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노래하는 오연준군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제주도 초등학생 오연준군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노래하는 오연준군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제주도 초등학생 오연준군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아침에 시작된 만남은 오후로 가며 한결 편안해졌지만 여전히 어색함은 서려있었다. 그때 목소리 하나가 긴장된 공기를 뚫고 나왔다. '평화'라는 두 글자와 더없이 어울리는 맑은 목소리였다. 만 11살 '제주소년' 오연준 군이었다.

만찬장에 남은 얼음이 비로소 완전히 녹았다. 두 정상 내외를 비롯한 자리에 있던 어른들은 그제야 티 없이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지 아이여서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가, 그의 노래가 준 감동이 있었다.

온라인에선 "저 아이가 누구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오연준 이름 석 자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회담이 끝나고도 며칠간 그 열기는 계속됐다. 모르긴 몰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역시 "저 아이가 누굴까" 싶었을 테다. '아빠미소', '엄마미소'를 짓고 노래에 집중하는 표정이 그걸 말해주는 듯했다. 김여정 노동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역시 사랑 가득한 표정으로 연준 군을 바라보며 '고향의 봄'을 살짝 따라 부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이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오연준은 이날 만찬에서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불렀다. 연준 군에게 이렇게 큰 관심이 쏟아진 건 그가 '또 한 번' 국가적 큰 행사에서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오연준은 세계인 앞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다. 이쯤 되니 국가가 선택했다 하여 '국가픽'이란 애칭이 붙을 정도였다.

오연준군 노래에 박수치는 김정은-리설주 부부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 김여정 제1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고향의 봄'을 부른 제주도 초등학생 오연준군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오연준군 노래에 박수치는 김정은-리설주 부부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 김여정 제1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고향의 봄'을 부른 제주도 초등학생 오연준군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오연준군 노래에 박수치는 남-북 정상과 참석자들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 김여정 제1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고향의 봄'을 부른 제주도 초등학생 오연준군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오연준군 노래에 박수치는 남-북 정상과 참석자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연준 군이 대중에 처음 목소리를 들려준 건 지난 2016년 Mnet 음악경연 프로그램 <위키드>에서였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사는 오연준은 2006년생으로, 출연 당시 신비롭고 깊은 목소리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경연에서 부른 <포카혼타스> OST '바람의 빛깔'은 조회 수 1400만 건을 넘었고 2016년 그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본 영상 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녹화장에서 이 곡을 부르는 연준 군을 보고 출연진이었던 박보영과 윤미래는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그때 오연준의 '바람의 빛깔'을 듣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음악이란 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단 걸 또렷하게 느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부른 '바다아이'는 더 감동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그 유튜브 영상에 꽂혀서 한동안 매일 돌려 본 기억이 있다. 단지 즐거움에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인간 영혼을 보듬고 정화해주는 음악을 체험하게 해준 연준에게 고맙다.

방송이 나가고 사람들은 이 아이의 목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하늘이 내린 천상의 목소리'라며 그를 찾았고 연준 군은 이후 '더 퀸 온 아이스 김연아', '디즈니 인 콘서트 2016',  '평창 동계올림픽 G-200 기념콘서트', '2017 제주뮤직페스티벌', '2017 정미조 콘서트' 등 많은 무대에 섰다. 지난해 5월에는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양파와 듀엣 무대를 꾸몄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특별한 목소리와 탁월한 실력으로 치유를 선물하는 오연준 군은 지난해 9월 자신의 12살 생일에 첫 번째 정규앨범 < 12 >를 발표했다. 앨범에는 '바람의 빛깔'과 '고향의 봄', '섬집아기'를 포함해 그해 5월 싱글로 먼저 선보인 '제주도의 푸른 밤' 등 총 13곡이 담겼다. 음악 선생님인 그의 아버지 오남훈씨의 곡 '쉼이 필요해'와 '엄마의 무릎베개'도 수록됐다. 타이틀곡은 <위키드> 때부터 호흡을 맞춘 이상훈 작곡가의 '그 빛은 우리의 마음'이다. 특별한 트랙도 있다. 오연준이 아기 때 노래한 제주어동요 '강생이'와 아기 때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모두 모두 사랑해'가 그것이다. 이어 그해 12월에는 캐롤 앨범 < Joony Sings The Christmas >를 발표했다.

오연준의 어머니 김윤정씨는 <위키드> 당시 연준 군에 대해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이"라고 말했다. 제주처럼 깨끗한 마음을 음악 안에 담는 오연준, 그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많은 마음들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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