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의 주역들.

영화 <공작>의 윤종빈 감독.ⓒ CJ엔터테인먼트


처음 윤종빈 감독은 중앙정보부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다. 수상했던 시절 독재정권 유지에 톡톡히 기여한 기관. 취재 중 그는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고, 실제로 그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의 방향은 급선회한다. <공작>의 시작이었다.

물론 순탄치는 않았다. 기획을 할 당시는 박근혜 정권이 서슬 퍼렇던 시기였다.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공식 상영 후 12일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만난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날까봐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야기의 탄생

공교롭게 최악이었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격적인 화해모드로 바뀌었다. 윤종빈 감독은 "지난해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영화 개봉을 떠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중앙정보부를 취재하다가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고, 알아보니 교도소 수감 중이었다. 면회를 신청했는데 그 분이 저보고 오지 말라더라. 위로 보고가 들어가니까 다른 사람을 보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영화사 대표가 갔었다. 흑금성의 삼촌이라면서 접촉할 수 있었다. 가서 당시 일을 좀 써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니 책 두 권 분량을 자필로 써서 보내주셨다.

읽어보니 그 자체로 드라마틱했다. 어떻게 북파공작원이 됐고, 어떻게 북한의 최고 권위자를 만났는지, 그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순간에 개입하는 순간들이 너무 흥미로웠다. 그 분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사실 원래 제목은 <흑금성>이었고 <공작>은 영화 내용을 가리기 위한 대외용 제목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후자가 더 적절해보이더라. 촬영 중반에 탄핵이 일어났고, 이후 정세가 매우 빨리 변했다. 그땐 일개 영화감독으로서 분명 탄핵 후 북풍이 불 것 같다고 예측했는데 또 다른 쪽으로 분위기가 변하더라."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황정민이 맡은 흑금성은 무역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 위장해 북한과 접촉 후 경제교류의 물꼬를 트는 임무를 갖고 있었다. 북한 내 핵무기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서로를 의심하고 다시 의심하며 극적인 긴장감 속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공작>의 특징이었다. 영화에서 흑금성은 철저한 애국자라기 보다는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실제로 만난 흑금성은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었고, 남한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그 분의 책에도 잘 나와 있다"며 "영화 개봉과 동시에 책으로도 출판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 분 회고록에 <오마이뉴스> 출신 김당 기자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분이 흑금성 개입 사실 기사를 썼던데 흑금성이 그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다더라. 당시만 해도 그 기사 진위 여부 등에 대해 소송이 있었다는데 그가 다 사실이라며 자신의 활동을 증빙할 영수증 같은 것도 다 보내주셨더라. 애국심으로 한 일임을 알리면서 동시에 스파이로서 자신의 인장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분단의 정서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가 남과 북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질 않길 바란다"며 "화해와 공존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흑금성의 상대이자 <공작> 속 주요 캐릭터인 리명운(이성민) 대외경제위 처장, 정무택(주지훈)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등의 이야기 역시 사실성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 낸 캐릭터였는데 감독은 "어서 관객 분들을 만나 어떻게 보셨는지 얘길 듣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해외에선 분명 분단의 정서를 잘 모르실 수도 있잖나. 영화를 만들 때 국내 관객을 생각하지 해외까지 염두에 두진 않으니까. 근데 국내 젊은 나이인 분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수준까지 설명하고 보여줘야 하는지 사실 그 고민이 가장 컸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는 100프로 이해하고 본다고 해서 좋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모르고 봐도 이야기에 이입이 되면 된다. 상영 이후에 각자 정보를 찾아보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흑금성 등 주요 캐릭터를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결론내지 않으려 했다. 전 감독일 뿐인데 실제 존재했던 분의 모습에 덧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야기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감독만의 관점이 들어갔음은 말씀드리고 싶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