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서너 개는 교행할 수 있을 만한 간격이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는 드라마나 영화 속 검사와 현실의 간극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디 검사 뿐일까. 판사, 변호사, 법원 검찰 공무원 등 법조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 생활은 '항공모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인식과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또 현실의 법과 드라마 속 법도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정드라마와 현실이 어떻게 다르고 어디가 비슷한지, 법을 매개로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 첫 시도로 KBS2 수목드라마 <슈츠>를 함께 보기로 하자. - 기자 말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


법률회사, 변호사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KBS2 수목드라마 <슈츠>가 시청률 7.4% (닐슨코리아 제공)로 안착한 가운데, 이후 이야기 전개 과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주(1, 2화)에는 잘나가는 변호사 최강석(장동건 분)과 고연우(박형식 분)가 우여곡절 끝에 만났다. 최강석이 천재 고연우의 재능을 알아보고 신입 변호사로 채용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에 시동을 걸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연우는 발레파킹(대리주차)으로 연명했다. 더불어 할머니 조여사(예수정 분)의 병원비를 걱정하는 신세였다. 그랬던 그가 병상의 조여사 곁에 누워서 "엄청 큰 회사에" 취직했으니 이제 맘 편히 지내라고 안심시킨다.

잘 생긴 외모에, 비상한 머리, 게다가 따뜻한 마음씨까지 지닌 고연우를 누가 마다하랴. 법률지식도 만만찮으니 의뢰인이라면 그에게 사건을 맡기고 싶은 마음 굴뚝 같으리라.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고연우는 변호사 자격이 없다. 능력 있고 천재에 훈남이라는 이유로 변호사로 채용하고 일을 맡겨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가짜 변호사 사칭하면, 현실에선...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로 활동하면 어떻게 될까. 또 변호사를 사칭하거나 자격 없이 소송활동을 하면 어떻게 될까.

지난 기사(관련기사 : 함정에 빠져 마약운반한 <슈츠> 박형식, 현실이었다면)에서도 얘기했듯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대학(학사)을 졸업한 후 로스쿨에 입학하여 3년을 수료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자세한 사항은 하단 상자기사 참고). 판사나 검사가 되기 위해서도 일단 이런 과정을 거쳐서 변호사 경력을 쌓아야 한다.

변호사가 하는 일은 변호사법(3조)에 나온다.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 지방단체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하는 것"을 업무로 한다. 즉 의뢰인의 소송대리, 행정처분 대리, 법률사무 등이 변호사의 주된 업무다.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공인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도 자기 분야에서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지만 포괄적인 소송·법률 업무는 변호사만 가능하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은 오직 변호사만 쓸 수 있다.

변호사 사칭해서 금전 이득 봤다면 사기죄

 KBS2 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2 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


그렇다면 변호사 행세를 하거나 자격없이 변호사 업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변호사 사칭'부터 보자.

단순히 변호사를 사칭한 것만으로는 범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보자. 백수인 30대 남성 A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자를 꼬드겨 돈을 뜯어내는 짓을 해서 몇 차례 감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출소 후에는 또 다시 모니터 앞에서 채팅을 했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와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속인 뒤 이를 믿은 여성에게 "변호사라서 세금이 많이 나오니 신용카드를 빌려달라"고 한 뒤 카드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A씨는 고등학교 강사로 일하는 다른 여성에게도 "내가 변호사로 정교사 채용을 도와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챘다. 그는 사기죄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변호사를 사칭하여 일을 처리해주겠다고 속여 금전적인 이득을 보았다면 사기죄가 성립된다. 아직까지 변호사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돈 받고 소송서류 작성·법률상담 하면 변호사법위반

사기를 치지 않았더라도 자격 없이 소송 관련 업무를 하게 된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변호사법 109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소송사건에 관하여 대리,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B씨의 사례다. 그는 자신의 법률지식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민사사건 소장과 준비서면 작성, 증인신청 등 각종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었다. 또한 법정에서 발언요령, 상소심 대응 방법 등을 알려주고 적지 않은 돈을 받았다.

법정에서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많았지만, B씨 역시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고 말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자신의 사건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했다. 법원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했다.

B씨처럼 돈을 받고 법원 서류를 작성해 주거나 법률상담이나 법률사무를 할 경우 최고 징역 7년 또는 벌금 5천만 원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법은 가짜변호사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판검사나 공무원과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이런 교제비를 변호사 선임료에 포함시키는 경우 ▲공무원에게 청탁·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가짜 변호사 고연우도 변호사법 위반?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KBS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가짜 변호사 고연우는 어떻게 될까. 남을 속여 금전적 이득을 보지 않았으니 사기는 아니다. 다만 변호사로 행세하며 소송사건을 맡아 의뢰인의 법률서류를 작성하고 상담을 해주었다면 변호사법위반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전개되는 내용을 더 봐야겠지만, 고연우는 대한민국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가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법률사무를 처리하기 원한다면 사무직원(사무장이나 사무원)으로 정식 등록하면 된다. 드라마 속의 비서 홍다함(채정안 분)이나 주임 김지나(고성희 분)도 사무직원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사무직원 중에서도 변호사 못지않게 뛰어난 능력자들도 많다. 최근 방송출연, 법률자문, 소송사건 처리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이정렬 전 부장판사도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상 주인공 고연우를 사무직원으로 설정할 수는 없었으리라. 원작인 미국드라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변호사 2만명 시대, 여전히 높은 법의 문턱

현재 한국에는 2만 명이 넘는 '진짜'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법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머리 좋고 잘 생기고 유능한 고연우가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찾아가서 상담하고 법정에서 우리를 대변해 줄 변호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쯤 해서 궁금해진다. 변호사 2만 명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길래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기가 이토록 어려울까. 

현재 변호사 현황과 변호사 자격 취득 방법

2만153명. 현재(2018년 1월말 기준) 개업변호사의 인원이다. 현재 활동 중인 변호사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서울에만 1만4천여 명이 있다. 휴업중이거나 아직 개업을 하지 않은 변호사까지 더하면 무려 2만 4천여 명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현재 활동하는 변호사는 2만 명이고, 변호사 10명 중 7명은 서울에서 활동한다.

변호사가 되려면 과거에는 국가가 시행하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사법시험의 폐단이 계속 지적되면서 사법시험은 단계적 폐지수순을 밟게 된다.

대신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하고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됨에 따라 2012년부터는 로스쿨 3년 과정을 수료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게 된다.

로스쿨제도와 병행되던 사법시험제도는 2017년 마지막 합격자를 끝으로 폐지되고, 현재는 로스쿨 3년 수료 -변호사시험 합격을 통해서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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