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애즈 라짜로>의 한 장면.

영화 <해피 애즈 라짜로>의 한 장면. ⓒ TEMPESTA SRL


선의가 곧 좋은 반응으로 돌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좋은 마음으로 베푼 호의는 무시당하거나 때때로는 그보다 많은 걸 요구하는 반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물에 빠진 걸 구했더니 봇짐 내놓으라는 격'이라는 한국 속담은 아마 이 이탈리아 청년 라짜로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앨리스 로드워쳐 감독의 신작 <해피 애즈 라짜로>(원제: LAZZARO FELICE)는 인비올라타라는 고립된 이탈리아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순박한 수십 명의 마을사람들은 그 동네의 지주에게 속박돼 살아간다. 지주의 아들 탄크레디는 마을 사람들의 잦은 부탁과 도를 넘은 요구도 거뜬히 들어주는 라짜로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두 소년 사이에서 벌어진 신비한 사건을 토대로 한 이야기다.

사람에 대한 믿음

그 신비한 사건이란 곧 시간의 정지다.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부려 먹던 지주 부부를 비롯해 강제 이주 당한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 한 소도시에 정착했다. 가출한 탄크레디에게 음식 등을 가져다주던 라짜로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모두가 라짜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의 존재를 잊어갈 즈음 다시 그들 앞에 라짜로가 나타면서 상황이 급반전한다. 

십 수 년이 지난 후 이들 앞에 나타난 라짜로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선한 눈빛과 사심 없는 행동들, 마을 사람 누군가는 유령이라며 그를 두려워하지만 이내 곧 그의 존재를 인정한다.

착취당하던 마을 사람들이 부려먹던 라짜로. 오늘날의 갑을관계로 따지면 그는 을도 아닌 병 혹은 정에 해당하는 위치다. 영화는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노동력과 도움을 제공하는 라짜로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성(휴머니즘)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다.

 영화 <해피 애즈 라짜로>의 한 장면.

영화 <해피 애즈 라짜로>의 한 장면. ⓒ TEMPESTA SRL


배신당한 선의는 상처받기 마련이다. 라짜로는 개의치 않는다. 그의 내면이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알 길이 없지만 평온함을 잃지 않는 얼굴로, 가끔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혹은 상대를 염려하는 눈빛으로 그는 사람을 대한다. 일종의 거울효과일까. 상대를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던 사람들이 영화 말미에 이르러 스스로를 비춰보고 돌아보는 행동을 한다.

대체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신비롭다.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감정과 심정적으로 이 영화에 접근하다 보면 어느새 라짜로의 모습을 자신에게 비춰보는 경험을 허게 될 것이다.

앨리스 로드워쳐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3명의 여성 감독 중 하나다. 21편 중 3편의 여성 감독이기에 현지에서 어느 정도 주목도가 있다. 인간을 바라보는 감독 만의 세심한 태도가 영화에 엿보인다.

평점 : ★★★(3/5)  

칸영화제 라짜로 여성감독 이탈리아 해피 애즈 라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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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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