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양현종 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기아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양현종 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기아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 양현종(기아)이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으로 호랑이 마운드를 수호하고 있다. 양현종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6피안타 1홈런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2-1 신승을 이끌었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기아 타선이 9회초에서 2사 1.2루에 정성훈의 극적인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아내며 양현종에게 시즌 6승째를 선물했다. 이날 양현종은 1회말 선두 타자 김규민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비록 2016년 6월 29일 광주 LG전 이후 이어오던 'KBO리그 역대 최장 무사구 기록'을 348이닝-1460타자 만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전혀 흔들림 없는 역투로 에이스의 강인함을 증명했다. 양현종은 이날 타선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무려 110개의 공을 던지며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켜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토종 투수의 자존심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

최근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 3인 엔트리에서 선발투수를 2명씩 기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 됐다. 외국인 투수들이 사실상 각팀의 에이스급인 1,2선발을 맡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 1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자책점 상위 10위권 중 7명이 외국인 투수들이다. 소사(LG)-산체스(SK)-왕웨이중(NC) 등 1~3위까지 외국인 투수들이 흽쓸고 있다. 선발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또 다른 중요한 잣대인 최다이닝 부문에서도 상위 10위 중 8명이 외국인 투수들이고 국내 투수는 단 2명뿐이다. 해가 갈수록 외국인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KBO리그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양현종은 토종투수들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투수다. 양현종은 현재 린드블럼-후랭코프(이상 두산)와 함께 나란히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있으며 최다이닝(64이닝)은 단독 선두다. 자책점은 2.81로 전체 4위. 퀼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는 7회로 3위이자 모두 국내 투수로만 국한다면 단연 1위에 올라 있다. 타고투저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 KBO리그에서 국내 투수가 2점대 이하 자책점을 기록 중인 것도 오로지 양현종뿐이다. 완투도 벌써 두 번이나 기록했다.

양현종과 함께 국내투수를 대표하는 SK 김광현(5승1패, 자책점 2.78, 35.2이닝)이 부상전력 때문에 이닝과 투구수 제한이 있고, 넥센 최원태(4승 4패. 자책점 3.49. 49이닝)와 NC 이재학(1승 4패. 자책점 3.69, 53이닝) 등은 각각 이닝 소화력이나 승운에서 양현종에 한참 못 미친다. 다승-탈삼진-자책점-퀼리티스타트 등 선발투수의 주요 기록 부문에서 고루 상위 5위권 이내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일한 선수가 양현종이다. 사실상 올해도 양현종이 국내 투수들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록으로 드러난 활약보다 더 돋보이는 가치는 역시 양현종의 '꾸준함'이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양현종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전무하다. 양현종은 지난 2016년에는 생애 최초로 한 시즌 200이닝을 소화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단일 시즌 20승, 193이닝을 책임지며 기아에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완성형 투수의 모범 보여준 양현종, '우승 후유증'도 없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KBO 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KBO 투수 부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양현종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고,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으며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2년 연속 최다이닝 2위, 국내투수로는 1위라는 의미야말로 '타고투저 시대'의 KBO에서 양현종만의 독보적인 내구성과 완투형 투수로서의 희소성을 보여준 기록이었다.

양현종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류현진(LA다저스), 김광현, 윤석민(기아) 등은 최근 몇 년 사이에서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양현종도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이후 2012-13시즌에 부상과 슬럼프 약 2년 가까이 고전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타이거즈의 간판이자 자타공인 KBO 최고의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한 2014년 이후로는 양현종만큼 성적과 건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토종투수는 없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기아는 올시즌에는 20승 20패로 4위에 그치며 현재 5할 승률을 놓고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양현종과 함께 팀의 원투펀치를 이루던 헥터 역시 3승 2패 자책점 5.29로 위력이 반감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에게는 그 흔한 '우승 후유증'도 찾아볼 수 없다. 5월에만 최근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19.2이닝간 자책점 2.75의 호투로 팀 반등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 4년간 누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상대팀의 전력분석에 대한 부담으로 주춤할 법도 하건만 양현종은 여전히 강력함을 잃지 않고 있다. 어려울 때 팀을 구해낼 수 있는 투수가 진정한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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