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극단 산울림


소극장 산울림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다. 서교동에는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데 다양한 가게들로 꾸며져 있다. 감성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음식점과 미용실, 카페, 공연장, 세탁소, 타투 시술소 등 업종도 외관도 가지각색이다. 예술이 서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주택을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주택으로 변모시켰다.

목적지인 소극장 산울림의 무대는 지하에 있었다. 건물의 1층 바깥에는 작은 매표소가 있는데 작은 창문을 경계로 하여서 돈을 주고 표를 받는다. 창문 옆에 붙은 종이에 박상종 배우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추위와 물기에 취약한 내 구두 속 발을 얼게 하고 길을 잃은 그 밤에 만족스럽게 본 성기웅 연출의 <랭귀지 아카이브>의 배우를 봄에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다.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그는 에스트라공, 고고 역이다.

건물의 1층은 카페, 주점 또는 작업실로 보였는데 내가 들어가서 구경할 공간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갤러리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인상이 선한 아주머니가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도 찍어도 된다고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중요한 소품인 오래된 신발과 모자가 있었다.

낡은 포스터들도 있었는데 꽤 오래 <고도를 기다리며>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배세진 공예가의 작품도 액자에 걸려 있었다.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다니. 음악이 모티브가 되는 경우는 많이 보았고 나도 브람스의 곡이 모티브가 되거나 음악으로 외부와 공간을 차단시키면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희곡이 공예품의 모티브가 되어서 놀라웠다.

재해석된 그리스의 원형극장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극단 산울림


공연 시작 15분 전에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랭귀지 아카이브>처럼 내가 앉을 좌석이 무대와 근접해 있으면서도 앞에 앉은 사람의 머리가 시야를 가리지 않아서 감상하기에 괜찮았다. 이곳의 무대는 반원형으로 돌출되어 있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관객들이 자리를 찾아서 무대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직원이 무대에 내려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무대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와 바위가 있고 후면으로 무색의 배경이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조명들이 배경에 저녁과 구름을 그리고 있다. 배우가 이 황량한 무대로 드나드는 출입구는 무대의 양 옆에 뚫려 있었다. 그리스의 원형극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축소하여 실내에 들여온 것 같았다.

텍스트 바깥으로 나온 그들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극단 산울림



암전이 되고 연극이 시작됐다. 어둠 속에서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인터미션이 있는 180분 공연이다. 연극을 보기 전에 희곡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명징하게 포착되지 않는 서사의 난해성, 이해되지 않는 말장난이나 폭력으로도 생각되는 종잡을 수 없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대화를 견디며 희곡을 읽었던 기억이 오묘하게 공간과 겹쳐졌다. 연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자면 안 된다고 되뇌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관극 경험은 신선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학자가 말하는 부조리극이기 이전에 풍자와 블랙 유머가 있는 희극(comedy)이었다. 희곡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연출가와 배우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표현으로 무거움이 사라진 가벼운 진지함이 전달되었다.

고도를 앙상한 나무 주변에서 언제고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무대에 섰다. 에스트라공, 고고와 블라디미르, 디디는 누더기가 다 된 양복과 구두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난 4월 19일 개막하여 오는 20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 사진. 사뮈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으로, 임영웅 극단 산울림 연출이 맡아 소화해낸 작품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트리는 이 극은 '기다림'의 정서를 독특하고 난해하게 하지만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 극단 산울림


고고와 디디에 비해서 포조와 럭키는 상대적으로 우람하고 목소리도 컸다. 밧줄을 목에 매고 양 손에 바구니와 무거운 트렁크를 든 럭키는 포조의 말과 채찍질에 의해서 움직였다. 저녁을 암시하는 조명으로 바뀌고 이름이 없는 앳된 소년이 고고와 디디에게 다가섰다. 고도의 전령으로 보이나 실제로 고도와 접촉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고고와 디디, 포조와 럭키, 소년의 상황은 이처럼 파악이 되지만 말과 동작은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연극에서도 서사가 해체되어 있다.

희곡에서 축조된 글이 아닌 무대와 배우의 체온 안에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말과 슬랩스틱으로 만들어진 무엇이 관객들에게 흡입되어 기침처럼 퍼지기도 했다. 고고와 디디가 허리끈을 나무에 묶어 목을 매려고 시도한다. 럭키가 표정이 찡그려지고 빨개질 정도로 불가해한 말을 쉬지 않고 한다. 포조가 버린 뼈만 남은 닭다리를 고고가 핥는다. 객석에서는 씁쓸하거나 씁쓸하지 않은 웃음이 소소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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