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에서 패했지만 2골을 넣은 데다 2차전을 홈경기로 치른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북 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 8강 진출에 대한 확신을 쉽게 가질 수 없었다. 부리람이 1차전에서 보여준 저력에다, 만약에 경기가 전북이 계획했던 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엔 계획이 꼬여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북이 부리람과 치른 ACL 16강 2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는 역시 K리그1의 1강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한편으론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흐트러짐 없는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부리람을 2-0으로 물리친 전북은 1, 2차전 합계 4-3의 스코어로 동아시아팀 중 가장 먼저 ACL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가웠던 이재성의 득점

이재성은 명실상부한 전북의 에이스임에 틀림없다. 박지성과 이청용을 섞어놓은 듯한 그의 플레이는 팬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고, 전북에서 데뷔해 이제껏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전북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재성은 다가오는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전북 8강 진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16강전. 전북과 태국 부리람 경기에서 이재성이 프리킥 골을 넣고 동료들 축하를 받고 있다.

▲ 전북 8강 진출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16강전. 전북과 태국 부리람 경기에서 이재성이 프리킥 골을 넣고 동료들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들어 이재성의 경기력이 하락한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1월부터 축구대표팀의 터키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에 축구대표팀의 유럽원정까지 소화한 이재성의 체력은 어쩌면 지금까지 부상 없이 버틴 게 다행일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부터 5월까지 제대로 된 휴식을 갖지 못한 이재성의 경기력은 체력 저하와 맞물리며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이재성의 체력은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에게도 우려의 시선이 겹쳤다.

살인일정 속에 지난 주말 포항과의 리그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뒤 1주일 만에 복귀한 이재성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비록 몇 차례 볼 키핑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과 동료들과의 2대1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에 활로를 여는 등 몸놀림은 이전보다 가벼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성에게 필요한 건 공격포인트였는데 후반 39분 이재성의 득점이 터졌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재성이 직접 왼발로 마무리지으며 승리를 결정짓는 쐬기골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휴식을 갖지 못한 채 힘겨운 일정을 소화했던 이재성에겐 반가운 골이자 최근 떨어진 경기력 측면에서 반전의 계기를 삼을수 있는 득점이었다.

또한 이재성의 득점은 다음주부터 월드컵을 준비할 신태용호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재성의 떨어진 경기력이 월드컵전까지 회복되지 못한다면 신태용 감독의 고민도 자연스레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성이 득점을 터뜨려 반등의 여지를 만들면서 신태용 감독의 고민도 한결 덜어질 전망이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수비진

시즌 초반 6경기 13실점을 기록하며 날카로운 공격에 비해 수비 때문에 2% 부족했던 전북은 4월 한달 동안 철옹성과 같은 수비를 보여줬다. 4월 한달간 리그와 ACL 통틀어 치른 8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4월 한달간 무실점 승리를 거둔 전북은 리그에서 독주 체제를 굳힘과 동시에 ACL 조별리그에서도 1위로 무난히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주전 센터백인 김민재가 부상으로 이탈함과 동시에 수비수들의 부상 등이 겹치면서 또다시 수비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주 부리람 원정과 지난 주말 포항과의 리그 경기에서 2경기 6실점을 허용해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의 수비가 흔들리는 것은 부리람과의 2차전을 앞둔 전북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제골을 넣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2차전에서 오히려 실점을 허용할 경우엔 바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부리람과의 2차전에서 신형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그동안 전북의 장점이었던 팀 밸런스가 잡히면서 수비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지난 부리람과의 1차전에서 부리람의 용병 에드가 실바와 디오고에게 농락을 당하며 이들에게 3골 모두 헌납한 전북은 2차전 승리의 키 포인트는 이 두 명의 용병을 얼마나 잘 봉쇄하느냐였다.

밸런스가 갖춰진 전북의 수비진앞에서 에드가 실바와 디오고의 활약은 1차전과 달리 자취를 감췄다. 그러면서 부리람의 공격은 무력화 될 수밖에 없었고, 공격의 활로가 막힌 부리람의 공격은 그 위력이 1차전 때만큼 발휘되지 못한 채 날카로운 역습 장면도 보여주지 못했다.

로페즈 첫골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16강전. 전북 로페즈가 태국 부리람에 첫 골을 넣고 임선영의 축하를 받고 있다.

▲ 로페즈 첫골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16강전. 전북 로페즈가 태국 부리람에 첫 골을 넣고 임선영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써 전북은 지난 5일 전남과의 리그경기 이후 2경기만에 다시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특히 2-0으로 앞선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수비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은 칭찬받아야 할 대목이다. 만약 2-0으로 앞선 종료 직전에 실점을 허용했다면 남은 시간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큰 장애물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이겨도 개운하지 못한 기분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전북의 이날 무실점 승리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K리그1의 1강임을 여실히 증명한 전북

전북은 이날 승리를 통해 왜 전북이 K리그1의 1강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우선 조별리그에서도 5승 1패의 성적으로 동아시아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최근 전북은 최근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K리그 1의 1강 답지 않은 선수단 운영을 펼치며 지난 보름동안 불안한 행보를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리그에선 독주 체제를 굳힌 데 이어 최강희 감독의 이야기대로 전반기 최대고비였던 부리람과의 2차전에서 그 고비를 넘고 8강에 진출했다. 이 점에 있어서 이번 경기에서 전북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전북의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ACL 16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한 제주 유나이티드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K리그에서 홀로 16강에 진출한 제주는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2-0의 승리를 거둬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당시 2차전에선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상대 선수의 심리전에 휘말리며 연장 접전 끝에 0-3 패배를 기록해 허무하게 16강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은 달랐다. 부리람과의 1차전에서 2-3의 패배를 기록했으나 14명의 선수단으로 치른 원정길에서 원정 2골을 기록해 절반의 성과물을 가져온 데 이어 2차전 홈경기임에도 부담감이 컸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어려운 고비를 넘겨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팀이 원치 않게 고비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그 고비를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의 차이가 강팀이 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다. 그렇게 올시즌 최대 고비였던 부리람과의 ACL 16강 경기에서 결과를 내며 고비를 넘긴 전북은 명실상부한 K리그 1의 1강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고, 지난 2016년 이후 2년만에 ACL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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