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 (주)크리픽쳐스


주변을 둘러보자. 만약 세상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존재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막대한 불편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시간 때우기를 도와줄 가장 큰 수단이 사라진다. 단지 그 뿐일까.

다른 것도 없애보자. 세상에서 버스, 지하철을 비롯한 모든 대중교통이 사라진다면? 자차가 없는 학생은 어디를 가든 걸어 다녀야 한다. 막대한 시간, 체력소모가 예상된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도 가기 힘들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야 걸어서 해외로 나갈 수는 있겠다. 얼마나 걸릴 지는 상상이 안 가지만 말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의 증발 또한 엄청난 실질적 피해만 입을 뿐일까? 이 같은 물음에 답을 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제목만 봐선 고양이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제목 속에는 깊은 의미가 내포돼있다. 우선 영화 속 '세상에서 ~가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은 고양이만이 아니다. 핸드폰, 영화, 시계 등의 주제로 스토리가 나눠진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주인공(사토 타케루)은 시한부다. 그리하여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은 그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그 내용은 어떤 것을 세상에서 하나씩 없앨 때마다 그의 생을 하루씩 연장해준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를 받아들인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와 첫사랑 그녀 역을 맡은 미야자키 아오이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와 첫사랑 그녀 역을 맡은 미야자키 아오이ⓒ (주)크리픽쳐스


정체불명의 존재의 말대로 스마트폰, 영화, 시계 등이 하나씩 사라지며 그는 점점 깨닫게 된다. 늘상 있었던 것들이 사라진다는 건 단순히 불편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첫사랑, 절친한 친구와의 접점도 사라지고 기억 속에서 주인공의 존재자체도 사라진다는 것을. 즉, 관계 자체가 무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는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으로 표현됐지만, 현실에서는 추억을 생각하면 될 듯싶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각자 연인과 나눈 메시지와 사진은 사귄 기간만큼 많이 쌓여있다. 통화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교류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비할 바가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사라진다면 서로 간의 추억 즉, 쌓아온 관계가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친구는 어떨까. 예를 들어 세상에서 모든 공이 사라진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학창시절에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만 되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친구들과 축구를 즐겼다. 공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갔다. 뿐만 아니라 하다 지치면 같이 음료수를 사먹으며 장난도 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주로 축구공에 담겨있다. 이는 예시일 뿐 다들 각자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다. 만약 그 물건이 없어진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서글퍼지지 않을까.

이렇듯 영화는 우리가 사소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생각보다 그 의미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렇다면 제목부터 대놓고 써놓은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제안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고양이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고양이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몇 년 째 연락조차 하지 않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담겨있다. 과거에 이름이 양상추인 고양이가 있었다. 이를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무척 예뻐했고, 그들 가족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양상추가 병에 걸려 죽게 되고, 어머니는 크게 슬퍼한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 엄마 역을 맡은 하라다 미에코, 아빠 역을 맡은 오쿠다 에이지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 엄마 역을 맡은 하라다 미에코, 아빠 역을 맡은 오쿠다 에이지ⓒ (주)크리픽쳐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양상추와 똑같이 생긴 새끼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되며, 어머니는 양상추에게 향했던 사랑을 새끼 고양이에게 쏟는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현재까지 그가 키우는 양배추다. 그럼 아버지랑은 무슨 관계가 있냐면, 양배추의 이름을 아버지가 지었다. 결국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족과의 추억 중 큰 부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는 과연 자신이 살기 위해 가족과의 추억마저 없앨까.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극적인 구조를 통해 감정을 고조시키며 이내 분출하게 만든다. 또한 소설에 담긴 많은 이야기에서 곁가지들을 쳐내고, 중요한 부분을 재구성하여 압축했다. 그로인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엑기스를 섭취할 수가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원작소설이 가진 만화적인 느낌, 정체불명의 존재의 매력도, 그리고 그와 주인공과의 케미도 소실됐다. 또한 주인공이 생명과 관계의 등가교환 속에서 고뇌하는 세세한 감정 선마저 많이 압축된 점이 아쉬웠다.영화에 모든 이야기를 다 담을 순 없겠다만, 소설의 메시지마저 주로 감정을 폭발하게 만드는 요소로 여긴 듯 했다. 물론 본래의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없앴다는 것은 아니다. 소설과는 전달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흥미로운 가정을 통해 우리네 삶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에서 사라지는 대상들은 보통 우리가 돈을 내고 편의나 흥미를 얻는 것들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가족, 친구, 연인 등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겸한다. 어떻게 보면 본래 용도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를 넘어서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용한다는 행동의 본질은 편의나 흥미가 아닌 추억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말이 맞다하면 그 대상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 친구를 생각하는 만큼이 아닐까.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포스터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포스터ⓒ (주)크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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