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는 되려 ‘부모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 또는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는 되려 ‘부모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 또는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 SBS


나에게는 조카가 한 명 있다. 조카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해서 만날 때마다 내 몸이 '놀이공원'이 되곤 했다. 두 팔로 조카를 들어 올려서 슈퍼맨을 만들어줬다가 바이킹처럼 위 아래로 움직이면,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비록 내 몸은 힘들었지만.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에게는 나보다 반가운 녀석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조카는 스마트폰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게임은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서 다운을 받는 건지. 게임 속 세상에서 나올 줄 모른다. 게임이 끝났다 싶으면 유튜브를 열어 영상 시청 삼매경에 빠진다. 남자와 여자 둘이 등장하여 장난감을 개봉하고 시연하는 모습에 푹 빠져서 계속 돌려본다.

그러다보니 맛있는 음식이 와도 본체만체하고, 친척들이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이다. 이제 스마트폰 그만하고 밥이라도 먹어보자는 소리를 시작으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다. 과거엔 밥도 잘 먹고 함께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그런데 우리 가족들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지난 6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스마트폰 전쟁 -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많은 가정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일까.

스마트폰에 아이들을 뺏겨버린 어른들

방송에 등장하는 부모도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가 최대한 늦게 스마트폰을 접했으면 했다. 그래서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넘겨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반대로 스마트폰은 육아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였다.

스마트폰을 아이들이 접하더라도 최대한 늦게 접했으면 했다. 그래서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육아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였다. 기저귀를 갈거나 머리를 감길 때도 스마트폰이 있으면 아이가 움직이지 않아서 좋았다. 게다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들려주면 부모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끊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전세가 역전됐다. 아이는 스마트폰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유치원을 갔다가 엄마를 만나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찾았다. 엄마와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여행하기 바쁘다. 방송 속 아이는 심지어 스마트폰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거의 대다수의 가정들이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최초 이용 시기는 평균 2.27세라고 한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아이의 정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스마트폰은 매우 강한 화학조미료라고 이야기했다. 어렸을 적부터 강한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웬만한 일상의 자극에는 호기심이나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부모들이 이아들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호통을 쳐보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뺏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밥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방송 속 부모들은 산책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대화를 하면서 걸으면 조금이나마 보지 않을까봐. 하지만 산책길의 풍경도 아빠와의 대화도 아이는 흥미롭지 않은가보다. 걸으면서도 아이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말한다.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아이들의 발달이 위험하다고. 뇌 근육을 만들어가는 시기에 오락하는 근육의 발달만 돕게 되고 책을 읽는데 필요한 시냅스는 매우 적게 생성된다는 것이다. 또한 계속 스마트폰을 하는 습관이 시각 영역 등만 발달시키고 전두엽 등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영역의 발달을 더디게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에서 실험한 결과 스마트폰에 노출이 많이 된 아이들일수록 마시멜로 실험의 성공률이 낮았다. 기다림의 보상으로 더 많은 초콜릿을 얻을 수 있음에도 기다리지 못한 것이다.

정작 어른들도 끊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산책길의 풍경도 아빠와의 대화도 아이에게는 흥미가 없나보다. 걸으면서도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산책길의 풍경도 아빠와의 대화도 아이에게는 흥미가 없나보다. 걸으면서도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 SBS


안 좋은 것은 부모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으면 왕따 당해."

그랬다. 우리 아이가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말자고 해보는 게 어려웠다. 게다가 정작 어른들 역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일 하느라 바빠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걱정하는 엄마는 일을 쉬는 날에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해도 말이다.

전문가는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서 키워드는 부모라고 말한다.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게 된다고 한다. 부모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나쁘다고 쓰지 말라고 하는 스마트폰을 어른들은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업무 때문이라는 이유로, 잠깐 쉰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부모가 된 사람들뿐일까. 이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세상에 갇혀 있다. 시험기간에 대학가에 유행하는 글만 봐도 그렇다. f가 너무 재밌어서 F학점을 받게 된다는 등의 글들. 나도 시험기간에 공부를 할 때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잠깐 5분만 쉬려고 봤던 스마트폰은 어느새 10분, 30분을 뺏어갔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공부보다 스마트폰을 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지금 아이의 부모가 된다면 과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결국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문제였다. 조금이나마 편해보고자 했던 행동들이, 아이들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시간들이 만들어낸 문제였다. 방송에서 한 아이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외롭다고 말한다. 재밌어서가 아니라 외로워서라고 한다. '내 아이를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는 되려 '부모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 또는 '어른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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