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SK와의 1위 결정전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12안타를 터트리며 6-4로 승리했다. 14일까지 26승14패로 SK와  공동 선두를 달리던 두산은 1위 결정전 성격으로 치러진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기선을 제압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27승14패).

2루타 치는 허경민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무사 상황에서 두산 허경민이 2루타를 치고 있다.

▲ 2루타 치는 허경민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무사 상황에서 두산 허경민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의 4번타자 김재환은 9회말 SK의 마무리 박정배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고 리그 유일의 4할 타자 양의지도 6회 메릴 켈리로부터 동점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두산 승리의 숨은 영웅은 따로 있었다. 3회와 9회 추격이 필요한 시점에서 두 개의 장타와 2개의 득점으로 두산의 역전승을 이끈 내야수 허경민이 그 주인공이다.

군복무, 백업, 주전으로 이어진 유망주의 모범 성장코스

수 많은 전설들을 배출한 야구명문 광주일고 출신의 허경민은 고교 시절부터 오지환(LG트윈스), 안치홍(KIA 타이거즈),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이학주와 함께 '고교 5대 유격수'로 불리며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나란히 2008년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는데 당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선수가 바로 허경민이었다. 그만큼 수비 실력 만큼은 유격수 풍년이었던 그 해에도 단연 최고로 평가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고팀 KIA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경민의 학교동기 정성철(은퇴)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고 2차 1라운드에서도 허경민 대신 서울고의 안치홍을 선택했다. 결국 허경민은 2차 1라운드(전체 7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안치홍이나 김상수 같은 동기들은 입단 첫 해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허경민은 손시헌(NC 다이노스)과 오재원, 이원석(삼성 라이온즈) 같은 선배들에 밀려 1군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두산에서는 허경민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우기 위해 2009 시즌 종료 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시켰고 허경민은 경찰야구단에서 2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며 착실하게 실전 경험을 쌓았다. 전역 후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등장한 허경민은 2012년 92경기, 2013년 75경기에 출전하며 백업내야수로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손시헌이 떠난 2014년엔 주전 유격수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김재호에게 밀렸다.

그렇게 백업으로 활약하며 기회를 엿보던 2015년, 허경민은 이원석의 입대와 외국인 선수 잭 루츠의 조기 퇴출로 틈이 생긴 주전 3루 자리를 차지하며 117경기에서 타율 .317 1홈런41타점8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는 14경기에서 23안타를 때리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병역 의무를 마치고 3년 동안 백업으로 활약하며 착실하게 기량을 쌓은 유망주가 확실히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허경민은 2016시즌에도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 154안타7홈런81타점96득점으로 대활약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견인했다. 비록 동기들보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동기들의 명성을 따라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우뚝 선 것이다. 하지만 허경민은 3억 원의 고액 연봉자가 된 작년 시즌 타율 .257 3홈런40타점50득점으로 주춤하며 다시 수비만 잘하는 반쪽 짜리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족한 장타력을 수비와 주루, 정확한 타격으로 메우는 '신개념 3루수'

올해 2억65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며 군 전역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연봉 삭감을 경험한 허경민은 올해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겉으로는 큰 욕심이 없는 듯한 표정이지만 주전 도약 후 처음으로 슬럼프를 보내면서 내심 자존심이 많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두산에는 작년 시즌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기록한 최주환이라는 대안이 허경민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수정한 허경민은 시범경기에서 15타수 9안타(타율 .600)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도 허경민을 FA로 이적한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대신 개막전 1번타자로 낙점했다. 허경민은 3월에 열린 7경기 중 개막전을 제외한 6경기에서 안타를 때리며 타율 .308 6타점4득점2도루로 1번 자리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허경민은 4월의 시작과 함께 타격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3할을 넘나들던 타율은 순식간에 2할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최주환이나 류지혁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서 시작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수비율 .978에 단 2개의 실책만을 저지른 탄탄한 수비가 아니었다면 허경민은 아마 1군 말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전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다시 허경민의 집중력을 깨웠다. 4월의 마지막 2경기에서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한 허경민은 5월에 열린 10경기에서 6번의 멀티히트와 3번의 3안타 경기를 만들어내며 월간 타율을 .386, 시즌 타율을 .306까지 끌어 올렸다. 두산 타선에 단 3명 밖에 없는 규정 타석을 채운 3할타자 중 한 명이 바로 허경민이다. 최근엔 주로 2번타자로 출전하고 있지만 허경민은 테이블세터부터 8,9번타자까지 다양한 타순을 소화할 수 있다.

시즌 홈런 1개, 장타율 .421에 불과한 허경민은 10개 구단 주전 3루수 중에서 홈런이 가장 적고 장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다. 하지만 장타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허경민이 가치가 떨어지는 3루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허경민은 KBO리그 3루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와 돋보이는 주루 센스, 그리고 정확한 타격까지 겸비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3루수다. 이런 다양한 재능들이 뭉쳐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강 팀 두산의 붙박이 주전 3루수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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