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윤락녀가 3명의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 경찰은 증인도 증거도 없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찰 서장은 윤락녀가 무슨 강간이냐며 증거 불충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기가 찢어지고 폭행으로 전치 7주가 나왔음에도 그랬다. 윤락녀라는 이유로.
 
그래서 동료 윤락녀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윤락녀라는 이유로 강간 피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더러운 현실을 깨보기 위해서. 송경식 감독의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의 내용이다. 밑바닥 중에 밑바닥이라는 편견의 시선이 잔뜩 깔려있는 윤락녀가 국회의원이라니. 영화가 개봉됐던 시기(2003년)를 생각하면 매우 파격적인 소재임이 분명했다.
 
높은 곳을 꿈 꿨다는 이유로 그녀들에게 쏟아지는 혐오들
 

 윤락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은비(예지원 분). 하지만 동료들은 더욱 무시당했고 여전히 그녀는 남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적인 대상이었다.

윤락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은비(예지원 분). 하지만 동료들은 더욱 무시당했고 여전히 그녀는 남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적인 대상이었다. ⓒ 시네마서비스


은비(예지원 분)의 기세는 대단했다. 후보 토론회에서 오만봉 후보(김용건 분)의 빈부격차와 세금 문제를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두루뭉술한 공약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고 그럼 복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세금을 안 낸다며 재치 넘치게 넘기기도 하면서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 은비의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세영(임성민 분)와 앵두(최은주 분)를 필두로 한 윤락업소 동료들의 힘으로 매우 파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한다. 한 쪽에서는 정혜(장세윤 분)와 함께 했던 신부님이 정성으로 양로원 어르신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수락시 보궐선거는 여당과 야당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똑같은 의석을 지니고 있는 여당과 야당에 있어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의 오만봉 후보는 은비가 야당의 표를 깎아먹기를 원했고 야당의 허영진(원상연 분)은 은비가 눈엣가시였다.
 
다른 사람들도 은비를 곱게 보지 않았다. 영진의 사주를 받은 주부들은 윤락녀가 설치면 사회가 망한다며 사퇴하라고 집회와 행진을 했고 은비를 도와주다가 방송에 출연한 동료들의 부모들은 폭력을 행하며 망신이라고 구박했다.
 
출마를 통해 세상에 얼굴을 알린 은비를 그저 성적 대상화 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온라인 선거운동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하룻밤을 허락받은 남성은 그녀와의 동영상을 찍으면 대박일 거라며 웃었고 그저 한번 해보고 싶어 은비네 업소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윤락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기 위해 나섰던 그녀였는데 동료들은 더욱 무시당했고 여전히 그녀는 남자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성적인 대상이었다.
 
성적 대상화와 편견에 강한 일격을 날리는 영화
 

ⓒ 시네마서비스


선거는 정말 더러웠다. 투표를 방해한다거나 돈으로 매수한다거나 하는 등 선거에 있을 법한 온갖 편법들이 난무했고 더러운 일들도 많았다.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더러운 윤락녀라며 무시당하던 그녀들이 오히려 더 깨끗하게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비록 자극적인 방법이었을지라도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를 떠나 영화를 보는 내내 은비에게 몰입이 됐다. 진정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됐다. 현실에서 진짜로 윤락녀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락녀에 대한 내 인식은 영화에 나오는 부정적인 묘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녀들을 부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그래도 되는 것처럼. 윤락녀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는 것은 '꽃뱀'일지 모르겠다고 의심을 하고 진정 동의가 없었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꽃뱀'이라고 속단하여 기사를 내보내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확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윤락녀니까. 그녀들은 성을 팔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얼마나 윤락녀라는 이유로 그녀들을 성적 대상화 했던 것인지. 그녀들이 겪는 혐오를 당연시했던 것인지. 영화는 보여줬다. 윤락녀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출마하는 장면이 영화니까 가능한 허구라고 말하게 되는 현실. 그것 자체가 이미 얼마나 많은 혐오와 편견으로 그녀들을 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영화의 마지막 엔딩장면에 얽힌 사연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은비는 어째서 국회의사당에 문을 통해 들어가지 않고 담을 넘은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는 국회 측에 협조공문을 계속 보냈지만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윤락녀가 국회에 도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일까? 결국 담을 넘어 촬영을 진행하고 나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다시 담을 넘어 나와야 했다는 이야기는 윤락녀라는 여성들에게 사회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다시금 알려준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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