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원> 포스터.

영화 <해원> 포스터. ⓒ 레드무비


지난 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논란이 되자 홍 대표는 "경상도에서는 매번 반대만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 같은 놈이라고 불렀다"고 해명했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북한이라는 적이 있었기에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것들이 많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반대편을 낙인찍고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국가 주도의 인권유린을 정당화 하는 기제로도 이용됐다.

'빨갱이'로 낙인 찍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었다. 그런 의미에서 홍 대표의 '빨갱이' 발언은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해원>은 그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되새기고 흔적을 따라가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전국적인 규모의 학살, 이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영화 <해원> 스틸컷.

영화 <해원> 스틸컷. ⓒ 레드무비


<해원>은 해방 이후 남한 사회에서 일어났던 전국적인 민간인 학살의 흔적들을 추적한다. 감독은 제주 4.3 사건,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부역자(라는 이름을 덧씌운) 학살 등 한국 현대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사건들을 보고 들은 이들의 증언들을 듣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닌다.

구자환 감독은 앞서 2013년 다큐 영화 <레드 툼>에서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천, 대구, 경남 등 전국 학살 피해지 60여 곳을 찾아 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정도로 민간인 학살은 전국적인 사건이었고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많지 않은 셈이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부역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해방 이후의 민간인 학살의 주요한 가해자다. 국민의 지지기반이 약했던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들을 청산하기보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를 '"정치적으로 시민권이 박탈된 이들을 향한 공격"으로 규정한다.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했다는 것이 화근이 되어 일어난 제주 4.3 사건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구 10월 항쟁'은 해방 이후 비극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946년 미 군정의 식량 정책 실패에 항의하던 시민들의 시위 현장에 경찰이 총격을 가한다. 시위가 무장 항쟁으로 발전하자 미군정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무력으로 개입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1947년 제주 4.3 사건과 1948년 여순 사건을 거치면서 이승만은 더 강하게 반공이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붙잡았다. 이후 1950년 한국 전쟁이 일어나면서 대량 학살의 그 규모와 횟수가 증가했다.

영화에서 금정굴 인권평가재단 신기철 소장은 "사람들은 이념을 가져서 죽은 게 아니라 이념 가진 사람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민간인들에게 중요했던 건 정치적 이념이 아니었다. 비료를 준다는 말을 듣고 보도연맹에 가입한 농민들, 자기 지역이 보도연맹의 관할이 되어 강제적으로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 모두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아직도 '빨갱이'라니

 영화 <해원> 스틸컷.

영화 <해원> 스틸컷. ⓒ 레드무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결국 냉전체제 중심의 사고방식이 종식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북한이 언제까지나 상종 못할 적으로만 남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많은 국가범죄가 북한이라는 외부의 적을 퇴치한다는 명목으로 내부에 적을 상정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 아닌가.

영화는 경남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학살이 자행되었다고 지적한다. 창원시의 괭이앞바다 대량 학살이 대표적이다. 몇 십년이 지나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에 자신이 또 못을 박았다는 사실을 홍 대표는 알까?

홍 대표에게 <해원>을 권한다. 이제는 국가 주도의 인권유린과 마주봐야 할 때도 됐다. 이제는 '빨갱이' 같은 이분법적, 진영논리적 사고방식에선 좀 벗어나시라.

#해원 #민간인학살 #빨갱이 #보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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