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말만 하고 듣지 않는 대로 내뱉는 형태가 국회와 다르지 않네요. 토론인지 시장통인지 모르겠습니다." 

15일 밤 방송된 MBC < 100분 토론>에 참석한 전·현직 국회의원 4명의 무질서한 설전에, 보다 못한 한 시민토론단의 따끔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 100분 토론-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는 일명 '드루킹 특검'으로 시작돼 42일간 이어진 국회 파행에 대한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되짚으며, 매번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국회 파행 사태의 원인과 해결을 위해 어떤 제도적 방안이 있을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에는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과 최민희 전 국회의원, 전여옥 전 국회의원 등이 패널로 참석해 전·현직, 여-야를 망라한 국회 경험자들의 생산적 논의가 기대됐다.

하지만 네 명의 패널들은 상대 패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기에 바빴고, 토론은 말싸움을 방불케 했다.

자기 말만 쏟아낸 출연자들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MBC


발단은 전여옥 전 의원이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드루킹 특검 범위에 문재인 대통령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우원식 전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가 거부 의사 밝힌 것을 두고 "청와대에서 거부 의사 밝히니 우원식 전 대표가 언론에다 (반대한다고) 쫙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명백한 삼권분립 국가인데, 이렇게 여당이 청와대 OEM 정당, 오더 정당이 되어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전 전 의원의 발언에 여당 측 패널인 김상희 의원과 최민희 전 의원은 "팩트가 틀렸다"며 반박했다. 진행자인 윤도한 논설위원도 "지금까지 나온 보도 중 그런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자 윤 위원이 "사실 확인을 해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 다음 방송에 알려드리겠다"며 대화 주제를 다시 토론 내용으로 끌어오려고 했지만, 안상수 의원이 나서 "나도 (전여옥 전 의원 말과 같은) 보도를 본 것 같긴 한데, 우리가 모든 보도를 다 확인할 수는 없고..."라며 진위를 흩트렸다. "중요한 내용인데 그런 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면 안 된다"며 발끈하는 여당 패널과 발언 내용에 대한 확인도 없이 사실인양 이야기하는 야당 패널. 토론 주제는 산으로 갔고, 발언은 점점 유치해졌다.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MBC


안상수 의원
: "김경수 의원이 나는 특검 이상도 받겠다, 청와대도 국회 결정대로 하겠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우원식 전 원내대표의 특검 반대는) 청와대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겁니다. 우리가 바보입니까?" 
최민희 전 의원 :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국회가 바보 되는 겁니다." 
: "그렇다니까. 벌써 바보가 돼 있어요." 

김상희 의원 : "박근혜 정부 때 여당 하셨잖아요. 그때 청와대에서 하라는 대로 하셨습니까?" 
: "네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이) 망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망했다고. 지금 (민주당도) 망할 거예요." 
: "저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 "절대 그렇게 하고 있다니까. 그렇게 하고 있어."


진행자는 적절하게 출연자들의 발언을 끊지 못했고, 출연자들은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건 말건 자기 말만 쏟아냈다. 4명이 동시에 각자 자기 할 말만 한 탓에 오디오가 겹쳐 발언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방청석에 앉은 시민 논객들은 웃거나 고개를 내저었다. 황당하다는 표정의 시민 토론단도 있었다.

10분간 이어진 말싸움 수준의 공방

< 100분 토론>은 제목과 달리 75분으로 편성되어 있고, 방송 앞부분 그날 주제에 대한 사전 설명 코너인 '김변의 사전작업'과 패널 소개 시간 등을 빼면 순수 토론 시간은 65분 정도다. 핵심만 이야기해도 토론할 것이 차고 넘치는 주제였지만, 10분가량 말싸움 수준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토론은 핵심에 근접하지 못했다.

심지어 안상수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이셨다. 국회의원들을 부하 부리듯 하고... 그런 시절이 다 있는 거다"라고 했다. 무려 20년 전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인정한 2년 전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의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등치한 것이다.

또, 여당 측 패널들의 발언 중간중간 "똑같다니까", "잘 모르시는 것 같아"를 후렴구처럼 반복했다. "여기 두 분이 청와대와 더민주의 핵심적인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여당 패널들이 정보력이 없는 것 같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발끈한 김상희 의원은 "안상수 의원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느냐"고 비꼬았고, 최민희 전 의원은 "관심법 하세요?"라며 조롱했다. 여야할 것 없이, 소속 정당을 대표해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발언 태도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MBC


보다 못한 시민 토론단 최호선씨가 "자기 할 말만 하고 되는대로 내뱉는 행태가 작은 국회를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전여옥 전 의원은 "국회에서 이 정도 이야기만 솔직하게 오갈 수 있어도 파행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치에는 굉장히 많은 함의가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청와대의) 힘이고, 힘에 굴종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거다, 국민들이 정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간을 읽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는 얼마나 건강한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에서 시작된 진실 논쟁이, 실제 확인된 사실이 없더라도(팩트 체크 결과 틀린 것으로 나온다 해도) '행간' 속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면 알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였다.

또 다른 시민토론단 임유진씨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 제도가 유권자가 아닌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짜여있기 때문에 국민 의사에 반하는 국회 파행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씨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안 의원은 "국회의원은 쉬는 시간도 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4시간 365일 일하고 있다"면서 "(파행 기간에도) 공청회, 상임위 등은 다 열리고 있었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씨는 "국회가 일하고 있으면 국민들이 국회로 청원하지 왜 청와대에 청원하겠느냐"고 일갈했다.

국회 파행 해결책 제시 못했지만...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15일 자정 방송된 MBC '100분 토론 - 국민은 뒷전, 국회 이대로 좋은가?'의 한 장면ⓒ MBC


시민토론단의 질문은 연이어 핵심을 찔렀지만, 정작 정치인들의 답변은 '딴소리'에 가까웠다. 패널들의 답변에 방청석에 앉은 시민토론단은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거나 한숨을 내쉬었고, 그 답답함은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국회의 본업은 입법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9554건이나 된다. 올해 처리된 법안은 690건에 불과하다. 국회는 4년째 국가기관 신뢰도 꼴찌를 기록중이다. 국민들의 의견이 직접 표출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월급을 최저시급으로 해달라",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국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인 토론에서, 할 말은 하지 않고 말싸움만 국회의원들. 이를 지적하는 시민에게 "국회에서 이 정도 이야기만 해도 파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답하는 전직 국회의원. 이날 < 100분 토론>은 당초 전달하려던 국회 파행 해결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지만, 왜 국회가 파행될 수밖에 없는지 그 원인을 압축해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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