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포스터.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포스터. ⓒ (주)크리픽쳐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제목만 들어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멈칫할 수밖에 없다. 과연 고양이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지 궁금해지는 자극적인 제목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 후에는 어쩌면 이렇게 영화의 내용과 전하고픈 내용을 제목에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는지 감탄만 나온다.

친구 중 한 명이 SNS에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영화 포스터를 프로필 사진으로 해 놨다. 그 친구가 의미 있게 봤던 영화라면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지금 매일 아침 즐겨보는 <절반 푸르다>라는 드라마에서도 사토 타케루가 너무나 매력적인 배우이기에 영화를 보게 됐다. 선택의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영화를 보며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곱씹어 보게 됐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 (주)크리픽쳐스


소중함 일깨우는 네 가지 소재

이 영화는 서른 살의 우편 배달부 '나(사토 타케루)'에서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진다.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분노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갑작스러운 선고에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나'는 집으로 돌아왔으나, 기다리고 있던 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의문의 존재'. 그는 세상에서 한 가지씩을 없앨 때마다 하루를 더 살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의문의 존재가 생명의 연장에 따른 대가로 없애길 원한 것은 전화, 영화, 시계, 고양이다. 세상에서 무엇인가 사라지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것과 연결됐던 사람들, 추억들이 모두 사라진다. 잘못 걸린 전화로 만나게 됐던 첫사랑 그녀(미야자키 아오이)도 그와 닿지 않은 사람이 됐다. '전화'는 여자 친구를, '영화'는 친구 타츠야(하마다 가쿠)를, '고양이'는 엄마(하라다 미에코)와의 추억을 뜻한다. 즉, 소재 하나하나가 전부 누군가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 (주)크리픽쳐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양상추 박스에 담긴 새끼 고양이를 주워왔다. 어머니(하라다 미에코)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었음에도, 아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함을 알고 가족으로 맞이한다. 고양이는 가족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이후  첫 번째 고양이가 죽고 두 번째 고양이를 키울 때도 고양이는 외로움을 달래고 엄마를 추억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엄마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고양이는 엄마의 분신이 아닐까.  

하나씩 없어진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이 영화는 '부재'라는 것의 의미를 통해 소중한 것에 대한 삶을 일깨워준다.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슬퍼해 줄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무엇인가를 하나씩 잃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과 일상을 깨닫는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라는 것은 없다면서, 하루하루가 삶의 일부분이고 인생에서 추억과 소중함으로 채워져 있지 않은 부분은 '없다'라고 말한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컷. ⓒ (주)크리픽쳐스


미학적으로도,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만족스럽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영상, 미학적으로 눈에 띈다. 의도적인 흔들림으로 인물을 비추는 등 카메라로 여러 방식을 담아내고, 영화 고유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색깔을 잘 표현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과거를 보여주는 형식도 이 영화의 특징이었다. 단순히 현재라는 지금의 이 시점은 단일한 스펙트럼이 아니라 과거부터 차곡차곡 추억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삶이란 추억과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은 이러한 추억 덕분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목숨을 연장함으로써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던 주인공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세상은 소중한 것으로 가득하다는 걸. 즉, 악마로 표시되던 '의문의 존재'는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다.

우리 모두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 물건이 있고, 그냥 사물일지라도 추억과 엮여있을지도 모른다. 따져보면 별 거 없는 인생이지만, 인간은 소중함을 느끼고 그 소중함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떠올려 보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계속 연락하지 않았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그 아버지가 주인공이 태어나는 모습을 보며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하는데 영화를 통해 서정적 감성에 감동받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추억이 떠올라 눈물짓는다. 나도 누군가의 추억 속에 소중한 기억으로 들어가 있을까.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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