어떤 이유 때문에 아나트의 곁에 머물까? 오렌의 어머니는 토마스와 아들의 관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케이크와 쿠키 등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토마스와 아나트의 관계가 변한다는 사실만이 선명하다. 애매한 구석이 많기에 관객이 추측하고 상상할 여백은 크다. 반면에 뚜렷한 감정선이 없어 쉽사리 감정을 이입하기는 힘들다.

<케이크메이커>는 슬픔을 이겨내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이 편견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과정 안엔 멜로, 동성애, 유대교, 고아, 상실, 케이크, 이민 등  읽을 요소가 풍부하다. 주연을 맡은 사라 애들러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영화 '케이크메이커'의 한 장면

영화 '케이크메이커'의 한 장면ⓒ 알토미디어


국가, 문화, 종교, 성별을 초월하는 <케이크메이커>는 다양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무척 닮았다. 이들은 사랑이란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고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외친다.

<케이크메이커>와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아름다운 사랑을 묘사한다. 세계의 현 주소를 은유하고 문제점을 환기한다. 벽을 허물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라고 강조한다. 성적소수자를 일컫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제도적, 정치적 권리 보호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울림은 크다. 지금 우리에겐 사랑을 보여주고 그 힘을 믿는 영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홉의 말이다.

"아마도 사랑할 때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우리가 정상임을 보여준다. 사랑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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