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기사 수정: 18일 오후 6시 10분]

뮤지컬 <쓰릴 미>는 미국 시카고 전역을 뒤흔들었던 아동 유괴 및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쓰릴 미>는 국내에서 2007년 초연됐으며 마니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쓰릴 미>는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등 여러 유명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기도 하다.

<쓰릴 미>에 대한 공연 마니아들의 열광은 같은 소재의 연극 <네버 더 시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공연 전 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 연극은 막상 흥행에는 실패했다.

소재는 같지만 그 풀이방식은 다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연극 <네버 더 시너>의 아쉬운 점을 말하기에 앞서, 동일 소재를 기반으로 쓰인 두 작품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사건의 장본인이자 두 작품의 주인공은 네이슨 레오폴드(아래 네이슨)와 리차드 로엡(이하 리차드)이다.

네이슨과 리차드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 네이슨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네 달만에 말문을 텄고 무려 27개에 달하는 언어를 구사한다. 19세에 시카고 법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리차드는 미시건대 역사학 전공을 최연소로 졸업하고 시카고대 로스쿨에 입학 예정이었던 수재로 수려한 외모와 언변을 겸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IQ는 210, 160. 그야말로 천재다. 남 부러울 것 없던 이들의 파멸은 리차드와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 네이슨의 욕망 그리고 절도, 방화, 살인이 초인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리차드의 욕망이 계약으로 교환되면서 시작된다.

<쓰릴 미>는 사건이 벌어진 1926년으로부터 34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새를 좋아하던 19세 소년은 늙고 지친 모습의 중년으로 우리 앞에 선다. 죄수번호 A9306-D5, 이 극의 주인공, 네이슨. 극은 네이슨이 7번째 가석방 심의에서 34년 전 여기(감옥)에 갇힌 '진짜 이유'를 말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쓰릴 미>는 네이슨의 회상에 의거한 픽션이다. 네이슨의 기억을 거쳐 발화되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나'와 '그'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 극은 두 사람을 선악으로 판단하는 구분에서 벗어나 특별한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어 복잡한 심리 묘사를 치열하게 서술하는데 집중한다. <쓰릴 미>의 등장인물은 '나'와 '그', 오로지 2명 뿐이다.

반면에 <네버 더 시너>는 이들이 체포된 이후 시점인 법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주된 서사 또한 법정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네이슨과 리차드 이외의 등장인물이 5명 더 등장한다. 대로우 변호사는 두 사람을 변호하는 인물로 이들에게 처해진 교수형을 감형해줄 것을 주장한다. 크로우 검사는 대로우 변호사와 반대 세력의 인물로 두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 기자들은 이 '세기의 재판'을 보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재판 자체보다 흥미 위주, 자극적인 기사를 써 사실을 왜곡한다.

<쓰릴 미>가 극 중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쓰인 극이라면, <네버 더 시너>는 외부의 시점에서 사건 자체와 세기의 재판을 바라보게 쓰인 극이다. 특이한 점은 이 극이 법정을 배경으로 하지만 판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검사의 대립만으로 극이 진행될뿐만 아니라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네이슨과 리차드는 법정에서 끊임없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범죄자의 인간 존엄성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형제도의 존폐가 인류의 역사에 있어 끊이지 않는 문제로 되풀이 되는 만큼 이 극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쓰릴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극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동일한 사건, 동일한 인물을 소재로 쓰였지만 분명 두 작품 간에는 차이가 있다. <네버 더 시너>는 <쓰릴 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쓰릴 미>가 완전한 2인극으로써 네이슨과 리차드가 극을 이끌어 간다면, <네버 더 시너>에는 다수의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그 중 대로우 변호사와 크로우 검사는 <네버 더 시너>의 핵심을 파고드는 인물이다. 이들은 무대의 양 사이드에 자리를 잡은 채 중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만 할 뿐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심지어 대로우 변호사는 극이 시작된지 40분은 족히 지나서야 첫 마디를 뗄 정도다. 이들은 공연 내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 한 채 마지막 최후변론만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사라진다.

이들이 자리'만' 지키는 동안 무대 중앙에서는 재판 이전 네이슨과 리차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들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또 유괴에서 살인에 이르는 범행의 과정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의 관계성은 <쓰릴 미>와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쓰였다. 또 범죄 행위를 미화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쓰릴 미>와는 다르다. 그러나 네이슨과 리차드의 유기적인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네버 더 시너>만의 차별성은 이내 흐려지고 만다.

그 내용은 같지만 <쓰릴 미>와 다르게 연출되는 장면은 '쓸덕'들에게 상당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쓰릴 미>에서는 머릿 속으로 그리기만 했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니 말이다. 그러나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네버 더 시너>는 <쓰릴 미>의 번외편 정도의 극이 되어 버렸다. <네버 더 시너>가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고, 사형제의 존폐에 대해서도 말하느라 바쁜 와중에 이 극이 본질적으로 시사하고자 하는 바인 후자(사형제의 존폐 문제)는 점차 불명확해진다. 이미 다수의 공연 마니아들이 <쓰릴 미>를 한 번, 또는 그 이상 관람한 상태에서 <네버 더 시너>만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리드미컬한 전개? 산만한 전개!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쓰릴 미>가 무겁고 낮게 깔리는 극인데 반해 <네버 더 시너>는 리드미컬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그 요소에는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 기자 역할의 개입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전개방식 또한 그 몫을 톡톡히 한다. 이 극은 재판-회상을 반복하는 구조를 따른다.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이야기함에도 이러한 변주 기법은 극에 재미 요소를 더한다.

관객들에게 시사점을 던지기 위해 재판 이전 시점의 네이슨과 리차드 이야기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시점의 교대는 필수불가결했다. 문제는 그 교대가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재판장의 분위기가 달아오를 법 하면 이내 과거 시점으로 바뀌고, 네이슨과 리차드의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갈만 하면 이미 그들은 어느 순간 재판장으로 돌아와있었다. 짤막한 시퀀스의 교대는 관객을 어느 시점에도 머무르지 못 하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맥이 툭툭 끊기는 느낌도 받는다. 결과적으로 빠른 장면의 전환은 극의 흐름에 박진감을 가하기는 했지만, 관객이 연극의 시사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시간을 앗아갔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나도 당신처럼 이들을 바라볼 수 있어요. 나도 이들이 한 짓에 대해서 저주를 퍼부을 수 있어요. 야만을 위해선, 광기를 위해선. 나도 세상의 죄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나도 당연히 죄를 미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죄인은 결코 미워하지 않아요."

극 중 변호사 클라랜스 대로우가 최후변론을 할 때 대사의 일부이다. 그는 네이슨과 리차드를 변론하는 인물로 검사 로버트 크로우와 대립하며 교수형을 감형해줄 것을 주장한다. 그는 핏대까지 세우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도주의적 처벌'을 진심으로 호소한다. 대로우 변호사의 최후변론은 검사의 것과는 다르게 연출되었다. 검사의 변론은 그야말로 텅 빈 시공간 안에서의 독백이다. 하지만 대로우 변호사가 변론을 시작하였을 때는 배경음악이 재생된다. 이는 관객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변호사, 그리고 네이슨과 리차드의 손을 들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만 같다.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로우 변호사는 끊임없이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희들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아라"라고 말한다. 이에 네이슨은 가슴을 움켜쥐고 "제 심장이 틀렸다면요?"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심장에 대한 죄책감을 호소한다. 피해자에게 그 어떤 죄 의식도 느끼지 않고 사이코패스 같은 면모를 유지하던 리차드도 이내 무너지고 만다.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네이슨과의 대화에서 그는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친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변호사와 검사 간 힘의 균형은 그 무게를 잃고 만다. 관객을 배심원의 자리에 위치시켜 이 사건과 두 사람의 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극임을 고려하면 이는 편파적인 견해로 관객들에게 '주입'된다. 마치 정해진 결론을 향해 내달리는 것 같이 설계된 이 장치들은 그들을 너무 동정적인 시선으로써 보게 한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 1월 30일 개막하여 4월 15일 폐막한 연극 <네버 더 시너>의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연극 <네버 더 시너>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경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의 재판을 연극으로 옮긴 작품이다. ⓒ 달 컴퍼니


1926년 시카고를 뒤흔든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 그리고 세기의 재판.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매력있는 소재이다. 그리고 '광기와 야만으로 일그러진 두 사람의 인간 존엄성을 우리는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은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네버 더 시너>는 시작에 비하여 그 끝이 미약한 극이었다. 재연으로 우리의 곁을 다시 찾을 때는 '잘 만든' 극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연극 네버더시너 네더시 뮤지컬 쓰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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