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 2018 포스터

인디포럼 2018 포스터ⓒ 인디포럼


"사과는 받았지만 600만 원의 고통이 8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상반기에 열리는 독립영화제 인디포럼의 말 못할 고민이 이송희일 감독을 통해 알려지면서 영화계와 관객들의 마음이 십시일반 모이고 있다.

인디포럼은 매년 6월 개최되는 국내 대표 독립영화제 중 하나다. 국내 독립영화인 감독과 평론가들의 주축이 된 '인디포럼작가회의'가 주최한다. 20년 넘게 영화제를 이어오고 있으나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줄곧 탄압을 받아왔다. 최근 발표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에서도 인디포럼이 주요 배제대상이었음이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인티포럼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부터 최근까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영화단체 지원 사업에서 보조금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배제 계획을 수립해 청와대에 보고하면, 국정원이 검증 과정을 거쳐 영진위에 지시를 하는 방식이었다. 지원 사업 심사위원회 구성에도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개입 된 심사해 놓고 소송비까지 청구

인디포럼의 어려움은 2009년 독립영화전용관 공모에 지원하면서 커졌다는 것이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을 역임한 이송희일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공모사업 심사결과에서 1등을 차지했지만 영진위(당시 조희문 위원장)는 공모에서 탈락시켰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 소송을 제기했다. 영진위의 영화단체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자 이 역시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두 소송 모두 패소했다."

최근 블랙리스트 조사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배제 역시도 당시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연락해 심사에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문 위원장이 뉴라이트 단체들이 선정되도록 심사위원 구성 등을 불공정하게 하고 심사에도 개입했다는 것이다.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그러나 인디포럼의 고통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송희일 감독에 따르면 "당시 영진위는 처음엔 소송비를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두 건에 대해 소송비를 청구"했다. 6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이후 인디포럼은 영진위 사업에서 모두 탈락한 데다, 후원이나 협찬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여서 영화제 잔고는 정확히 "0원"이었다고 한다.

인디포럼은 영화제를 개최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영진위는 두 건의 소송비를 청구했다. 당시 의장으로 책임을 맡고 있었던 이송희일 감독 역시 개인적으로 그 돈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 영화평론가에게 600만 원을 빌려서 해결해야 했다. 이 감독은 "다른 감독들의 의기로 어떻게 영화제 명맥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인디포럼은 당시 채무변제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영화제 개최로 인한 채무를 갚기도 했다.

최근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당시 두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지난 정권 시절의 잘못이지만 블랙리스트 배제와 외압이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송희일 감독은 "인디포럼은 아직 이 600만원을 다 갚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송 감독은 "사무국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무보수로 영화제 일을 해도 항상 영화제 하나 꾸려나가기가 벅찬 상황"이라며 "모두가 가난해서 그 돈 600만 원을 채워 넣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몇 년 동안 간신히 300만 원을 모아서 절반을 갚았으나 너무 미안하게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인디포럼 상임의장에서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영진위 사과는 받았지만...

 지난해 열린 '인디포럼 2017' 관객과의 대화

지난해 열린 '인디포럼 2017' 관객과의 대화ⓒ 인디포럼작가회의


지난해 현 인디포럼 의장인 박홍준 감독이 작정하고 모아모아 나머지 300만원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국 스태프가 300만 원을 횡령해 사라지면서 인디포럼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았는 중이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 때문에 수천 만 원의 빚더미를 안은 인디포럼 의장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서 "영진위가 청구했던 그 600만 원의 고통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물론 영진위가 단독으로 배상한다는 건 웃긴 이야기고. 재발 방지책과 정책적 대안 정도만 있어도 다행이지 싶다"면서도 "영진위의 사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현재 인디포럼은 열심히 영화제 준비를 하고 있고, 현 의장님이 성정이 여려 이런 속사정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한마디 거들어야겠다 싶어서 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인디포럼은 그 못다 갚은 채무 이외에도 수천만 원의 빚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고 덧붙였다.

인디포럼의 사정이 이송희일 감독을 통해 알려지면서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인디포럼은 펀딩(https://tumblbug.com/indieforum2018)을 개설했는데, 마감(16일)을 하루 앞둔 15일 현재 240명 정도가 후원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만 원의 빚을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디포럼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지속적인 탄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강하게 저항해 왔다. 그 대가가 재정적 압박으로 가중되고 있지만 올해도 영화제만큼은 흔들림 없이 개최된다. 올해 23회를 맞는 인디포럼2018은 오는 6월 7일 개막해 14일까지 종로 인디스페이스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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