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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초연부터 삼연까지 “초연 때는 다 헤맸죠. 나중에는 시간이 안 맞으니까, 공연 일주일 남겨놓고 녹음실 갔는데, 남들 녹음하는데 그 밑에 내려와서 가로등 켜져 있는 골목에서 런을 돌았어요. 그 기억이 이윤지한테 가장 큰 기억이에요. 어디 갈 데도 없고, 녹음실에서는 소리도 못 내겠고 ‘내려와, 다른 애들 녹음할 때 우리 연습하자’라고 해서, 골목에서 런을 막 돌았죠. 남대문에 있는 이상한 골목이었어요. 골목에서 ‘로키’ 런 돌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 아이엠컬처


[카포네] 인연 그리고 만남

2015년 초연 당시 이석준 배우가 <카포네 트릴로지>(아래 <카포네>)에 섭외되었던 과정은, 지금도 대학로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다. 본래 다른 배우가 출연하기로 하였으나 갑작스럽게 엎어졌다. 김태형 연출은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에 출연하여 연을 맺은 걸 떠올리며 급하게 이석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제는 대본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하고 포스터를 촬영하러 갔어야 했다는 거다.

"그때 제가 <프로즌> 연습할 때였거든요. 막판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어떤 작품에 들어가려고 한다. 알 카포네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는데, 에피소드가 3개이고, 한 공간에서 일어나고, 관객도 안에서 들어와서 본다'라고 대강 구조를 설명하더라고요. '어? 되게 독특하다. 재밌겠다. 그런데 언제까지 대답해줘야 해?'라고 했더니 '오늘 저녁'이라는 거예요! '아니, 왜 이렇게 급해?'라고 했더니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이 포스터 촬영이라고…. '왜 이제 섭외하는 거야'라고 물으니 원래 내정된 사람이 엎어져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낯을 가려서 작업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선뜻 얘기하기가 부끄럽다는 거예요. 갑자기 그때 오기가 생겼어요, '아, 그래? 그럼 하자'라고 해놓고 회사에 얘기했다가…. (웃음)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날 포스터를 찍으러 갔어요. 그때 앉아서 다들 막 사진 얘기하는데 이 사람이 사진작가인지, 어느 분이 대표인지도 모르겠고…. 그때 배우들도 다 서로 알기는 했지만 같이 작업을 해본 친구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갑자기 인사들은 하는데 너무 어색하고…. (웃음) 사진작가가 오히려 대본을 다 읽고 와서 '이 인물은 이런 거잖아요? 이렇게 해주시면 어때요?' 그래서 '아 그래요? 그 인물이? 그런가?' 막 그랬어요. 또 갑자기 막 가더니 묶어놓고 총 쏘려고 해서 '작품에 총 나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대본을 처음 봤어요. 공연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독특했죠. 아예 한 달 반을…. 아니 연극이라고 그래서 연습하러 갔더니 안무가가 와 있네? '네가 왜 와 있어?' '여기 춤이 좀 들어가' '아 그래?' 갑자기 무술 감독이 들어와요. '연극인데 왜 무술 감독이 들어와?' 했는데 나중에는 또 음악감독도 오고…. 아니, 불러다놓고 너무 힘드니까 연습실 나오자마자 '야, 이씨! 연극이라며 이 새끼들아!' 막 그랬어요. 작품도 일주일마다 하나씩 뛰어야 했어요. 일주일에 하나 외워서 런을 돌고, 또 하나 외워서 런을 돌고…. 저는 합 맞추거나 만들어서 치고 나가는 건 굉장히 빠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버거웠으니까요."

그렇게 또 하나의 작은 역사가 쓰였다. 10년 전, <모범생들>로 이미 호흡을 맞춘 연출과 작가였지만, '지탱극'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건 <카포네>부터였다. 지이선과 김태형 모두 유능한 창작가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했을 때의 시너지는 남다르다. '지탱극'이라는 네이밍의 창시자이자, <카포네> <벙커>라는 두 트릴로지부터 <더 헬멧>까지 함께한 이석준 배우의 눈에도 이 조합은 특별하다.

"'지탱'이 잘 맞는 건, 구조를 알고 있는 탱(김태형)이랑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지이선이 서로 보완하면서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거든요. <더 헬멧>도 대본만 보고는 '정말 자신 있어?' 몇 번 물어봤어요. '욕심 부리면 안 된다'고 계속 그랬어요. 지이선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는 너무 방대했고, 무대 위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보였죠. 그런데 탱이 그 '와꾸'를 매직미러에다 넣어 버리더라고요. 그거 하나로 사실 끝나버렸죠.

<카포네>도 잘 나왔죠. 이 작품이 지탱을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특히 지이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된 게 이 작업 덕분이에요. 물론 지이선이 다 잘 쓰는데, 이 작품은 지이선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디테일했어요. 가장 지이선 같았어요. <킬 미 나우>는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다면, <카포네>는 굉장히 치밀했다고 생각해요. 또 '지탱'이 함께 만들면서 추가한 것도 많았고, 그것들이 플러스 요인이 됐죠.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빨간 풍선이 상징하는 걸 이토록 많이 배분할 수 있다는 건 이 친구들의 능력이에요. 실제로는 40분밖에 안 되는 걸 70분으로 늘렸고, 원작에는 구조 말고는 없는 것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배우로서 이런 팀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제작사도 연출과 작가가 생각을 펼칠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요. 100석밖에 안 되는 극장에, 이 단가에, 객석점유율이 진짜 높게 나오지 않으면 순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건 미친 짓이에요. <카포네> 처음 들어왔을 때 제작사 대표에게 제가 '집에 돈 많아?'라고 했는데 '그건 아닌데,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 도전정신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결과물로 나타났죠."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함께'의 즐거움 "<카포네>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다 있지 않았으면 이 정도까지 나왔을까 의문이에요. 모든 작품은, 작품이 좋더라도, 그걸 만드는 구성요소들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카포네>가 이 정도까지 왔어요. 아니었으면, 형식만 특이했던 작품이 되었겠죠.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거랑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건 또 달라요. 밀리언셀러로 갈 수 있는 작품의 토대를 마련해놨죠. 어떤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바라는 생각, 즐거움이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완전체가 되어 가는 게 있었기 때문에." ⓒ 아이엠컬처


[이윤지] 어떤 페어의 탄생

<카포네>가 만든 브랜드는 '지탱극'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윤지'이다. 이석준-윤나무-김지현으로 만난 초연 페어의 이름. 그렇게 2015년 초연부터 2016년 재연 그리고 올해 삼연까지 한 팀으로 <카포네>에 함께 했다. 모든 페어가 페어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삼연을 거치며 쌓아온 경험치 덕에 '이윤지'가 풀어내는 <카포네>에는 <카포네> 그 이상의 <카포네>가 나온다.

"초연 때는 진짜 열심히 하는 팀이었고요. 지금은 좀 징글징글해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웃음) 제가 이 바닥에서 좋아하는 동생들이 많긴 한데, 이윤지는 합을 맞추었을 때 상대방이 어디로 튀어도 알 만한 사람들의 합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들어가면, 선배이다 보니까 약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있을 때, 먼저 하고 있어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딱 빼내는 순간이 있을 때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그 순간을 나무랑 지현이한테 다 느꼈어요. 이제 연기가 탄력을 받아서 오히려 다들 좀 눌러야 될 필요가 있을 때도, 다음날 얘기하려고 가보면, 이미 눌러져 있어요. 그런 식으로 서로에게 느끼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삼연의 이윤지는 하마터면 보지 못할 뻔했다. 이석준 배우는 연극 <킬롤로지> 일정 때문에, 이번 시즌 <카포네>의 참여를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프레스콜 현장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이석준 배우는, 당시에도 문자로 자신의 심정을 전달하여 윤나무 배우와 김지현 배우가 '대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았다", "퇴로가 없었다"라고….

"이번 시즌은 진짜 유일무이하게 이 친구들 때문에 한 거예요. 사실 이번 시즌 안 들어오려고 했어요. 두 번이나 했고, <카포네>는 이제 어떤 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바이블을 어느 정도 저희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카포네> 정도 탄력을 받았으면, 이제 누가 들어와도 된다. 굳이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게 우리가 좋은 칼이기 때문이 아니라, 후배들이나 다른 배우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잖아요. 작품이 계속 발전해서 가려면, 좋은 작품 하나 나왔을 때 여러 명이 계속 거쳐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굳이 그 자리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현이가 전화를 걸어서 '신나는 거 하고 싶어' '그래, 해' '<카포네> 할 거야. 할 거지?'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원래 <킬롤로지> 들어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이번에는 빠질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쉽게 '어, 해야지. 이윤지인데 해야지'라고 대답해버린 거예요. 피해갈 만한 구멍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이렇게 세팅이 갖춰지면, 거의 뭐, 협박이죠. (웃음) 체력적으로 지칠망정 후회는 안 해요. 이윤지랑 혹은 지탱이랑 같이 하는 작품은, 오히려 빠지는 게 더 스트레스였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굳이 벗어날 이유를 못 찾겠어요."

<카포네>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된 이석준의 '올드맨' 연기는 그러면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이석준의 데이빗이나 닉 혹은 프랭크를 팬들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진짜 모르겠어요. 우스갯소리로 항상 그 얘기 하거든요. '영맨과 레이디, 너네는 조만간 못하게 될 거야. 하지만 올드맨은 계속 올드할 거거든. (웃음) 그러니까 난 계속 할 수 있어~. 난 영구직장이고, 너희는 제한이 있어.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 (웃음) 나무가 올드맨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죠? 지현이도 워낙 좋은 배우니까 다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굳이 모든 시즌을 우리가 다 들어가야 한다? 이게 오히려 강박인 것 같아요. 만약에 한다면, 우리한테 이윤지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이라면, 기념공연 정도 중간에 계속 툭툭 칠 수 있지 않을까? 합 맞추는 것처럼. 그러면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기도 하고…. 후배들한테 힘도 좀 실어줄 수 있으면 좋겠고요."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연극의 디테일에 관하여 "공연이 재밌어지려면 또 다른 의미의 탈피가 필요한데,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굉장히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니멀리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힘만으로 끌고 가는, 사실 그런 건 옛날 얘기이거든요. 그걸 현대적으로 풀어주려면 다른 게 필요해요. 감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다른 도구들이! 눈과 귀와 다른 감각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죽어가는 것만 볼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디테일해져야 해요." ⓒ 아이엠컬처


[이석준] 그가 원하는 건 'n분의 1'

배우 이석준. 밝은 역과 어두운 역, 선역과 악역, 주연과 조연을 거쳐 가며 그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의 눈매는 때로 서글서글하고, 때로는 날카롭다.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지만, 코믹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그에게서 가벼움을 느낀 적은 없다. 자신이 입었던 옷만큼, 소화해낸 필모그래피만큼의 무게가 그의 내면에 쌓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묵직한 무기를 여럿 갖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여전히 동료들에게서 많이 배우며 자신의 창고를 채워나가고 있다.

"막 치고 올라가는 후배들 보면 '오?' 그러다가 요새는 불안할 때도 있거든요. 저는 여전히 배우가 꿈이에요. 후배한테 많이 배워요. 날마다! 진짜 배 아플 정도로 타고난 소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면 당연히 베껴야죠.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요. 저 친구의 좋은 점을 내가 복사하면, 그건 이미 제거예요. 제가 그걸 그대로 복사하더라도 뺏기는 거가 아니거든요. 제가 모사가가 아니니까, 이석준의 목소리로 이석준의 느낌으로 내면 그 순간 그건 또 새로운 게 되어요. 그걸로 또 하나의 무기를 만드는 거죠. <킬롤로지> 하니까 간만에 선배님과도 하는 데 너무 좋아요. 빼먹을 것도 너무 많고. 이번에 '형님 Ctrl+C, V하겠습니다'할 정도로 배울 게 많고 너무 좋습니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다져진 이석준의 아우라가 대학로 많은 이의 귀감이 되는 건, 공연과 연기를 대하는 그만의 자세가 많이 작용할 터이다. "여전히 배우가 꿈"이라는 배우에게, 그 배우로서 닿고 싶은 선이 혹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쩌면 그 꿈은 그만의 꿈이 아니라 대학로의 많은 이가 함께 꾸고 있는 꿈일지 모른다.

"예전에는 막, 대학로에 동상 세우고 싶었거든요. 어릴 땐 그랬어요. (웃음) 지금은…. 상징적인 구도의 꼭짓점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요. 작품 속에 잘 숨어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는 캐릭터로 봤으면 좋겠고, 저보다는 작품이 보였으면 좋겠고요.

'n분의 1'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라는 피스(Piece)가 어디에 갖다가 붙여도 잘 붙는 피스였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어떤 면에서는 피스거든요. 거대한 선배가 되면, 거대한 배우가 되면, 그 피스가 버거워지는 거예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 잘 맞아 떨어지는 피스여야 하는데, 배우의 색깔이 너무 강하거나 거대해지면, 나머지 피스들이 이 배우에게 맞춰야 해요. 그게 참 무모한 짓인 것 같아요.

후배들과도 자유로운 대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킬롤로지> 막내가 저랑 거의 스무 살 차이 나는 데, 같이 작업하다가 라면 먹으면서 '형, 거기 좀 이상한데?', '형,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아요?'라고 얘기하는 과정이 너무 좋아요. 들어가자마자 '형님'이러면서 선생님 대접받는 거 싫어요! 서로 장난치면서 '야, 이거 네가 잘못한 거야!', '웃기고 있네! 아, 형 말도 안 돼!'하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피스를 만드는 중이에요. 아무 때나 그들과 똑같이 어울릴 수 있는 피스. 그들과 함께 하는 그런 성향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쁘게 말하면 밀려나고 싶지 않은 거고, 좋게 말하면 대학로가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긍정적인 피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n분의 1만큼."

미친개들의 도시 시카고. 시카고 돈이 다 멍들고 피 냄새 나는 것처럼, 그 돈을 탐닉하는 늙은 남자의 손에도 핏자국이 가득하다. 그런데 "내 얼굴을 똑바로 봐. 내 얼굴에 패인 주름을 봐. 내가 그냥 늙는 것 같아?"라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읊조리는 그의 표정에서 순간, 전혀 다른 색의 장면이 상상됐다. 이석준이라는 배우에게 세월이 더 켜켜이 쌓이면, 그의 얼굴에 패인 주름에는 또 어떤 것들이 담기게 될까. 그가 n분의 1만큼 함께하는 대학로는 어떤 공간이 될까. 시카고에는 로맨틱한 인생 따위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대학로에는 로맨틱한 인생이 가득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카포네 트릴로지>의 이석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 출연 중인 배우 이석준의 공연 및 콘셉트 이미지 사진.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5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함께해 온 배우 이석준은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 무대를 사랑하기에 "제가 매체 오디션을 진짜 많이 떨어졌어요. 공연 일정을 하면서 다 소화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섭외를 거절하면서도 여기를 지키는 건…. 여기서 오는 그 떨림을 잊을 수가 없어요. 무대를 하고 있다는 희열감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같이 느껴주는 사람들이 또 있어요, 적더라도. 그게 너무 고마워요." ⓒ 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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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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