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은 YTN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임명된 조준희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해직 기자들 또한 복직하며 가장 먼저 공영방송 정상화의 바람을 탄 것도 YTN이었다. 하지만 YTN 이사회는 MTN 사장을 지낸 최남수씨를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남수씨는 YTN이 어려웠을 때, 2번이나 회사를 떠난 인물이었다.

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박진수, 아래 YTN 노조)는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해 최남수씨가 YTN 사장에 취임했고, YTN 문제는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최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노조와의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결국 YTN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 중이던 지난달 24일, 최남수 사장은 YTN 노조에 복귀를 요청하며 '4.27 남북정상회담 직후 사장 중간평가 시행, 과반수 불신임 시 즉시 사임'을 제안했다. YTN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파업 중단 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구성원 653명을 대상으로 중간 평가 투표에 돌입했다.

결과는 YTN 구성원 55%의 불신임으로 나왔다. 결국 최 사장은 취임한 지 4개월여 만에 사임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9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노조의 살림을 맡고 있는 권준기 YTN 노조 사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권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권준기 언론노조 YTN 지부 사무국장

권준기 언론노조 YTN 지부 사무국장ⓒ 이영광


- 최남수 사장 불신임 투표 결과 불신임 55%를 받아 최남수 사장이 물러났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결과적으로 최 사장을 불신임 했다는 것은 노조가 제기했던 여러 문제의식에 다수의 구성원이 동의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YTN이 처한 현실에 공감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YTN 보도가 여러 가지로 부족했고,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보도한 데 대해 반성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최남수 사장 체제에서는 제대로 된 언론사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죠.

지난 10년 투쟁 과정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요. 때문에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드시 YTN을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YTN 구성원들이 꿈꿨던 언론사의 모습, 그리고 국민이 바라는 YTN의 모습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고민했던 걸 실행에 옮기는 데 힘을 모을 때라고 봅니다."

- 투표 결과 나왔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투표가 진행될 때는 굉장히 조마조마했습니다.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고 최 사장도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투표를 제안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또 YTN 내부는 지난 10년 동안 많이 많은 갈등을 겪었고 구체제를 비호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서 승리를 낙관할 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개표장에 들어가서 개표과정을 지켜보면서는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는 투표 이후 어떻게 하면 YTN이 제대로 거듭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투표하면 어느 정도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서 받아들인 것 아닌가요?
"저희도 아주 정밀하진 않았지만, 표 계산은 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승리를 확신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집행부 입장에서는 다른 출구가 없었기 때문에 투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노조에서는 지속적으로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최 사장은 거부했고 이사회도 결자해지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활로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외부적인 환경도 여러 가지로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를 통한 퇴진이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 만약 투표 결과가 신임이었다면 더 어려워질 수 있었던 거잖아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고민 많았죠. 만약 투표에서 최 사장이 신임을 얻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실제로 최 사장이 신임받는다면 회사를 나가겠다는 후배도 있었어요. 그만큼 저희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투표였습니다. 하지만 투표에서 승산과는 별개로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적어도 언론사로서 YTN의 위치, 그리고 국민이 YTN을 보는 시선을 의식했을 때 다수의 구성원이 최 사장을 신임하지는 않을 거란 믿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중간평가라는 길을 택할 수 있었어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적어도 과반의 구성원이 YTN이 살 길은 공정방송의 토대 위에서 보도 경쟁력 회복을 통한 재도약이라는 공감대를 이룬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더 많은 구성원이 이런 의지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불신임이 55% 예요. 과반 조금 넘는 수치인데 어떤 의미일까요?
"저희도 고민되는 수치예요. 55%로 이기긴 했지만 앞으로 과제도 많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거든요. 기사 댓글 중에 보면 YTN의 44%는 개혁에 반대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던데, 실제 내부 분위기를 따져보면 지난 10년 동안 구체제에서 여러 보직을 맡고 역할을 하셨던 분들 가운데는 변화가 두려운 분들도 있을 겁니다. 또 하나는 YTN 내부에 처우가 열악한 연봉직 사원분들이 있습니다. 최 사장이 이분들을 상대로 처우 개선을 약속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했고, 실제로 적지 않은 분들이 최 사장의 신임으로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YTN 변화와 개혁의 과제와 함께 YTN 내부의 처우 개선 문제도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드러난 큰 숙제인 거죠. 결국 보도 경쟁력 회복을 통한 YTN 재건에 최 사장에게 불신임 표를 던지지 않은 44%도 같이 행동하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YTN 최남수불신임 투표 55%로 과반 넘어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YTN 노조원들이 개표 결과를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날 최남수 YTN 사장에 대한 중간 평가는 '불신임'으로 나왔다. 개표 결과 YTN 정규직 직원 653명(재적 인원) 중 65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이번 중간 투표는 재적 인원 과반이 불신임하면 최 사장이 사퇴하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YTN 노조원들이 개표 결과를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길게 보면 10년, 짧게 보면 최 사장이 내정된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넘게 싸워온 거잖아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난 6개월 투쟁은 기억에 잘 안 남을 것 같아요. YTN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과정 정도로 단상이 남지 않을까요? 투쟁 과정에서는 최 사장이 노조와의 합의를 깨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생각했어요. 합의를 깬 이후에도 어떻게든 수습하고 화합하려 했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했고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큰 의미가 없는 질문이죠. 왜냐하면 구성원들의 투표 결과로 나타난 민심은 최 사장의 합의 파기와 부적격 사유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YTN 과거에 대한 반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지난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구성원들 사이에서 당시 부적격 사장을 몰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가 꿈꿨던 제대로 된 언론사의 모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모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사무국장은 노조 살림을 책임지기 때문에 파업이 길어 길수록 재정에 대한 걱정도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재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노조 살림이에요. 중요하죠. 그런데 다행히도 언론노조에서 파업에 들어갈 무렵 YTN 노조 지원을 결의했어요. 그래서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에서 십시일반으로 지원금을 보내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연대의 힘이라는 걸 체감하게 된 계기였는데, 언론노조 1만3000명 조합원의 지원이라는 게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산별노조라는 힘, 그리고 모든 언론노동자가 함께 싸우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노조 살림과 별개로 조합원 개개인의 살림이 있잖아요. 석 달 동안 파업하며 월급 한 푼 못 받고 파업에 동참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특히 가정 있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애들 학비에 생활비도 필요한 데 석 달 동안 임금이 끊긴다는 건 사실 보통 문제가 아니거든요. 대출받고, 심지어 아르바이트까지 하러 다닌다는 조합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괴로웠습니다요. 집행부 입장에서는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무슨 말인지 이해되더라고요. 생계를 포기하고 대의와 명분을 위해 같이 싸웠다는 건 보통 의지가 아니거든요. 석 달 파업에 동참했다는 건 그 정도로 YTN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단순히 고맙고 미안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 출구가 안 보이니 더 답답했을 거 같아요.
"맞습니다. 2월 1일 파업이 시작되고 저희는 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죠. 그럴 때마다 최 사장은 자진 사퇴는 절대 없고 자기 발로 걸어 나가는 일은 없다고 얘기했어요. 3월 중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단해 주기를 바랐지만 불발됐죠. 이후에는 정부의 규제기관이고 방송을 담당하는 책임 기관인 방통위에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요구했고요. 방통위 중재가 꽤 길어졌잖아요.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빨리 조합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결과적으로 최 사장이 중간평가 시기를 대폭 앞당겼던 건, 조합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싸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고요. 더 중요한 건 YTN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부적격 사장이 언론사에 버티는 데 반대했고, YTN 노조 투쟁에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파업 중 YTN이 오보하거나 변호사가 현장 중계하기도 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최 사장은 파업 중에도 실국장 회의를 통해 '파업에도 불구하고 YTN은 아무 문제 없다. 보도도 정상적이고 전혀 문제 될 거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오보 사태가 터지면서 사실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었죠. 파업으로 인한 보도 차질과 최 사장 체제에서는 YTN 신뢰성도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장 기자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에 예견된 사고였어요. 그러나 최근의 오보들은 기자들이 볼 때도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진 거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반성하는 게 우선일 거고요, YTN 구성원 모두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식의 오보가 다시는 있어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 고민을 해야 할 겁니다."

YTN 노조 "일 좀 하자, 최남순은 물러가라” 7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YTN 노조와 직능단체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과 언론사 사장단 오찬에 초청된 최남수 YTN 사장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 고비는 언제였다고 보세요?
"매일 매일이 고비였어요. 파업이 들어간 이후로는 단 하루도 녹록지 않았어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힘들었던 게 사실이고요. 그런데 물리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구성원들은 이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모였던 거 같아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성과 없이 투쟁을 접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똘똘 뭉쳤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그 힘을 모아간다면 YTN 재도약의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구성들의 단일대오가 이 결과를 낳은 거네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4∼5년 차 젊은 기자들이 투쟁 대오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YTN 보도가 왜 그따위냐'는 거친 비난과 기레기 소리도 감내해야 했던 젊은 기자들입니다. 세월호와 촛불 혁명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후배들이죠. 그 친구들은 YTN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어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면에서 가장 강하게 했고, 이번 파업에서도 그 후배들이 선배들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력이 강했죠. 그래서 선배들도 이 투쟁이 YTN 미래를 짊어질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앞으로 제2의 최남수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무엇보다 사장 선임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의 서비스 수용자는 시청자이고 국민이잖아요. 당연히 국민들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 KBS, MBC 등도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했듯이 YTN도 이런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 구성원들의 의사 반영도 중요합니다. 현재 사추위 제도는 대주주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결정권을 쥐고 있어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적어도 이 두 가지가 보완돼야 제2의 최남수 사태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지금 YTN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묵은 숙제를 풀어야 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초조한 마음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YTN 투쟁에 보내주신 지지와 응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YTN 구성원들이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때인데 어떻게 변화와 개혁을 만들어갈지 구성원들 모두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YTN 기자 중 한 사람으로서, 시청자들이 YTN 뉴스를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YTN 보도를 잘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들이 믿고 보는 '제대로 된 뉴스 채널'로 거듭나는 과정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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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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