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대 목표는 우승이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2000년대 들어 실시한 유소년 시스템이 결실을 맺으며 지난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은 다가오는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최정예 멤버를 구축하며 월드컵 2연패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베스트 11의 구성을 봤을 때 독일은 명실상부한 이번 월드컵 최고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손색이 없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마냥 우승을 논하기는 무리가 뒤따르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독일의 27인 엔트리가 발표됬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독일의 27인 엔트리가 발표됬다.ⓒ 독일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노이어, 최종엔트리에 합류할까?

90년대 보도 일그너, 안드레아스 쾨프케. 2000년대 초반 올리버 칸과 옌스 레만이 버틴 독일의 골키퍼 자리는 탄탄했다. 일그너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올리버 칸은 2002년 한일월드컵 야신상과 골든볼을 수상했으며 쾨프케와 레만 역시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활약하며 그 족적을 남겼다.

이러한 골키퍼 풍요 현상은 2010년대 들어서도 계속 일어났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마누엘 노이어가 주전자리를 꿰차면서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독일의 골문을 지키며 유로2012와 유로2016 4강, 지난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노이어의 장기집권은 때 아닌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그의 주전자리는 안드레 테어 슈테켄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골키퍼 노이어는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말미에 입은 중족골 부상이 재발하며 거의 시즌아웃 되다 말미에 복귀했으나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노이어는 뢰브 감독의 발언대로 월드컵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최종 23인 엔트리에 합류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뢰브 감독은 과거에도 루카스 포돌스키와 미로슬라브 클로제, 옌스 레만 등 소속팀에서의 활약 외에도 그간 대표팀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던 사례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년간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대표팀에서의 실적을 쌓아온 노이어의 존재는 과감하게 제외하기엔 아쉬운 카드인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지난 1년간 소속팀 바르셀로나(바르사)를 비롯해 독일 대표팀의 No.1 골키퍼 자리를 획득하며 활약한 슈테켄의 공로 역시 인정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베른트 레노와 케빈 트랍이란 수준급 백업 골키퍼 중 한명을 배제하기도 아쉬운 상황인 데다 올시즌 출전이 전무하다시피한 노이어를 대표팀 실적만 믿고 투입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 이런 상황 속에 뢰브 감독의 노이어 최종엔트리 합류여부가 큰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벤치 멤버들의 활약이 중요한 독일

독일의 선수층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열린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예멤버가 아닌 1.5군의 멤버를 꾸렸음에도 승승장구하며 정상에 오른 독일은 어느 누가 선발로 출전해도 상대가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스페인,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는 벤치 멤버들의 한계가 드러났다. 평가전에서는 실험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뢰브 감독의 성향상 벤치멤버들에게 기회가 많이 돌아갔었다. 지난 2차례 평가전에서 독일은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특히 브라질과의 평가전 패배가 뼈아팠는데 브라질 역시 네이마르의 부상 이탈로 생긴 공백을 메워야 해 실험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독일이 정예 멤버를 투입하지 않은 채 패배를 기록했다는 점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토너먼트 승부를 치르는 것이 유력한 독일에게 벤치멤버들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조별리그 3경기 이후 치러지는 토너먼트 승부로 이어지는 레이스에서 부상을 비롯해 징계와 같은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한다. 이를 메워줘야 할 벤치멤버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지 아니면 멈출지가 결정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이 지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알토란 같은 벤치멤버들의 활약이었다.

물론 뢰브 감독이 3백과 4백 포메이션을 오가는 능동적인 전술변화 등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유능하지만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무의미해진다. 뢰브 감독은 23일 소집 이후 치르는 2차례 평가전(오스트리아-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도 벤치멤버들에 대한 테스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이들의 활약여부가 독일의 월드컵 우승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스, 귄도안 메이저대회 한 풀까?

이번 독일의 러시아월드컵 엔트리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다. 도르트문트 유소년팀을 거쳐 묀헨 글라드바흐에서 활약하며 기량이 만개해 도르트문트로 돌아온 로이스는 도르트문트의 에이스로 군림하며 대표팀에서까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에서 부상을 입으며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한데 이어 2년 전 열린 유로2016에서도 대회를 앞두고 장기부상을 입으며 역시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했다. 결국 장기부상에 발목을 잡힌 로이스는 대표팀과 자연스레 멀어졌고, 도르트문트에서 함께 중흥기를 이끌었던 일카이 귄도안을 비롯해 마츠 훔멜스, 마리오 괴체(2시즌만에 다시 복귀) 등이 떠나면서 로이스는 홀로 도르트문트를 이끌게 되었다.

올시즌도 장기부상으로 인해 시즌 절반을 날린 로이스는 후반기 복귀하며 맹활약하며 다시 뢰브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컵 대회를 포함해 15경기 7골을 터뜨린 로이스의 활약을 뢰브 감독은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로이스는 극적으로 예비엔트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다만 로이스의 최종엔트리 합류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올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르로이 사네를 비롯해 율리안 브란트, 율리안 드락슬러,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등 로이스의 자리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나 출중해 로이스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좁아보인다. 소집 이후 훈련과 최종엔트리 23인 발탁 직전 갖는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게 로이스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또한 일카이 귄도안 역시 로이스와 마찬가지로 큰 부상으로 인해 지난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2016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런 아픈 기억을 딛고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활약을 등에 업고 대표팀에 합류한 귄도안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두 번의 메이저대회 탈락의 아픔을 씻어낼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귄도안은 최근 메수트 외질과 함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각자의 소속팀 유니폼을 전달하는 사진촬영을 하면서 "내 대통령에게 큰 존경심을 담아서"라는 논란이 이는 메시지를 유니폼에 남기며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터키계 독일인으로서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귄도안의 이러한 모습에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독일 내 여론에선 두 선수의 대표팀 퇴출 요구와 함께 비난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다. 귄도안으로서는 실력으로 이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서두에 언급한 외질과 귄도안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팀 내 분위기 수습과 부상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토니 크루스의 컨디션 조절 등도 독일대표팀의 숙제로 떠오르게 됐다. 어쩌면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독일 대표팀 걱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독일 대표팀은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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