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언리쉬드(unleashed)'의 선정성에 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언리쉬드 측이 어린이날을 맞아 발표한 이벤트 공지사항 때문이다. 공지사항에는 "어린이들을 아끼는 언리쉬드 답게, 올해도 역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녹스들이 등장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반나체의 어린 여성을 그린 일러스트가 게재됐다.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8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8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유스티스


온라인게임에서 특정한 날을 기념해 이벤트를 열고 공지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언리쉬드의 이벤트는 달랐다. '어린이날'을 기념한다면서 어린 여성 캐릭터의 노출을 강조하는 그림을 같이 내보냈다. 그림 속에서 캐릭터들은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낸 채로 누워 있다. 캐릭터들 아래에는 '어린이날'을 영어로 쓴 'Children's Day'라는 문구가 쓰였다.

게임 언리쉬드의 어린이날 이벤트에서 선정적인 그림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과 2016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일러스트가 동시에 공개됐다.

2017년에 쓴 공지글에는 '로리 파티'라는 문구가 나와 있다. '언린이날'이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이는 '언리쉬드'라는 게임 이름을 자체적으로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공개된 공지에서도 소녀 캐릭터들이 특정 부위를 강조한 의상을 입고 나온 그림이 첨부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 눈에 띈다.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왼쪽)/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7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왼쪽)/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7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유스티스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주실 전문가"라는 문구가 나와 논란이 됐다.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의 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주실 전문가"라는 문구가 나와 논란이 됐다.ⓒ 유스티스


특히 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글에는 노출 캐릭터들의 그림 아래에 남성 캐릭터들의 그림이 추가돼 더욱 논란이 됐다. 남성 캐릭터들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주실 전문가"라고 쓴 문구가 아동성애를 표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2018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사항에 대해서도 SNS에서는 비판이 쏟아진다. "믿을 수 없어서 회사의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직접 들어가서 확인했다"는 글부터 "성인 게임이든 캐릭터가 미성년자이든 아니든, 어린이날에 야동을 연상하게 했다"는 글도 있다. 또한 트위터에는 "아동의 권익을 위해 제정된 기념일에 아동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이벤트를 열고 즐기는 것 자체가 실제 아동을 존중하지 않음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3년에 출시된 게임 언리쉬드는 당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중' 등급(12~15세 사용가)으로 분류됐다. 이후 약 5개월이 지나 2014년 1월 구글 자체 심사에서는 '상' 등급(청소년 이용 불가)으로 분류가 변경됐다.

이에 당시 게임 제작사인 유스티스 측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직접 심의판정을 신청했다. 이 심의 결과에서도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고 결국 구글 앱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상태다. 현재는 국내 통신3사와 네이버가 결합한 원스토어에서만 서비스 중이다.

"혓바닥이라면 대도 좋아" 게임 내용과 관련 없이 선정적인 캐릭터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 플레이 화면.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 플레이 화면.ⓒ 유스티스


언리쉬드의 선정성은 어린이날 이벤트에서 끝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사항에 관한 비판이 나오면서, SNS에서는 언리쉬드 게임 플레이 화면도 공개됐다. 캡처된 화면을 보면 게임 중에도 노출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가 단순히 특정 부위를 노출하고 나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극적인 지문과 대사도 덧붙여졌다. 여성 캐릭터들이 "먹을 거야?", "함부로 손대지 말렴, 혓바닥이라면 대도 좋아", "아우우... 녹아버립니다" 같은 대사를 하는 식이다.

한혜원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온라인 게임에 관해 다룬 본인의 책 <엘리스 리턴즈>에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에 관해 "악인이건 의인이건 할 것 없이 신체의 노출이 과다. 신체 일부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드러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혜원 교수는 "이러한 신체의 묘사는 전투 능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중략) 그저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제시된다"고 덧붙였다.

한혜원 교수는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 광고 기법을 통해 플레이어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광고의 일반 논리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게임의 잠재적인 플레이어가 전적으로 '남성'으로 전제된다는 점이다. 남아가 게임을 더 많이 하고 남성들이 게임을 더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남성의 욕망을 반영한 여성 캐릭터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논리이다. (중략)

위의 진술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심층을 들여다보면 남성의 성적 욕망을 게임에 표면적으로 반영하는 순간, 여성 플레이어는 그들의 욕망은커녕 존재 자체가 아예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문화들 속에 유독 여성이 늘 타자화되거나 욕망의 대상으로 묘사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욕망의 주체가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논거는 일종의 모순이다. '여아가 그 핵심 그룹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구란 봉쇄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셈이다." - 한혜원 교수, <앨리스 리턴즈> 103~105쪽 중에서

게임 언리쉬드 어린이날 이벤트 홍보에 관해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사무국장은 "굉장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성인들만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어린이를 어른으로 만들어준다'는 식의 문구 등에서 (부적절한) 맥락이 읽힌다. 이런 부분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사회적인 흐름이나 인식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슬아 사무국장은 이어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국면이고 일상적인 성차별·성폭력을 되짚어보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절"이라며 "상품이나 작품을 만들 때도 사회적인 분위기를 읽으면서 가야 한다. 이걸 몇 년간 해오던 이벤트라고 얘기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정 사무국장은 게임 '왕이 되는 자' 광고 논란 등 최근 연이은 게임계 선정성 논란에 관해 "최근까지 게임계에서 향유해 온 문화 중 사회적 흐름을 고려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을 것이다. 게임계에서도 돌아보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 플레이 화면.

개발사 유스티스의 게임 언리쉬드 플레이 화면.ⓒ 유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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