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박지성  제이에스파운데이션이 주최하는 '2017 JS컵 U-12 국제 유소년축구대회'가 지난 2017년 8월 3일 강원 평창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평창국민체육센터서 열린 참가선수단 환영만찬회에 참석한 박지성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박지성 지난 2017년 8월 3일 오후 평창국민체육센터서 열린 참가선수단 환영만찬회에 참석한 박지성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빛낸 추억의 축구 영웅들이 축구공 대신 마이크를 들고 팬들 앞에 나선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레전드' 박지성이 SBS 해설위원으로 나설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자타공인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였다. 유럽 최고 명문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년간 활약하며 무수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3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으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했다. 2014년 은퇴 이후에는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걸으면서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략본부장을 맡아 한국 축구 발전에 전념해왔다.

박지성이 축구 해설가? 도전이 놀라운 이유

박지성이 축구중계를 통하여 방송 해설가로 나선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은 반가우면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뛰어난 축구실력과 모범적인 선수생활과는 별개로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대표적인 선수로 꼽혔기 때문이다.

공식 인터뷰 등을 거부한 적은 없지만 신중한 성격 때문에 답변이 대부분 단답형이거나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 재미없는 인터뷰이로도 유명했다. "~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와 같은 박지성 특유의 화법은 한때 수많은 패러디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해설위원은 축구에 관한 지식과 안목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전달력과 입담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달변가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박지성이 과연 해설가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지성은 유독 SBS와 인연이 깊다. 박지성의 아내인 김민지씨는 SBS 아나운서 출신이고, 그를 소개시켜준 것이 배성재 캐스터다. 박지성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배성재 캐스터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SBS는 2012년부터 박지성 재단이 운영하는 JS컵의 주관 방송사이기도 하다. 미디어 노출이 드물었던 박지성은 S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여러 번 출연하며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SBS 해설은 한국 축구의 또다른 전설인 차범근 전 감독이 맡았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과 부자 해설을 선보였던 전 국가대표 차두리 선수는 이번에는 대표팀 코치로서 러시아 월드컵에 참여한다. 박지성이 풍부한 해외축구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 연륜 있는 해설로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차범근을 얼마나 따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표, 안정환, 박지성... 2002 스타들의 대리전?

'꽃놀이패' 안정환, 원조 꽃미남의 미소  22일 오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예능프로그램 <꽃놀이패> 제작발표회에서 안정환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꽃놀이패>는 생방송 투표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린 연예인 6명이 럭셔리 라이프를 누리는 꽃길 팀과 최악의 조건으로 여행을 다니는 흙길 팀으로 나뉘어 2박 3일 동안 여행을 즐기는 예능프로그램이다. 9월 5일 월요일 밤 11시 10분 첫 방송.

22일 오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 새 예능프로그램 <꽃놀이패> 제작발표회에서 안정환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이미 박지성 외에도 많은 한일 월드컵 출신 스타들이 축구 해설에 도전장을 던진 바 있다. 황선홍, 유상철, 김병지, 송종국, 이천수 등이 잇달아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해설가로서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심지어 "축구 실력은 좋지만 해설은 영 아니다"고 할 만큼 냉정한 평가를 받은 경우도 적지 않다. 잠시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지도자나 행정가 등 축구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간 경우도 많다. 현재 월드컵 스타 출신 해설위원으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자리를 잡은 것은 이영표와 안정환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박지성이 해설진에 합류하면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방송사들의 축구중계 전쟁은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스타 출신'들의 대리전 양상이 됐다.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KBS는 이영표, MBC는 안정환이 각각 간판 해설자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이들은 한일월드컵을 통하여 국민적인 스타덤에 올랐고 유럽 무대에도 진출하여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해설자로서의 스타일은 각기 다르다. 이영표가 정확한 정보와 예측력을 바탕으로 정통파에 가까운 해설을 한다면, 안정환은 솔직하면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좀 더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춘 해설을 선보였다.

현역 시절 포지션도 각기 다르다. 이영표는 수비수, 안정환은 공격수, 박지성은 미드필더 출신으로서 자신의 스타일과 역할에 따라 경기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다르다. 해설자들의 색깔에 따라 팬들의 채널 선호도가 달라지는 경향도 뚜렷할 전망이다.

첫 해설에 도전하는 박지성 역시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축구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시청자들과의 소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현역 시절과는 달리 경기장 밖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축구를 분석하고 통찰해 보는 경험은, 앞으로 이들이 한국축구에 기여하는데 있어서도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