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오드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플로리다(Florida)'는 스페인어로 '꽃이 피는 나라'라는 뜻이다. 세계적 관광지와 휴양지가 많은 플로리다 주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는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도 있다. 그 코앞에 있는 모텔 매직캐슬은 주인공 엄마 핼리와 여섯 살 어린 딸 무니의 거처다.

매직캐슬에는 당연히 '매직'은 없다. 밀린 방세와 담배 연기, 고장난 공동세탁기와 쓰레기 더미가 말해 주는 고단한 삶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세상 모르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철없는 악동짓이 관객들의 마음을 풀어준다.

화면은 아름답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은 진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세계 최강국 미국도 가난 문제에서만큼은 전혀 자유롭지 않다. 자유의 여신상과 아메리칸 드림의 그늘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영화 속 가난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과 예쁜 색상의 화면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화면 뒤의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며 산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다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인간성을 좀 먹고 가족을 해체하며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괴물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 나서야 겨우 우리의 가난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보는 게 전부이다. 공감, 연대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끄러운 수준의 생각이다. 모든 진실 속에는 우리의 굳어진 양심을 찌르는 불편함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생각난다. 플로리다의 가난은 뭄바이와 비하면 나아 보이지만, 미국 빈민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분노는 뭄바이 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은 푸른 눈에 금발의 백인이며 위대한 미국의 시민권자이고 세계를 휩쓰는 첨단 미국 문명의 소비자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무니와 그 친구들의 천진난만한 온갖 장난과 애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다 보면 어른들의 모습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핼리와 애슐리 그리고 바비, 세상의 모든 어른들도 한때는 모두 어린아이였지만 이제는 아무도 어른을 '봐주지' 않는다. 꽃의 나라 플로리다일지라도 공짜 티켓은 없다.

무니 같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그 또래의 본성이요 특권이다. 가난을 모르는 아이들의 무지는 어쩌면 신이 짧은 기간 내려주는 은총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가난 때문에 사다리가 차단된 '무니'들은 또 다른 '핼리'들로 성장한다. 이러한 악순환을 생각할 때, 영화 속 무니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핼리, 우리에겐 그 책임이 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이 영화에는 남자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모텔 관리인 바비 말고는. 핼리도 애슐리도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남편 없이 애들을 키우고 있다. 왜 여자들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남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애를 데리고 있어야 최소한의 사회보장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걸까.

딸 무니가 화장실 욕조에서 물놀이 하는 동안, 엄마 핼리는 모텔 방에서 몸을 판다. 매일 딸과 함께 뒹구는 그 침대에서 말이다. 밀린 모텔비와 딸에게 밥을 먹이기 위한 일이다. 현대판 팡틴이지만 거기에는 장발장도 마리우스도 없고 준엄한 법의 집행자 자베르만 있을 뿐이다. 결국 매춘이 발각돼 핼리는 딸 무니를 입양 보내야 한다.

핼리처럼 첨단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몸을 사줄 사람을 찾는, 오늘날 이 땅의 핼리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은 멸시와 천대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가난과 매춘에 책임이 있다.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오드


이런 모든 불편한 심사에도 불구하고, 구김살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꿈과 희망을 찾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느낀다. 모텔 너머 무지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그리고 사파리라고 부르는 황소농장, 헤어지기 싫은 두 아이가 손을 잡고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로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또한 아메리칸 드림일 뿐이라고 한다면 세상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이 영화의 화면 구성과 카메라 앵글은 '르포르타주'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기법일 것이다. 바비 역의 윌렘 대포만 없었더라면 영락없이 다큐영화로 생각할 정도다. 무니 역에 아역 배우 브룩클린 프린스를 캐스팅한 것이 절묘해 보인다. 이 아역배우의 10년 후 모습이 기대된다. 또한 독특한 이미지 때문에 늘 악역을 감당하던 윌렘 대포에게 이렇게 따뜻한 배역이 주어지다니. 그의 재발견도 인상적이었다.

금년초 나라은행 정년퇴직 후, 에쎄이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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