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강의 복서 골로프킨이 건재를 과시하며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인 외할아버지를 둔 카자흐스탄의 복싱영웅 게나디 골로프킨은 6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허브센터에서 열린 WBA/WBC/IBF 통합 타이틀 방어전에서 도전자 바네스 마티로시안을 2라운드 KO로 제압했다. 프로 데뷔 후 34번째 KO승을 기록한 골로프킨은 39경기 무패 전적(38승1무)도 함께 이어갔다.

이로써 골로프킨은 전설적인 복서 버나드 홉킨스가 가지고 있던 미들급 최다 방어 기록(20차 방어)과 타이를 만들며 지상 최강의 복서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카넬로 알바레스전 무승부 이후 골로프킨의 노쇠화를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화끈한 KO승이었다.

 골로프킨이 마티로시안에게 생애 첫 KO패를 안기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골로프킨이 마티로시안에게 생애 첫 KO패를 안기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SBS SPORTS 화면 캡처


정면 승부 걸어온 무모한(?) 도전자, 대가는2라운드 KO

작년 9월17일 세계 복싱팬들의 눈은 'GGG' 게나디 골로프킨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의 맞대결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 집중됐다. 하지만 복싱팬들의 기대와 달리 두 선수의 혈투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골로프킨이 더 적극적으로 공세을 펼쳤지만 유효타는 알바레스가 더 많았다는 판정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복싱팬들은 엄청난 흥행을 보장하는 두 선수의 재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적 무승부'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두 선수의 재대결은 2018년 5월에 성사됐다. 1차전에서 서로 승리했다고 믿은 골로프킨과 알바레스는 2차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겠다고 큰 소리쳤다. 하지만 기대했던 두 선수의 2차전은 두 달을 앞두고 무산됐다. 지난 3월 알바레스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다. 알바레스와의 재대결이 무산된 골로프킨은 다른 상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때 등장한 선수가 바로 아르메니아 출신의 바네스 마티로시안이었다. 급하게 들어온 선수였지만 40전36승3패21KO의 전적을 자랑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게다가 40번이나 링에 오르면서 KO패는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일부 전문가들과 복싱팬들의 예상처럼 정말 골로프킨이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을 걷는 중이라면 결코 쉽게 생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골로프킨의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9개월 만에 오른 링에서 경기 초반 탐색전을 펼치며 마티로시안와 신중하게 펀치를 교환했다. 1라운드 후반에는 마티로시안의 왼손펀치에 맞고 고개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골로프킨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같은 무패 복서인 플로이드 메이웨더와는 달리 회피보다는 강한 맷집으로 정면에서 상대의 펀치를 견디는 스타일이다.

1라운드 골로프킨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투지를 보인 것은 칭찬할 만했지만 정면승부를 선택한 대가는 마티로시안에게 악몽으로 돌아왔다. 2라운드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오기 시작한 골로프킨은 라운드 중반 오른손 훅과 레프트 더블로 마티로시안의 방어를 무력화시켰다. 이후 골로프킨은 눈이 풀린 마티로시안의 안면에 정확하고 강력한 좌우 훅을 꽂으며 가볍게 경기를 끝냈다. 마티로시안의 의지마저 꺾어 버린 골로프킨의 무시무시한 하드펀치였다.

오는 9월이면 자신의 전승전적에 유일한 무승부를 남긴 상대였던 알바레스의 징계가 끝나지만 골로프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알바레스를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상대인 마티로시안과 가족들, 코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골로프킨은 "자신 있는 상대라면 누구라도 도전하라"는 말로 향후 계획을 밝혔다. 현존하는 복싱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미들급 타이틀을 20번이나 방어한 극강의 챔피언이기에 나올 수 있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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