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 XSTREAM PICTURES


재개발 광풍이 불던 한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두 남녀. 한 사람은 조직의 실력자고 다른 이는 그의 연인이 됐다. 작은 도박장을 운영하면서도 나름의 원칙과 때로는 관용까지 겸비한 빈(Liao Fan)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연인 차오(ZHAO Tao)를 챙긴다.

변변한 편의시설도 없고, 한창 재개발 중인 동네에서 이들의 사랑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빈이 이끄는 조직원들과 형제들의 우애 또한 깊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과 사랑은 특정한 하나의 사건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과연 보이지 않는 사랑은 영원한 것일까.

운명의 장난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의 신작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원제: JIANG HU ER NV)의 중심 소재는 시간이다. 2001년부터 2017년 중국 단통과 신장 지구 등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영향 받는 과정을 영화는 묘사했다.

경쟁 조직원들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한 빈, 그리고 그를 구하려고 불법 소지 중이던 총기를꺼내 든 차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사실은 빈이 준 것이지만 총기의 출처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다문 차오는 그 일로 5년 간 징역살이를 해야 했다.

5년, 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차오는 출소 후에 고향을 떠난 빈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막상 찾은 빈은 새로운 사랑이 생겼고, 그 이후로 차오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 도박장을 운영한다.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 XSTREAM PICTURES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의 한 장면. ⓒ XSTREAM PICTURES


황량한 도심 이미지, 그리고 순박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대비된다. 두 연인의 심신이 지쳐갈수록 영화는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제시하며 인간 마음의 연약함을 강조한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주제인데, 영화는 특정 메시지를 강조하기 보다는 인물들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제시하면서 관객들에게 직접 질문을 건네는 방식을 택한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제목 그 자체에 있다. 사랑은 영원한 것인가. 그 마음의 순수함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마침 빈과 차오가 살던 마을 근처엔 휴화산이 있다. "그 어떤 것도 다 녹일 수 있는 뜨거운 불에 의해 타고 남은 재. 그것이 어쩌면 가장 순수한 것일지 모른다"던 등장인물의 대사가 꽤 강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16년이란 시간을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에 압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요소가 증발해버린 느낌이다. 빈의 마음이 왜 변했는지, 차오는 왜 빈을 평생 마음에 두고 있는지 정서적으로 따라가기가 다소 어렵다. 사건의 개연성을 강조하기 보단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서 발생한 약점으로 보인다. 재회한 뒤 엇갈린 두 남녀의 운명은 애잔하게 느껴지기보단 오히려 건조하게 다가온다. 이 또한 감독의 의도였을까. 

평점 :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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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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