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한 장면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며 역대 최다 스크린을 장악했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3일 하루 29만 명을 기록하며 누적 1013만 명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19일 만이다. 역대 21번째 천만 영화이자 외화로서는 5번째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이후 3년 만에 외화 천만 탄생이며 마블 스튜디오 작품으로는 두 번째 천만 영화다.

그러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의 천만을 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차갑다. 혹은 착잡하다고도 볼 수 있다. 개봉 초반 전체 매출액의 95%를 차지하고,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의 상영 횟수 점유율이 최대 80%에 다다를 만큼 일방적인 독주였다. 100개가 넘는 다른 영화들은 들러리에 불과할 정도로 스크린에서 외면 받았다.

최다 2553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19일 동안 19만3363회 상영된 것 역시 <어벤져스3>의 시장 장악을 보여주는 통계다. 전체 상영 횟수로는 <신과 함께-죄와 벌>(21만3천), <국제시장>(21만2천), <광해-왕이된 남자>(20만3천), <베테랑>(19만9천) 다음인데, 여전히 주말 7천 회 이상 상영되는 것에 비춰볼 때, 최다 상영 횟수 기록도 곧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개봉 19일 만에 천만을 넘긴 <어벤져스3>는 상영 횟수로는 이미 1341만 관객을 기록한 <베테랑>에 근접했다. 그만큼 스크린독과점이 어느 때보다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극장의 다양성이 말살된, 수치스러운 기록으로도 평가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수요에 따라 공급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며 시장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이 요구되는 영화 산업에서 시장논리만 내세우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도 나온다. 다양성을 묵과하는 거대 자본의 입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스크린 장악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상영과 배급의 분리를 통한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제한이지만,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스크린수 상한제 제도적 규제 필요

 개봉 초기 대기업 상영관의 스크린을 대부분 차지한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개봉 초기 대기업 상영관의 스크린을 대부분 차지한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성하훈


앞서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기업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는 최대 40%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정 비율 이상의 서로 다른 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정한 스크린 하한제도 제시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스크린독과점에 대해 확실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스크린독과점 제한 못지않게 수익 배분 조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는 수입·제작·배급사와 극장이 55: 45로 수익을 나누고 있으나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엄마의 공책>을 연출한 김성호 감독은 "미국은 슬라이딩 시스템에 의해 첫 주 박스오피스 수익의 거의 대부분이 배급사로 가기 때문에 극장은 한두 스크린만 열어주고 2주차 3주차 영화로 이익을 낸다"며 부율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미국은 첫 주 스코어가 잘 나와야 2주차, 3주차 스크린이 늘어나니 배급사가 마케팅 비용을 첫 주에 쏟아붓는다"며 "그 시스템 때문에 자연스럽게 롱런 상영구조로 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극장과 배급사의 부율이 고정되어 있으니 무조건 독과점으로 크고 짧게 한방으로 치고 빠지는 시스템이라 관객을 개봉 초반에 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슬라이딩 부율은 영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스크린독과점이 대기업 수직계열화 심화에 따른 문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약했다. 일부 배급 관계자들은 "사실 영화가 개봉하는 주에는 극장이 역할이 없다"며 "모든 홍보와 마케팅을 배급사가 전담하는 상황에서 극장은 스크린만 열어주고 이익을 가져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초반보다는 상영기간이 길어질수록 극장의 이익이 커지는 식으로 하면 굳이 개봉 초기 한꺼번에 특정 영화를 배정하는 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영화계 역시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에 심각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며 "공정거래위와도 논의하는 형식으로 논의를 통해 관심을 갖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자세다. <어벤져스3> 천만 돌파가 한국영화의 위기의식을 높이면서 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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