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도미니카를 꺾고 벨기에전 완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16일 중국 닝보의 베이룬 스포츠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두 번째 경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세트스코어 3-2(26-24, 25-27, 21-25, 25-14, 15-12)로 승리했다. 대회 첫 날 벨기에에게 졸전 끝에 패한 한국은 도미니카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스 김연경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29득점을 올렸고 센터 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는 무려 7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뜨거운 손 끝 감각을 과시했다. 한국은 서브득점에서 도미니카에게 6-10으로 뒤졌지만 블로킹에서 16-8로 크게 앞서며 한국보다 신장이 큰 도미니카를 높이에서 압도했다. 이번 대회 1승1패가 된 한국은 오는 17일 저녁 세계랭킹 1위 중국과 1주차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미니카전 승리를 통해 벨기에전 완패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미니카전 승리를 통해 벨기에전 완패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 국제배구연맹



연속 듀스 접전으로 한 세트씩 주고 받은 한국과 도미니카

상대가 중국이나 미국, 러시아 같은 세계적인 강호였거나 종목이 축구였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자위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당일 컨디션이 중요한 종목이라 해도 여자배구에서 세계 랭킹 13위이자 유럽에서도 중위권에 불과한 벨기에에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도미니카를 상대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차해원 감독이 이번 대회 목표로 내세웠던 5할 승률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 랭킹 9위 도미니카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물론 당시엔 한국이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였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지만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도미니카는 결코 가볍게 대할 상대가 아니다. 지금은 전성기가 지나 주전에서 물러났지만 베따니아 데라크루즈 데 뻬나는 2009-2009 시즌 V리그에서 득점 2위, 공격성공률 1위를 차지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 뛰어난 높이와 탄력을 앞세운 도미니카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1세트 초반부터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효과적인 서브로 도미니카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자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강약을 조절한 공격과 블로킹을 통한 연속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한국은 세트후반 서브가 강해진 도미니카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듀스까지 끌려 갔지만 김연경과 이재영의 연속 득점으로 간신히 1세트를 따냈다.

한국은 2세트 초반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김희진(기업은행)과 양효진이 범실을 저지르고 이재영이 상대 블로킹에 막히면서 도미니카에게 흐름을 내줬다. 하지만 한국은 세트 후반 김연경, 김수지의 블로킹으로 다시 경기를 접전으로 가져 왔다. 한국은 2세트에서도 도미니카와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도미니카의 오른쪽 공격수 곤잘레스를 제어하지 못하고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세트를 빼앗겼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집중력, 5세트 연속 5득점 역전극

차해원 감독은 3세트에서 이효희 세터와 박정아(이상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차례로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기세가 오른 도미니카에게 세트 중반까지 큰 점수 차이로 밀렸다. 한국은 김연경 대신 코트에 들어간 강소휘(GS칼텍스 KIXX)의 패기를 앞세워 세트 후반 2점 차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3세트에서 도미니카에게 5개의 서브에이스를 허용하며 21-25로 패했다.

마지막 세트에 몰린 한국은 4세트에서 정확한 목적타 서브와 날카로운 블로킹 감각을 앞세워 여유 있는 스코어로 앞서 나갔다. 리듬을 탄 한국은 2,3세트에서 흔들렸던 수비 집중력까지 살아났고 이효희 세터는 다양한 패턴을 활용하며 공격수들의 기를 살려 줬다. 한국의 경기력이 살아나자 반대로 도미니카 선수들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한국은 여유 있게 4세트를 가져가며 경기를 파이널 세트로 끌고 갔다.

양효진의 블로킹으로 5세트를 출발한 한국은 도미니카에게 3-7로 끌려 갔지만 김연경, 박정아의 연속 후위공격과 김수지의 이동공격으로 다시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도미니카에게 1~2점 차이로 밀리던 한국은 세트 후반 박정아의 공격과 양효진의 블로킹으로 동점을 만든 후 도미니카의 범실과 김수지의 블로킹, 이재영의 연타 공격으로 연속 5득점을 올리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 도미니카전 역시 한국에게 100% 만족스러운 내용의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세트마다 보이는 심한 기복은 한국이 이번 대회 목표했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벨기에전 완패의 충격을 하루 만에 이겨내고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도미니카를 상대로 재역전승을 거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는데 승리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특효약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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