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공격형 2루수'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6일(아래 한국 시각) "카노의 소변 샘플을 검사한 결과 이뇨제 성분인 푸로세마이드(Furosemide)가 검출되었으며 80경기 출장정지 징계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카노는 14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오른손 골절을 당했고, 이로 인하여 10일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금지약물 적발로 인하여 그는 제한 선수 명단(Restricted List)으로 옮겨가게 됐다.

현재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포함되어 있는 제한 선수 명단에 들어가면 카노는 해당 기간에 대한 연봉을 지급받을 수 없다. 첫 번째 금지약물 적발이라 8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발효되었고, 매리너스의 일정을 감안하면 빨라도 8월 15일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이뇨를 촉진시키는 약물 은폐제, WADA에서 금지한 푸로세마이드

푸로세마이드는 몸 속의 이물질이 소변을 통해 쉽게 배출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이뇨제이다.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 부작용을 완화하거나 검출을 막는 은폐 성분이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도 금지약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성분이다. 금지약물을 복용하기 위해 은폐 차원에서 푸로세마이드를 함께 처방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뇨제 약물은 의료계에서 수시로 처방되는 약물이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서도 도핑 검사에서 이뇨제 약물이 검출될 경우에는 금지약물 복용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았을 경우에는 실제 징계를 내리지 않도록 사무국과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뇨제 복용이 정말로 금지약물 복용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밝혀지면 가차 없이 징계가 내려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도핑 프로그램 독립 감찰관(Independent Program Administrator)이 결정하는데, 감찰관이 카노에게서 도핑 은폐 목적으로 복용했음을 증명했기 때문에 이번 징계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카노는 선수 노조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카노는 "적발된 약물은 최근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 의사에게서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받았으며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몰랐고 자신이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동안 메이저리그의 어떠한 규정도 위반한 적이 없으며 수십 번의 약물 검사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된 적이 없었고,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무국의 징계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에 따랐다는 이유로 금지약물 복용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 과거에 최지만(현 밀워키 브루어스)도 자신이 복용하던 영양제에서 검출되었던 물질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역시 마이너리그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이행한 적이 있었다.

도핑 적발된 카노, 8월에 복귀는 가능하지만 포스트 시즌은 금지

카노에게도 면죄부는 주어지지 않았다. 첫 적발이었기에 시즌 절반과 비슷한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된 것. 만일 2번째 적발된다면 시즌 전체에 해당되는 16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주어지며, 3번째 적발되면 영구 제명 조치된다.

16일까지 매리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에 1경기반 차 뒤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도 2위에 1경기반 차 뒤져있는 3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매리너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더라도 카노는 징계 규정에 의해 포스트 시즌에서 뛸 수 없다.

출장정지 징계는 발효 시점부터 정규 시즌 경기만 계산하지만, 약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선수는 이와는 별도로 해당 시즌에 포스트 시즌 출전도 금지된다. 162경기 출장정지에 대한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14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가 있는데, 당시 로드리게스는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로 인하여 2014년에 징계를 수행했다.

징계는 첫 적발이었지만, 로드리게스는 사무국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브로커 혐의까지 들통나며 그 혐의가 가중되어 두 번째 적발에 해당되는 162경기 및 포스트 시즌 출전 금지 징계를 받게 됐다. 그나마 그 징계도 처음에는 징계 발효 당시 2013년 남은 경기까지 모두 포함해 211경기로 정해졌지만 로드리게스 측에서 항소를 진행하고 경기를 출전하다가 포기했고, 그 과정에서 162경기로 줄여준 것이었다.

물론 2014년 뉴욕 양키스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로드리게스가 징계 문제로 뛰지 못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카노의 경우는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터라 매리너스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매리너스는 카노의 적발 건을 알고 실망했으나 메이저리그의 약물 정책을 지지함을 발표했다. 카노가 실수를 저지른 뒤 사건에 대해 해명하고 징계를 받아들였으며 팬과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에 매리너스는 카노가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겠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단 매리너스는 발등에 붙은 불을 꺼야한다. 카노가 8월에 돌아온다고 쳐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올 시즌 카노의 자리를 대신할 2루수를 찾아야 한다. 일단 매리너스는 올 시즌 외야수로 합류한 디 고든을 본래 포지션인 2루수로 돌릴 계획이다. 고든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데뷔하여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매리너스로 왔는데, 2016년 말린스 시절 PED 적발로 인하여 한 차례 징계를 수행한 적이 있다.

공격형 2루수 카노, 아버지와 함께했던 홈런 더비

1982년 10월 22일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우투좌타 2루수 카노는 2001년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야구선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 수련 과정을 거친 끝에 2005년 메이저리그로 승격되었고, 기존 2루수였던 토니 워맥의 부상 이탈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양키스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데뷔 시즌인 2005년부터 카노는 타율 0.297에 14홈런 62타점의 활약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해 신인상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마무리투수였던 휴스턴 스트리트(현 FA)에게 아쉽게 양보해야 했다.

카노는 원래 양키스에서 등번호 22번을 사용했는데, 2007년 로저 클레멘스가 양키스에 복귀하면서 등번호를 바꾸게 됐다. 클레멘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21번을 사용하다가 양키스로 이적한 뒤부터 22번을 사용했다. 이에 카노는 클레멘스가 사용했던 22번을 돌려주고 자신은 재키 로빈슨의 42번을 뒤집은 24번을 사용했는데, 매리너스로 이적한 뒤에는 다시 22번을 사용하고 있다.

카노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은 2008년 바로 양키스와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4년 2800만 달러에 2년 2700만 달러 짜리 팀 옵션이 걸린 최대 6년의 장기 계약이었다. 계약 첫 해인 2008년 잠시 부진했으나 타격코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 뒤 2009년에는 데릭 지터(은퇴)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키스톤 콤비가 200안타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9년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은 카노는 2010년에는 처음으로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타율 0.319에 29홈런 109타점 OPS 0.914를 기록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도 동시 수상했다.

2011년 올스타 게임에서는 아버지 호세 카노가 던져준 배팅볼에 힘입어 홈런 더비에서 우승하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서 2011년에 118타점을 기록한 카노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한 경기 6타점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2012년에는 33홈런을 기록하며 양키스 중심 타선에 완전히 자리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3년을 끝으로 양키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카노는 양키스와의 협상이 결렬되며 FA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매리너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로드리게스, 알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10년 2억 4천만 달러의 초거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선수가 됐다.

타자들에게 친화적인 양키 스타디움을 떠나 투수들에게 친화적인 세이프코 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면서 카노도 한때는 애드리안 벨트레(현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찬가지로 장타력이 잠시 감소하기는 했다. 그러나 2016년 39홈런을 달성하면서 홈런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카노는 2017년 23개의 홈런을 추가하면서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명예의 전당 가능성 높았던 카노, 한 순간 실수로 명예 실추

카노는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기 전까지 통산 2417안타 305홈런 571볼넷 51도루를 기록하며 1206타점 1168득점을 올렸다. 통산 타율 0.304에 OPS 0.848로 비율 기록도 좋아서 이대로 성적을 유지할 경우 2018년을 포함하여 남은 6년 동안 3000안타 및 400홈런 달성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전 시대의 대표적 공격형 2루수였던 크레이그 비지오는 3060안타 291홈런 414도루 1175타점 1844득점에 타율 0.281을 기록한 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안타와 홈런, 타점에서 비지오보다 페이스가 좋은 카노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은 큰 사고만 내지 않으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 약물 적발 한 건으로 인하여 카노는 그 동안 쌓아놓았던 명예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뛰어난 기록을 세우고도 약물로 인하여 명예의 전당에 가지 못한 경우는 라파엘 팔메이로(3020안타 569홈런 1835타점)가 대표적이다. 클레멘스(354승 4672탈삼진)와 배리 본즈(2935안타 762홈런 514도루 1996타점)의 경우는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복용했다는 주장으로 위증 혐의에 대한 무죄 판정은 받았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기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3000안타를 넘기고 명예의 전당에 가지 못한 경우는 피트 로즈(감독 시절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 데릭 지터(2014년 은퇴), 알렉스 로드리게스(2016년 은퇴), 이치로 스즈키(2018년 5월 부로 매리너스 로스터 제외) 그리고 벨트레와 푸홀스(이상 현역) 6명 뿐이다. 카노 역시 2023년까지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마칠 경우 3000안타 달성은 유력하다.

이들 중 양키스의 주장으로 활약했던 지터, 일본과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합하여 로즈의 기록을 넘어선 이치로 등은 입성 투표에 입후보할 경우 첫 투표에서도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3080안타에 463홈런 1654타점을 기록한 벨트레 역시 500홈런을 달성한다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으며, 620홈런 1939타점을 기록한 푸홀스는 지금 당장 투표에 들어가더라도 입성 가능성이 크다(2021년 에인절스 계약 만료).

현재는 금지약물로 지정된 약물을 복용한 선수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사례는 마이크 피아자(포수 출신 최초 400홈런)가 있다. 그러나 피아자가 복용했던 근육 강화제 안드로스텐다이온의 경우 처음에는 금지약물이 아니었고, 금지약물로 지정된 2004년 이후에는 복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첫 투표는 아니지만 입성에는 성공했다.

클레멘스나 본즈와 달리 피아자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유로는 복용 당시에는 금지약물이 아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약물 복용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사실이 컸다. 앤디 페티트의 경우도 2007년 미첼 리포트 사건 때 스스로 성장 호르몬 복용 사실을 시인했고, 이후 2013년까지 커리어를 더 이어가다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으며 현재 양키스 영구결번 선수가 됐다.

다만 카노의 경우는 스스로 시인한 것이 아니라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사례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수들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했다는 해명으로 인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 스포츠 관련 트레이너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금지약물일 경우 걸러서 복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자기 관리 소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노는 남은 커리어에서 약물 복용 문제를 안고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좋은 시선만 받지는 못하는 김재환(두산 베어스)과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도 무명 시절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3115안타 696홈런 2086타점 329도루의 로드리게스는 약물도 약물이지만 면죄부를 받기에는 브로커 혐의가 너무 크다.

선수 본인이 밝힌대로 치료 목적으로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구단에 물어보고 금지약물에 해당되지 않는 것만 복용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절차를 귀찮다고 넘겨버리면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카노의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뜨이는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그만큼 더 꼼꼼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되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