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 포스터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 포스터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세계적인 작가인 야콥 마르틴 스트리드가 쓴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는다. 1972년 덴마크에서 태어난 야콥 마르틴 스트리드는 코펜하겐 일간지에 <스트리드>란 만화를 연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내놓은 <작은 개구리>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출판사인 글리덴달에서 주는 그림책 상과 어린이 도서관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출판한 창작 동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덴마크에서 처음 출간한 후 중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4개 국가에서 8개 언어로 출판되어 누적 판매 부수 10만 부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선 2015년 현암사가 출간하자마자 어린이 필독서로 자리를 잡았다.

원작의 영어 제목보다 더 근사한 한국 번역 제목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원작을 안 본 상태에서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를 접하면 제목의 '배'가 사람이나 짐을 싣고 물 위를 떠다니는 탈 것 '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배는 과일 '배'를 뜻한다. 원작 동화의 제목이자 영화의 원제인 'Den utrolige historie om den kæmpestore pære', 이것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영제 'The Incredible Story of the Giant Pear'는 과일인 '배'를 사용한 '거대한 배의 놀라운 이야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붙인 제목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원제나 영제보다 훨씬 근사하다. '커다랗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화는 커다란 과일인 배(pear)를 탈 것인 배(ship)로 만들어 항해를 떠나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담았다. '배'는 과일과 탈 것의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늘 햇살이 가득하고 주민 전체가 행복한 도시 '써니타운'의 시장 JB(윤세웅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다. 마을 사람들은 JB를 찾아 수색에 나섰지만,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장이 없는 틈을 타 부시장 트위그는 거대한 새 시청을 지어 햇빛을 가려버린다.

상심에 빠진 코끼리 세바스찬(이소은 목소리)와 고양이 미쵸(이제인 목소리)는 낚시를 하다가 편지가 든 병을 낚는다. 병 속엔 '신비의 섬'에 갇힌 자신을 구하러 와달라는 시장의 편지와 씨앗이 들어있었다. 땅에 묻은 씨앗은 하룻밤 새 거대한 배로 자란다. 써니타운의 위기를 막기 위해 둘은 글루코스 박사(이규창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커다란 배를 타고 신비의 섬으로 향한다.

동화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상상력을 자유로이 발휘한다. 써니타운의 주민이나 신비의 섬으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해적 선장(김현수 목소리)과 그의 부하들, 무서운 바다 용을 움직이는 율리시스(석승훈 목소리) 등 등장인물은 모두 사람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코끼리와 고양이라니. 인간 사회에 섞인 둘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행동한다.

느닷없이 나타나 레이저와 뚫어뻥 등 도구를 사용하여 커다란 배를 뚝딱뚝딱 만드는 글루코스 박사님도 그렇거니와 신비의 섬으로 가는 여정과 시장의 실종 이유 등에선 개연성을 찾기 어렵다. 어른의 눈높이로 본다면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저연령층이 감상하는 영화에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동심으로 가득한 동화의 나라에선 불가능한 것이 없으니까.

영화는 다양한 재미 요소로 가득하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활발한 미쵸와 조용한 성격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세바스찬은 줄곧 티격태격하면서도 둘도 없는 단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둘의 찰떡 케미에 더해진 글루코스 박사, 해적 선장, 율리시스 등 조연 캐릭터의 감초 연기도 맛깔난다.

영향을 받은 작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갑작스레 커지는 씨앗은 <잭과 콩나무>와 비슷하다. 또는 거대한 배를 보고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연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항해 중에 만나는 율리시스와 그가 조종하는 잠수함인 거대한 용은 <해저 2만리>를 떠올리게 한다.

희망의 메시지... 어린이날에 어울리는 영화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영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의 한 장면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기술적인 면도 우수하다. 픽사,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A급 스튜디오가 고 예산을 투입한 영화들과 견주긴 어렵지만, 덴마크의 제작사인 아인슈타인 필름은 작은 규모의 예산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뽐낸다. 써니타운은 듀플로 같은 장난감 세계를 고스란히 옮긴 다채로운 색감을 선사한다. 커다란 배가 신비의 섬으로 가는 여정에서 마주하는 검은 뭉게구름 장면도 인상적이다.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는 모험과 우정을 다룬 재미있는 어린이 영화다. 신비의 섬으로 떠나기 전 세바스찬은 겁이 많았다. 미쵸는 물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모험의 장을 하나씩 넘기며 그들은 성장한다.

영화는 "일에는 항상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찾아보면 길은 어딘가에 있다"며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 무서운 모험도 친한 친구들만 있으면 문제없다"고 외치며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개발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부시장을 비판하고 자연, 동물과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귀여운 케미와 짜릿한 모험, 교훈적인 메시지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배>. 어린이날 온 가족에게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재미와 행복을 안겨주는 영화가 될 거라 확신한다.

필립 아인슈타인 립스키 요르겐 레르담 이소은 이제인 윤세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